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좋은 이웃되기 차세대 비약의 토대
‘Tell’보다 ‘Show’… 삶속에 말씀 보여야
박선근씨를 만났다. 명함이 여러 가지다. 사업가다. 백악관 국정자문위원이다. 좋은 이웃되기 운동 사무국장이다. JAMA(Jesus Awakening Movement for America/All nations)의 순회 강사다. 사실 망설임이 있었다. 그 많은 명함 때문이었다. 머뭇거림에서 시작된 대화가 점차 격렬해졌다. 진지함이랄까, 신앙인의 소명의식이랄까 그런 게 진하게 전해져서다.
백악관 국정자문위원 박 선 근
본보 논설실장 옥세철
-한인 이민 백년의 한 세기가 지났습니다. 지난해는 이 점에서 뜻 깊은 해였지요. 기념 행사도 많았습니다. 풍성한 수확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은 계속해 맴돌고 있습니다. 미주 한인 사회의 아젠다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미국 건국이 227년이 됩니까. 그 가운데 한인 이민도 100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이민 백주년은 우리의 자긍심을 심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2세에게는 주인의식을 심어주었다고 봅니다. 이제는 모든 게 ‘미국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젖을 뗄 때가 됐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말입니다. 한인 1세들, 참으로 강한 사람들입니다. 이민 사회를 이만큼 이룬 게 누구입니까. 문제는 2세들에게 제대로 정체성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간혹 보면 한국에 살고 있는지, 미국에 있는지 착각이 일 때가 있어요. 너무 한국 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싼 회비 내고 컨트리클럽 회원이 됐는데 골프를 안치는 꼴이지요. 한인 단체장들의 마인드 셋이 그래요. 너무 한국 정부에게만 기대요. 한국 보다 부자 나라인 미국의 시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우리의 권익은 이미 확보돼 있습니다. 그걸 찾지 않고 있습니다.
-미주 한인 사회가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봅니다. 이 사회에 대한 능동적 참여로 요약되겠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인끼리의 배타적 모습입니다.
▲그 솔루션이랄까 하는 걸 지난 6년 정도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펼치고 있는 운동이 좋은 이웃되기 운동(Good Neighborhood Campaign)입니다. 한 마디로 비(非)한국계(non-Korean)와의 교제를 넓혀나가자는 운동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시죠.
▲가장 하기 쉬운 것부터 하는 겁니다. 바로 옆의 평범한 이웃과 교제하는 겁니다. 또 자발적 참여를 하는 겁니다. 미국 국기 걸기가 그 하나입니다. 미국의 국가와 충성서약을 한글과 영문으로 인쇄한 작은 전단 100만장을 배포했지요. 효과가 큽니다. 한 분이 주요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답니다. 마침 미국 국가를 부르고 충성서약을 하는 순서가 있어 그 작은 전단을 보면서 했대요. 키신저가 그게 뭐냐고 묻더랍니다. 영어를 잘 못해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고 해요. 얼마 후 키신저가 다른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대요. 한국인들은 써 가지고 다니며 충성서약을 하는데 미국인들은 무엇을 하느냐는 거지요.
-오래 전 한 정부기관의 한인 관계 보고서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구심점도 없고, 다른 이민그룹에 대한 배려도 없는 커뮤니티가 한인 사회라는 지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무임승차만 하려는 이기적 집단으로 파악돼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금을 안 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오너십을 주장할 수 없어요. 미국에서 가장 당당한 말은 납세자입니다. 세금을 안 내는 한인, 그 이미지가 2세들로 하여금 이 땅에 발붙이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세금 안내겠다는 건 남의 것 훔치겠다는 것과 똑같은 심보입니다. 우리의 자식이 도둑놈 자식 취급을 당할 텐데 어디 가서 대접을 받겠습니까. 게다가 불법을 하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아요. 뉴욕 맨해턴 지역에서 불법택시 운전을 하다가 한 한인이 5,000달러 벌금을 받았어요. 봅시다. 택시면허를 얻는데 드는 돈이 200달러입니다. 보험료를 일반보다 월 200달러 더 내야 합니다. 모두 합쳐 1년에 2,600달러가 듭니다. 이 돈 아끼려고 불법운영을 하다가 돈이 2,000여달러가 더 들었습니다. 이것으로 끝납니까. 아닙니다. 이 때문에 형성된 한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2억달러가 들어도 지워지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반(反)미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주 한인 사회에도 일각에도 반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혐(嫌)한의 분위기가 일고 있고요. 여간 착잡한 게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니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면을 생각해 봅시다. 집안 식구끼리 앉아서 집안 어른을 흉보기도 하지요. 그런데 남이 그래 보아요.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인들이 미국 욕하는 것하고. 외국인이 미국 욕하는 것, 미국인들은 똑 같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한국인들이 미국 흉보는 걸 미주 한인이 그대로 흉내내고 있습니다.
