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의 역사는 300년이 넘고,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진다.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절반 이상이 증류주나 브랜디로 만들어지고 국내 와인 소비량은 세계 30위 정도에 머물만큼 미약하다는 점과 얼마전까지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 품질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미국이 남아공에 대한 무역중단제재를 1991년에야 해제했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은 남아공의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조치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였고, 1994년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1990년 27년간의 수감생활에서 풀려난 후 제재를 멈추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최대의 와인 생산국이며, 독특하게도 2대양(대서양과 인도양) 사이에 포도밭이 위치해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50여개국이 존재하지만 남아공을 비롯해서 모로코, 알제리아, 투니지아, 이집트, 리비아, 짐바브웨, 케냐 8개국만이 와인을 생산한다. 그 중에서도 남아공은 1,800마일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끼고 300여년 전부터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와인 생산이 시작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대부분 백포도주이지만 점점 적포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남아공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으로는 백포도주 품종인 셰닌 블랑을 꼽을 수 있다. 셰닌 블랑은 남아공 포도 생산량의 1/4에 달하지만, 점점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현지에서 스틴(Steen)이라고 불리우는 셰닌 블랑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달콤한 디저트 와인,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셰닌 블랑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끼는 와인 메이커들에 의해 점점 재배량이 줄고 있다.
셰닌 블랑이 감소 추세인 것에 반해서 소비뇽 블랑과 샤도네는 매년 생산량이 늘고 있다. 남아공의 샤도네는 프랑스 스타일보다는 미국, 칠레, 호주와 더 비슷한 오크향이 풍부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소비뇽 블랑은 남아공의 ‘위대한 백포도주의 희망’이라고 불릴 만큼 기대를 모으는 좋은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양적으로 열세인 남아공의 적포도주 중에서 특별히 ‘피노타지(Pinotage)’는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피노타지는 1925년 쌩소(Cinsaut)와 피노 누아 품종을 성공적으로 접붙여서 개량한 품종으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공에만 존재한다. 쌩소는 프랑스 론 지방의 포도 품종으로 남아공에서는 쌩소로 빚어진 포도주를 ‘에르미타쥬(Hermit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쌩소는 가볍고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어내며, 주로 다른 품종과 블렌드해서 와인을 만드는데 쓰인다. 피노 누아는 대부분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데 쓰이는데 남아공의 피노 누아 재배는 실패가 많고 성공적인 재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 두 품종을 합쳐서 얻은 피노타지는 피노 누아의 기품과 쌩소의 발랄함이 조화를 잘 이루며 인도양과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잘 견디는 품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피노타지 외에도 카버네 소비뇽과 쉬라즈 등 적포도주 품종의 품질이 매년 향상되고 있으며 특별히 카버네 소비뇽은 적포도주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는데 고급스럽고 세련된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 보르도 스타일 블렌드로 만들어지고 있고, 쉬라즈는 강하고 풍부한 과일향과 스모키하며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진한 맛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아공의 와인은 미국이나 호주처럼 대부분 포도 품종별로 레이블에 표기되어 있으며, 병당 10달러 미만의 가격에 좋은 품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최고급 와인도 대부분 35달러를 넘지 않는 등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추천와인 <고우츠 두 롬(Goats do Roam)>
남아공 와인은 시중에서 많이 접할 수도 없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괜히 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연히 와인 스토어 점원의 권유로 마셔본 ‘고우츠 두 롬’은 이전의 선입견을 한번에 깨버린 훌륭한 와인이었다. 염소가 돌아다닌다는 뜻의 고우츠 두 롬은 와이너리 주인의 아들이 수확기에 염소를 포도밭에 풀어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우리에 몰아넣은 후 염소들이 골라서 따먹은 맛있는 포도들-피노타지, 쌩소, 그라나슈, 쉬라즈, 까리냥 등을 블렌드해서 만든 론 스타일 와인이라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2002년 고우츠 두 롬 적포도주는 알콜 농도가 14.2%이며 색이 거의 보라색에 가까운 진한 색이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약간의 매콤한 맛도 느낄 수 있다. 한번 마셔보면 첫 모금부터 너무나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특별히 론 지방의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권하고 싶다. 7.99달러에 이렇게 맛있는 와인을 구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글렌데일의 ‘탑라인 와인 & 스피릿’에서 구입할 수 있다. 4718 San Fernando Road, Glendale, CA 91204, (818)500-9670 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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