‘2004 대선의 해’ 백악관 주인 향방
2004년은 백악관의 주인을 가리고 의회의 판을 새로 짜는 ‘선거의 해’이다. 올해 선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백악관에 입성한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참사 이후 두 차례의 전쟁을 주도하며 강력한 전시 지도자의 이미지를 확립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라크 현지 저항세력의 준동으로 전후처리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가시화되기 시작한 미국경제의 강력한 회복기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올해 대선의 승패는 결국 이라크전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 따라 갈리게 될 전망이다. 2004년 갑신년의 대선 향방을 전망해본다.
<우정아기자>
부시 ‘후세인 체포 . 경제 호조’ 유리
선거자금 든든 전쟁 마무리가 관건
2004년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좌우하게 될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에서 승리하고도 경기침체가 걸림돌이 된 부친의 발자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정치 상황이 시계추처럼 정반대로 기울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불과 1년전 재선이 확실한 것 같은 고지에 섰다가 박빙의 승부를 앞두게 된 것도 이라크 전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전례 없는 선제공격을 감행한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는 시간이 갈수록 발견될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 한편 미군과 연합군을 겨냥한 이라크 저항세력은 보다 지능적이고 체계화되면서 이라크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로 부시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으나 이라크에서 미군의 피해가 계속된다면 선거기간 내내 부시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인구증가로 보수적인 남부지역의 정치력이 계속 성장하는 선거판도와 전통 보수층의 든든한 지지 기반 덕분에 아직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작년 연말까지 무려 1억1,000만달러의 대선자금을 모금, 재정적인 면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에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궁극적인 정치 운세는 2004년에 이라크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에 이라크를 극비로 방문한 것도 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이 여전히 부시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여기고 인간적으로도 좋아하지만 정책수행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가 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예비주자들 경선 ‘대장정’
선두 나선 하워드 딘
진보성향 . 병역등 약점
민주당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가 지명될 때까지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치열한 예비경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 9명의 예비 경선자들 가운데 민주당 후보지명 고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후보로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꼽힌다.
딘 전 주지사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1년 동안 버몬트 주지사를 역임하는 동안 자신의 진보적인 성향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나 재정면에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의료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삼아 1993년 버몬트에 전주민 의료보험제 도입을 시도했다. 주의회의 반대로 좌절됐으나 현재 버몬트 성인의 92%와 어린이 96%가 의료보험을 갖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비난한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1월에 예비선거를 실시하는 뉴햄프셔 등 이른바 초반 승부처에서 타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는 전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캠페인과 모금 실적으로 당내 경선자들과 그를 부시 대통령의 맞상대로 지목한 보수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일부 경쟁 후보들은 딘이 과거 11년동안 버몬트 주지사를 지내면서 경력과 기록 일부를 퇴임 10년 후 비밀해제토록 조치한 것을 문제삼고 나섰다. 베트남전 당시 딘 후보의 병역문제도 거론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사령관은 “내가 부상으로 베트남 병상에 누워있을 때 딘은 미국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딘 전 주지사가 대통령후보가 될 경우, 과거 진보 성향의 맥거번 후보가 공화당에 대패한 것처럼 민주당 필패가 확실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 진영은 이처럼 눈에 불을 켜고 딘 전 주지사의 약점을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부시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딘 후보와 맞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통령 선거 절차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라는 점이 특징으로 선거절차가 복잡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알 고어 전부통령보다 전체 득표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이유는 바로 미국의 선거인단제도(electoral college)에 있다.
각 주에서 선출되는 선거인(elector)수는 연방 상하원 의원의 총수를 합친 것으로 캘리포니아의 경우, 상원의원이 2명이고 하원의원이 53명이므로 55명의 선거인이 배정된다. 한편 독립된 주가 아닌 워싱턴시 콜럼비아 선거구(DC)에는 3명의 선거인이 할당된다. 전국적인 선거인단수는 총 538표이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8개주에서는 표차에 관계 없이 상대보다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해당 주 선거인 전체를 독차지하게 된다. 즉 각 주의 주민투표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는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획득하게 된다.
물론 선거결과는 개표를 통해 알려지지만 선거인단이 정식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시기는 대선이 끝난 후 12월 두 번째 수요일 다음에 돌아오는 월요일로 이들은 각 주의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투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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