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격받자 서부의 일본계 미시민권자 전원 강제수용소에 보내맥 못춘 미국 시민권해마다 12월7일이 되면 미국 TV와 신문에서는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을 되돌아보는 특집을 보도한다. 그때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오늘은 미국 역사에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며…”로 맺어지는 그 유명한 특별방송 메시지 내용이 실린다. 그러나 ‘치욕의 날’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미국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일본 커뮤니티도 또 다른 성격의 치욕감을 느낀다. 진주만 기습으로 인해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도 소용이 없었다. 2세, 3세도 예외가 없었다.
1942년 5월3일 캘리포니아의 일본 커뮤니티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포고문이 나붙었다.
“5월9일 정오까지 모든 일본계는 정부에서 지정한 장소로 집합할 것. 이 시간부터 일본인들은 주거 옮기는 것을 금함. 소지품은 1인당 트렁크 2개만 가능. 나이프와 포크, 숟가락, 접시, 컵, 밥그릇, 냄비 등을 지참할 것. 서부방위 사령관 존 드윗 중장”
그런데 문제는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전원이 수용소로 보내진 것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등 서부지역 일본계에만 국한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와이와 동부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계는 제외되었으니 그 희비쌍곡선이 어느 정도였겠는가 짐작이 간다.
그 이유는 동부의 경우 일본인 인구가 극소수였다. 반대로 하와이는 인구의 절반이 일본계였으며 강제 수용될 경우 사회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제수용은 주로 캘리포니아 일본계였고 그 중에서도 LA의 일본 커뮤니티가 70퍼센트를 차지했다.
강제 수용된 일본인은 약 11만명이었다. 당시 미국은 예기치 않게 진주만 기습을 당한 데다 1942년 2월23일 일본 잠수함이 캘리포니아 앞 바다에 나타나 사격을 가하고 사라지자 일본군이 미본토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부지역 방위사령관인 존 드윗이 “서부의 일본인들이 3개월 내에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사보타지 할지도 모른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존 드윗’이라는 이름은 미국 일본 커뮤니티에 지금도 악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탔어도 “Jap is Jap”라고 말한 존 드윗의 망언은 유명하다.
수용소는 캘리포니아의 만자나, 와이오밍의 하트마운틴 등 전국 10개 지역에 설치되었다. 보통 한 수용소에 1만여명씩었고 방에는 화장실도 샤워장도 없었다. 공중화장실, 공중목욕탕, 공중세탁소, 공중식당 등 모든 것이 ‘공중’이었다. 프라이버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만자나 캠프에 수용되었던 해리 우에노의 일기는 당시의 수용소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나에게 할당된 방에는 나말고도 다른 두 가족이 더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족은 계모와 아들이 함께 자야 하는 곤란한 환경이었다. 나는 수용소 당국에 열 번 정도 불려나가 심문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그들이 물어보는 것은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긴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참으로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수용소는 1945년 8월까지 지속되었으니 저패니스 아메리칸들은 3년이란 긴 시간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1988년 레이건은 수용소에 갇혔던 일본인들에게 1인당 2만달러씩 보상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부시가 92년에 “일본인 강제수용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며 미국민을 대표해 공식으로 사과 드린다”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인 강제수용은 민주주의의 원조를 자처하는 미국이 대통령에서부터 국민에 이르기까지 일치 단결하여 헌법(제5조)을 어겼다는 사실이다.
chullee@koreatimes.com
사진화보수용소 좁은 방에서 콩나물 시루처럼 생활했던 일본계 미국인들. 샤워와 화장실도 없었다.<뮤지엄 사진>
뮤지엄안에는 수용소 건물을 뜯어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아이 엠 아메리칸”-LA다운타운 일본인 상가에는 자신들이 미국시민이라는 플래카드까지 나붙었고 거리에서는 일본계에 대한 가두심문이 시작되었다. <뮤지엄 사진>
악명 높았던 미서부지역 방위사령관 존 드윗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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