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대>를 읽은 사람들은 ‘아먀사기 도요꼬’라는 작가의 이름 보다는 주인공 ‘이끼 다다시’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1980년에 출판되었으니 오래된 책이다. 이 여류작가는 1984년에 ‘두 개의 조국’이란 책을 출판했다. 이 소설은 일본의 NHK 드라마 ‘산하(山河) 불타다’라는 제목으로 주인공의 모습에서 일본의 역사를 다시 쓰는데 동참하였다.
이 드라마 중에서의 한 마디 “같은 2세라도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조상의 나라 일본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삶의 방법이 있는가 하면, 찰리처럼 미국인으로 살려는 사람, 그리고 당신처럼 끊임없이 일본계 2세로서 자기 의식을 모색하면서 고뇌하면서 사는 사람…”처럼 지금 우리가 이곳에 사는 우리들의 지금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 같은 표현이다.
나는 과연 어떤 타입인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한국이라는 조상의 나라를 위해서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사는가? 미국이름을 가지고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조국을 가슴에 품고 미국시민으로 두 나라를 사랑하는 ‘두개의 조국’을 위해 살고 있는가? 조국과 나의 삶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여야 할까 고민하면서 살고 있나?
많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지난번 노대통령 방미 때 로버트 김씨의 석방과 사면을 미 국무부에 요청하였다는 기사를 읽었으나 아직도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우리들 보다도 고령의 부친과 그 온 식구들은 얼마나 서글플까 하는 점도 생각해 보게 된다.
여기에서 중국계 물리과학자 이원호 박사의 자서전을 모두 한 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Hyperion 출판사 2001년 출간 ‘My Country Versus Me’)
첫째로, 이박사의 무죄로 자유의 몸이 된 것도 중요하지만 이박사 가족의 사랑의 승리였다고 나는 읽었다. 과연 우리 주위에서 이런 사랑의 적극적인 삶을 이루면서 사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을 해 보기도 했다.
둘째, 미국내의 중국계 시민 단체들이 보여준 이박사에 대한 믿음이 정말로 대단한 면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 이박사 자신이 지난 2차 세계대전 때에 일본계 미국인들이 캠프에 수용(?)되었던 그 아픔을 되새기면서 자신의 처지를 냉정히 정리하는 모습, 또 지금 미국내에 15만명의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 과학자들이 미국의 기업, 정부, 학계에서 일하고 있
는 사실, 중국계 미국의 기업, 정부, 학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실, 중국계 미국인이 물리학 분야에서 배출한 4명의 노벨상 수상자, 또 화학분야에서 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는 사실, 또 유명한 실리콘밸리 기술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중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 등 많은 새로운 모습을 읽으면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또 이박사의 구명운동에 14개의 단체가 참여했는데 여기에 Japanese American Citizen League가 참여한 것으로 기록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 한국 단체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이웃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박사를 돕기 위한 조그만 모임에서 일어난 모금운동에 이박사의 딸이 미국 전국을 돌면서 펼친 감동적인 이야기 등 여기에 감동한 변호사들의 최저의 수임료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주머니 돈으로 일부의 경비를 지불하면서 때로는 굶다시피 하면서 뛰어다니던 변호사들의 모습 등은 감동을 넘어 나의 마음을 두들기기까지 한다.
책을 써가면서 고마웠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정성들여 설명하는 이박사의 순진성이 하늘을 감동시키지 않았나 싶었다.이 책을 선전하려는 것이 아니고 ‘두 개의 조국’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들의 삶이 있기에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또 다른 멍에를 짊어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들에게도 다가올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혜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두 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능력으로, 노력으로, 지혜로 두 개의 조국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젊은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두 개의 조국도 아름다운 것이다.
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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