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우리들은 대부분 행복한 고민을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무얼로 선물을 하여 그들을 기쁘게 할까하고... 아마도 일년 내내 유일하게 자신을 잊고 주위의 여러 사람을 특별히 더 많이 생각하는 달이리라.
사람들이 어떤 선물을 주고받고 원하는가를 보면 그들의 인품이나 취향들을 알 수 있다. 선물의 뜻이 문자그대로 좋은 물건이라면 어떤 선물은 정말 귀한 ‘귀물’이고 어떤 선물은 선물이 아닌 ‘악물’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어떤 사람들은 안타까웁게도 일종의 파괴적인 것을 추구하거나 주고 어떤 이들은 평생을 간직할 것을 준다. 진짜 선물이 아니라면 차라리 안주는 것이 선물이다.
파괴적인 선물이란 내가 생각하기에는 선물이 흔히 안겨주는 기쁨과 사랑의 마음대신 주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들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마약같이 백해무익한 습성을 기르는 전자게임등 무조건 값비싼 장난감등을 안겨주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값비싼 모피 외투나 다이아몬드등 귀금속을 요구하거나, 어떤 이들은 손쉬웁다고 비싸고 독한 양주같은 주류(酒類)를 잔뜩 사서 돌린다. 이런 선물이란 못된 버릇을 조장하고 가계를 빚으로 몰아세우거나 하니 파괴적인 선물이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반대로 진짜 선물이라면 받는 이는 주는 이의 인품이나 정성을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특별히 좋은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 들어 정말 좋은 선물을 받는 행운을 맛보았다. 내가 여기서 구할 수 없는 노래와 책들... 나는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친구들로부터 평소에 내가 갖고 싶었든 고향으로부터의 보물들을 아주 정성스럽게 받았다. 두고두고 즐기는 나의 감사한 마음은 물질적인 값어치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크고 깊다. 이들이야말로 바로 좋은 것 즉 선물이 아닐까...
선물에 대한 또 하나의 진리는 그것이 꼭 남을 위해서 남에게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선물을 해야한다. 자신이 행복하면 주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평화와 안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엄마나 아빠가 행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필요 없어’ 라든지 ‘나야 어떻든 무슨 상관이랴’ 하며 그것이 무슨 지고의 덕인 양 자신을 돌보지 않고 가꾸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선물이라니? 그것은 한마디로 자신을 가꾸며 충만하게 해주며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그 무엇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만사로부터 잠시 떠나는 휴가일 수도 있고, 자신을 게으름이나 허영, 시기심, 거짓, 무지, 자만심 등 자신의 인격과 위엄을 좀먹는 해독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의 선물은 하루에 최소한 한가지라도 뜻있는 일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 선행을 베풀거나, 자신을 위해 무엇 한가지를 배우고, 좋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등 자신의 영혼이 메마르지 않도록 심신의 수양과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루에 그중 한가지만 해도 우리는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주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한달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었다. 아니 허락해 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인터넷에 뜬 모교 홈페이지와 동기동창들의 만남의 온라인 카페를 통해서 찾게 되어 많은 친구들과 나는 한 삼십년 쌓였던 회포를 풀고, 또 LA에서 열린 거창한 동문 송년회에도 참석하여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찌보면 너무 탐익하는 듯 보일만도 하련만 나는 떳떳이 이건 나 자신에 필요한 선물이야 하고 말해보았다. 식구들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무슨 선물을 원하냐고 물으면 나는 즐겁게 외친다. 선물이라니? 나같이 올해에 선물을 많이 받은 사람이 있을라구? 좋은 친구들을 많이많이 찾았을 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있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알아? 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난 그 친구들 - 그들은 자기 자신들에게 적당히 꾸준히 선물을 주며 산 사람들이란 말야! 젊은 날의 아름다움이 조금은 빛바랜 이 나이에 만나 서로의 인품과 멋에 새삼 반하며 더 깊이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것 - 나에겐 그보다 더한 선물이 없어요...
이것이 내가 올해에 아니 근년 들어 받은 최상의 선물이야기이다. 나도 그 친구들에게 그런 선물이 되고 싶다. 당신도 누구에겐가 언젠가 그런 선물이 되고 싶으시면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보심이 어떨까요. 우선 자신에게 선물을... 그보다 좋은 선물이 있을까요...
박정현 <가주전산시스템 경영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