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음식을 통틀어 세찬(歲饌)이라 한다.
옛 우리 조상들은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유하면 부유한 대로 설음식을 차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었다. 정성스레 빚은 세찬으로 차례를 지내고, 세배 오는 사람들을 대접하며, 이웃과 나눌수록 가정이 빛나고 복이 든다고 믿었다.
세찬의 대표 음식은 떡국이다. 곤궁한 여염집도 설날만은 멥쌀 가루를 쪄 떡메로 쳐서 길게 가래떡을 뽑고, 떡국을 만들었다. 한민족에게 떡국은 새해를 맞는 의식과도 같다. 떡국 몇 그릇 먹었냐?는 건 몇 해를 살았냐는 뜻이고, 설날 떡국을 많이 먹으면 몇 해 치를 죄다 먹었으니 머리 일찍 세겠다는 농을 듣는다.
떡국을 맛있게 만드는 기본요령은 양지머리로 맑은 국물을 내고, 가래떡을 어슷하게 썰어 퍼지지 않게 끓이는 것이다. 요즘은 만두를 빚어 넣는 떡 만두국이 유행이다. ‘만두는 속을 먹자는 만두요, 송편은 껍질을 먹자는 송편’이라는 말처럼 만두는 껍질을 얇게 해야 맛있다. 옛날 서울과 경기 지방에선 꿩고기를 소로 넣어 빚은 ‘생치 만두’를 즐겼다. 꿩을 구하기 어려워 닭고기를 쓰면서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유래됐는데, 최근엔 꿩 대신 쇠고기를 많이 쓴다.
그 외 세찬에는 강정·식혜(감주)·수정과·약식·편육·빈대떡·만두·인절미·세주 등이 올랐다. 또 친지와 이웃 간에는 생닭·생전복·대구·어란·육포·건어물·귤·곶감·술 등을 주고받으며 새해 복을 빌어 줬다.
궁중요리 전문가 조경희씨는 떡국과 함께 궁중 세찬에 오르던 음식으로 궁중떡볶이, 어선, 도미 대파찜, 편육냉채, 화양적, 전유어 등을 꼽는다. 궁중떡볶이는 고추장 대신 간장과 참기름, 실고추로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어선은 만들 때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이 담백하고 고급스러워 손님상에서 돋보인다. 도미는 예부터 매우 귀한 음식으로 전골류인 도미면은 맛이 기생과 풍악보다 좋다하여 ‘승기악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가짓수가 많고 화려하기보다, 고급 재료를 쓰면서 자극적인 양념을 절제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조씨의 궁중 설음식 요리법을 소개한다.
◇떡국
▲재료(7인분): 양지머리 200g, 떡국떡 5컵, 물 8컵, 양파 1/2개, 무 2토막, 다시마, 조선간장 4큰술, 달걀 2개, 다진 고기 약간
▲만들기: 양지머리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냄비에 양지머리와 양파, 무, 다시마, 물을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를 건진다. 3시간 이상 푹 끓여낸 뒤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떡국떡은 찬물에 담가 불렸다가 체에 받쳐 놓는다. 달걀은 황백으로 각각 지단을 부쳐서 식으면 골패(다이어먼드) 모양으로 썬다. 다진 고기는 불고기 양념해 새알심 크기로 동그랗게 빚은 뒤, 밀가루를 입히고 달걀물을 묻혀 완자를 만든다.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인다. 떡이 떠오르면 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불을 끈다. 떡국을 그릇에 담고 고기 완자와 달걀 지단으로 장식한 뒤 상에 올린다.
◇궁중떡볶이
▲재료: 가래떡 2컵, 쇠고기 우둔살 150g, 양파 1개, 표고버섯 5개, 느타리버섯 1팩, 미나리 1단
▲떡 양념: 참기름 1큰술, 소금 1작은술, 실고추 약간
▲고기 양념: 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
▲전체 양념: 간장 2큰술, 설탕 1/2큰술, 물엿 1/2큰술, 후추, 마늘, 파
▲만들기: 가래떡은 6cm 길이로 잘라 세로로 4등분한다. 끓는 물에 식용유 1작은술을 넣고, 떡이 말랑말랑해지도록 데쳐 체로 건진다. 떡을 참기름으로 버무린다. 쇠고기는 5cm 길이로 잘라 도톰하게 썬 뒤, 만들어둔 고기 양념으로 양념한다. 당근은 반을 갈라 5cm 길이로 가르고, 양파는 채 썬다. 미나리는 잎을 떼고 5cm 길이로 자른다. 표고버섯은 불려 물기를 짜고 채 썰어 고기 양념한다. 느타리버섯은 살짝 데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은 후 표고버섯을 넣고 볶는다. 표고버섯이 익으면 양파, 당근, 느타리버섯을 넣고 볶다가, 떡과 미나리를 함께 넣고 전체 양념으로 볶아낸다.