-한인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게 민족적 자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사회가 한인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는, 무신경이라고 할 정도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미주 한인 사회를 하나의 아일랜드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섬에는 미국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한국 바람의 영향권 아래에 있으면 곤란합니다. 때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의 지나친 반미친북 바람이 그런 경우겠지요. 9.11 사태 이후 회교권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시각은 싸늘해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때문에 그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악의 축’의 일원으로 지목된 북한이 테러에 관련됐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처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고통받는 이웃을 돌보는 문제에도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한인 사회는 조용합니다. 그렇다고 고통을 받고 있는 같은 동포에게 관심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북한 인권 문제에, 탈북자 문제에 전 미국이 떠들어도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니 말입니다.
▲과격하게 들릴지 모릅니다만 천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을 돌보지 않고, 또 없는 자를 멸시하니까요.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는 곳이 교회 아닙니까. 교회 목사님들, 북한 인권문제에 입다물고 있는 분 많습니다. 눈치 보는 겁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미국인이 한국인을 ‘devious’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양다리 걸친다고 할까, 교활하다는 말이겠지요. 북한이 세면 북한 지지할 사람 많을 겁니다. 제가 총련회장 그만 둘 때 이런 말했었습니다. 한인회장들이 마치 창녀 같다고요. 비전이 없어요. 자기 개인을 위해서만 움직여요.
-이민 초기 커뮤니티에서 교회의 역할이 크다는 건 이미 여러 이민 그룹 연구에서 입증됐지요. 이민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교회와 언론이 했다는 거지요. 한인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한인 사회 파워의 축은 교회와 언론입니다. 한인 단체장들의 말, 사람들이 듣지 않습니다. 총영사가 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님 말 듣습니다. 언론에 귀 기울입니다. 주요 신문들은 그런데 모두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서 한국적 시각으로 쓰여진 칼럼 등이 여과 없이 전달됩니다. 반미주의 칼럼도 그렇습니다. 비판이 안에서 이루어졌느냐, 밖에서 이루어졌느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교회 설교의 중심은 그리고 언제나 교회에만 충성하라는 겁니다. 하나님의 뜻에 부합된 일을 하라는 메시지는 드문 것 같아요. 이 땅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미국 사회를 위해, 미국의 문제점을 보고 미국을 구하려는 설교가 있어야지요.
-한인 교회의 문제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말은 거창한데 여전히 우리 끼리만의 사회가 한인 사회입니다. 어딘가 한인 교회의 모습을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tell만 있고 show가 없는 탓입니다. 목회자들이 이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삶에서 보여야지요. 좋은 이웃되기가 교회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인 교회에 미국인들이 오도록 해야지요. 죽어 가는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주변부터 선교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웃의 미국인에게도 선교해야 합니다.
-새해의 미국적 화두는 문화 전쟁이란 말이 될 것 같습니다. 가치관 전쟁이지요.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올해 더 첨예한 가치관의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령 동성애자 결혼 문제라든지 말입니다. 가치관은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민 그룹은 나름의 독특한 가치관에, 또 사명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한국인들을 미국 땅에 보내신 건 단지 물질 생활의 풍요를 위해서 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덕적으로 황폐한 이 땅을 회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전개하고 있는 게 좋은 이웃되기 운동입니다. 거창한 립 서비스는 그만하고 가장 하기 쉬운 것,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거지요.
-이를 위해 1세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되는 데요.
▲2세들을 훈련시키는 겁니다. 매너 가르쳐야 됩니다. 미국적 프로토콜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 스킬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하버드를 나오면 무엇합니까. 이런 면에서 자질이 떨어지면 곧 한계에 부딪칩니다. 주류 사회에 진출했다가 좌절해 한인 사회로 돌아오는 2세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1세가 훈련을 못시키고 그들이 비약할 파운데이션을 놓아주지 못한 탓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주는 겁니다. 영어 좀 못해도 관계없습니다. 똑같이 세금 내고 사는데 뭐가 어떻다는 말입니까. 이 점을 2세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어요.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하나님이 우리 뒤에 계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두려울 게 전혀 없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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