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덩이 여인’이라는 모파상의 단편소설이 있다. 하도 오래 전 읽은 소설인지라 스토리를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대략의 내용은 이러했던 것 같다.
전쟁이 종전된 직후 마차 한대가 귀향길에 오른다. 이 마차 안에는 수녀 두 세 명, 그리고 창녀 한 명이 섞여 있었다. 마차가 국경을 넘어 고국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마차는 국경 초소에서 통과가 거부된다. 그리고 여자 한 명이 자기 품에 안기기 전에는 통과 시켜 줄 수 없다는 초소 대장의 요구가 마차 안으로 전해진다. 이에 마차에 탄 수녀들은 창녀에게 애원에 찬 눈빛으로 호소를 한다. 여자는 자신의 직업이 창녀이기는 하지만 초소 대장이 적국의 정복자인데다가, 수녀를 위시한 주위 다른 승객들이 은근히 자신을 종용하는 것에 모멸감과 거부감을 느끼고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여자는 결국 전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기분으로 초소 대장에게 안긴다.
여자의 희생의 대가로 마차는 무사히 국경을 건너게 된다. 그런데 마차가 국경 초소를 빠져 나오자마자 여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녀들의 경멸에 찬 차가운 눈초리와 자신을 외면하는 다른 승객들로 인해 그만 좌절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40~50년 전에 읽었던 이 단편소설이 내가 10여 년 전부터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동안 줄곧 내 머리 속을 떠난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은 휴일이라며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기도 하고 교인들은 안식일인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친교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식구들과 같이 외식을 하거나 혹은 시장이나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 같은 직종의 종사자들에게는 일요일이 가장 바쁘고 중요한 날이기에 일요일을 지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일요일에도 묵묵히 일하는 우리 같은 이들이 있기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을 지키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대로 자부심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고 따뜻한 말로써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 주시며 동시에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교회 일에 열심이신 분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무던히 받아내야 하는 고초도 있다.
일요일을 지키지 않고 일하는 우리들에게 구원을 받을 수도 없는 한심한 인간들이라는 듯한 책망의 눈길을 보내는 그들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노라면 마치 하얗고 길다란 목을 높이 쳐들고 있는 학이 고고하고 어쩌면 도도하기까지 한 눈 빛으로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우리들을 까만 까마귀처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바로 내가 모파상의 비계덩이 여인에 나오는 그 여자 같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어쩌면 내 마음속에 어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쳐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다 얼마전 일요일 버지니아의 랭글리 고등학교에서 나에게 실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400여명의 신도를 가진 맥클린 한인 장로 교회에서 고전극 시집가는 날의 막을 올렸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다가 그날 참석했던 우리 전부를 하나로 만들어 놓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전문 연극인 못지 않은 그들의 대사나 몸짓에서 우리들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 무대 장치를 비롯한 의상, 소품 등의 자잘한 것들에도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정성을 쏟았는지 그리고 또 그리고 말이다.1,200명이나 되는 엄청난 대 식구의 친교를 위하여 어느 생일, 환갑 잔치 부럽지 않은 음식을 마련한 것. 이것은 400여명의 성도들이 정말 하나가 되어 몇 개월을 정성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것 말이다.
나는 이번 맥클린 한인 장로 교회에서 보여준 연극 공연이야말로 교인들이 가져야 할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교회가 안으로 성숙하게 되어 가면서 밖으로 가장 훌륭한 전도 사업이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맥클린 한인 장로 교회 여러 성도님들 참으로 대단들 하십니다 라고 해야겠습니다. 이 감격이 그날의 관객만 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앵콜 공연 꼭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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