◇어선
▲재료: 생선 흰 살(광어 또는 민어) 300g, 달걀 3개, 오이 1개, 당근 1/3개, 석이버섯 5개, 쇠고기 80g, 녹말가루 약간, 소금, 흰 후추
▲겨자간장: 갠 겨자 1/2큰술, 간장 1/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만들기: 생선살은 0.5cm 두께로 포를 떠서 소금, 후추로 밑간 한다.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얇게 채 썰어 불고기 양념으로 볶는다. 달걀은 황백 지단을 부친다. 오이와 당근은 4cm 길이로 토막내 돌려 깎은 뒤 곱게 채 썬다. 채 썬 것을 소금에 절여 살짝 볶은 뒤 식힌다. 도마에 김발을 놓고 지단을 깐 다음 녹말가루를 뿌린다. 생선살을 고르게 펼치고 녹말가루를 뿌린다. 미리 준비한 속 재료를 김밥 싸듯 차곡차곡 올린 다음 둥글게 만다. 말아낸 것을 김 오른 찜통에 넣고 10분간 찐다. 식혀서 1.5cm 폭으로 썬 다음 겨자장과 함께 낸다.
◇대하찜
▲재료: 대하 5마리, 새우살 100g, 소금, 후추, 밀가루, 오이 1개, 당근 1/2개, 달걀 2개, 표고버섯 3장
▲새우살 양념: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가루
▲만들기: 대하는 껍질째 등을 갈라 양쪽으로 펼친다. 내장을 제거하고, 살이 있는 부분은 칼날로 자근자근 두드린다. 펼친 새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밑간 한다. 새우살은 곱게 다져 만들어둔 새우살 양념으로 버무린다. 밑간 한 새우에 밀가루를 묻히고 탁탁 턴 뒤, 다진 새우살을 도톰하게 얹는다. 오이, 당근은 곱게 채 썰어 잠깐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 후 볶아 식힌다. 달걀은 황백 지단을 부쳐 3cm 길이로 곱게 채 썬다. 불린 표고버섯은 포를 떠서 곱게 채 썬 뒤, 불고기 양념해 재빨리 볶아낸다. 새우를 찜통에 쪄 준비한 오색 고명을 얹어 낸다.
◇편육 냉채
▲재료: 양지머리 1파운드, 배 1/2개, 단감 1/2개, 오이 1/2개, 밤 3개, 대추 2개
▲겨자소스: 갠 겨자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2작은술
▲만들기: 양지머리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뒤 1시간 정도 푹 삶는다. 양지머리를 꺼내 한 김 식힌 뒤, 베 보자기에 싸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는다(하루 전에 만들어 눌러 놓으면 사용하기 편하다). 배와 단감은 곱게 채 썰어 설탕물에 담근다. 밤은 속껍질까지 벗긴 다음 얄팍하게 썰고, 대추는 돌려 깎아 곱게 채 썬다. 오이는 5cm 길이로 잘라 돌려 깎은 뒤 곱게 채 썬다. 양지머리는 얄팍하게 썬다. 준비한 야채와 과일을 겨자소스로 버무린 다음 편육과 함께 접시에 담아 낸다.
◇도미 대파찜
▲재료: 도미, 소금 1큰술, 맛술 2큰술, 마늘 10쪽, 말린 고추 5개, 대파 2/3단, 식용유 5큰술, 밀가루 2큰술, 당면, 레몬, 무순
▲조림 양념: 간장 6큰술, 맛술 3큰술, 설탕 5큰술
▲만들기: 도미는 배를 가르지 않고 아가미 쪽으로 손을 넣어 내장을 제거한다. 비늘을 손질한 뒤 종이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앞 뒤 몸통에 칼집을 3개씩 깊숙이 넣고, 소금과 맛술을 뿌려 밑간 한다. 마늘을 얇게 저미고 파는 4cm 길이로 숭숭 썬다. 큰 비닐봉지에 당면을 넣고 가위로 1cm 길이로 자른다. 썬 당면은 튀김용 팬에 5초간 튀겨 기름을 빼놓는다.
도미의 양면에 밀가루를 뿌린다. 넓은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후 도미를 얹어 기름을 끼얹고, 바싹 튀기듯이 지진다. 도미를 지진 팬에서 기름을 약간 따라내고 썬 마늘, 고추를 넣고 볶다가 도미를 같이 얹는다. 만들어둔 조림 양념을 도미를 얹은 팬에 연기가 날 정도로 부어 5분간 조린다. 끝으로 대파를 넣어 살짝 익힌다. 넓고 긴 접시에 튀긴 당면을 깔고, 도미를 담은 뒤 파를 곁들인다. 도미 위에 간장 소스를 붓는다. 얇게 썬 레몬과 무순으로 장식해 낸다.
<글·사진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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