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체포,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마다 던지는 화두다.
’공포 공화국’의 종막이다. 뉴스위크의 지적이던가. 사담이라는 기나 긴 공포로부터 해방된 이라크인들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국가건설을 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부시 시대 4년 연장을 의미하지, 아마. 사담체포 보도가 전해지자 민주당 쪽에서 나온 탄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선 향방에 그 만큼 영향이 크다는 거다. 내려가던 부시 지지율이 다시 치솟는다. 민주당 측의 신음 섞인 반응이 이해된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힘을 받게됐다. 일방주의의 횡포다. 제2의 월남이다. 부시 행정부의 전후 이라크 처리를 둘러싼 그 동안의 비판이고 독설이다. 그 소리가 잠잠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건 다른 게 아니다. 민주주의에 의한 항구적 세계평화 정착을 향한 한 걸음일 뿐이다. 후세인 체포에 대한 또 다른 의미 부여다.
얼마 전까지 45명이라고 했다. 그게 이제는 43명이 됐다. 두 명이 권좌에서 쫓겨나서다.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그리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다.
이 43명이란 ‘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다. 이 악의 체제들이 무너지고 민주제도가 들어설 때 지구촌은 진정한 평화를 맞게 된다. 사담 체포는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어쩌면 반드시 지나야할 여정이다.
’팍스 디모크리티카’ 주창자들이 후세인 체포를 보는 시각이다. 독재체제를 민주주의로 대체시키는 건 이들에게 있어 단지 인권문제만이 아니다. 전 세계안보, 세계 평화와 직결된 문제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온갖 참상. 기근, 난민·빈곤·환경악화·부패· 전쟁·인류학살, 테러리즘. 이것들을 독재라는 악의 깊은 그림자 안에서 자란 독초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독재자가 그 악의 뿌리라는 거다. 독재자 제거는 그러므로 바로 그 악을 뿌리 채 뽑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성서가 뒷받침하고 있으니까’-. 한 유대교 랍비의 찬조 발언이다. 그에 따르면 강력한 지도자, 카리스마의 지도자가 출현한 시기를 고대 유대전통은 항상 문제를 향해 달려가는 시기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 일은 … 때에 된 것이니(And it came to pass in the days of…)로 서술되는 챕터가 바로 그런 시기로 창세기 14장 서두에 나오는 시날 왕 아므라벨은 유대교 전통에 따르면 성경 역사상 최초의 독재자 니므롯과 동일시된다는 것이다.
에스더서 역시 같은 형식의 서술로 시작되는 챕터로, 이렇게 시작되는 성경은 비극과 파괴의 메시지로 일관된다는 것이다. 에스더서는 인류학살의 위험을, 창세기 14장은 최초의 세계 대전을 각각 그린 것으로 이 같은 엄청난 비극, 철저한 파괴의 뒤에는 독재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한가지 메타포가 숨어 있다. 바벨탑을 쌓아 하늘 끝까지 오르려는 독재자, 그 모습에서 사단의 형상이 발견된다는 거다. 자신을 신격화 해 섬기기를 강요하는 지도자에게서는 그러므로 최악의 것, 다시 말해 사단적 요소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충고다.
결론은 이렇다. 독재는 반(反)인류 범죄라는 것이다. 하긴 구약시대까지 거슬러 갈 필요도 없다. 20세기의 역사, 다름 아닌 인류 대학살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수천만을 학살했다. 히틀러는 600여만의 유대인을 독가스실에서, 또 인체 시험용으로 학살했다. 모택동도 수천만 중국인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 루안다 대학살, 보스니아의 인종청소. 많게는 백 여만, 적어서 수십 여만이 무참히 도륙됐다.
최악의 범죄들이다. 혁명의 이름으로, 때로는 새로운 질서 구축의 이름으로 자행된 이 반인류 범죄들을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예외 없이 전체주의체제, 일인독재체제하에서 이루어진 범죄라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체포는 무엇을 의미하나’-.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거기에 한마디를 더 붙여서. ‘한국인들에게는…’
사담 후세인 체포는 김정일에게 불길한 시그널을 던지고 있다. LA 타임스 기사다. 뭔가 상당히 시사적인 메시지다. 소련체제 말기 헝가리의 자유화를 직접 목격한 전 미국대사 마크 팔머는 더 구체적 시사를 던진다. 지구상의 독재자들은 늦어도 2025년까지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곧 새해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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