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로 목사 <화백문학 미주지부 부회장, 워싱턴 문인회 회원>
1950년 8월은 낙동강을 연하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낙동강 전선이 무너지면 우리 나라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북한군 13사단은 대구를 점령하고 계속 남하하기 위하여 대구 북방 50키로 지점인 다부원 지역까지 도달하였다. 이들은 전차와 122미리 곡사포 등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아군은 대구를 사수하기 위하여 미 25사단 27연대와 백선엽 장군이 이끈 한국군 1사단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고 있었다. 주로 유학산과 가산의 고지는 한국군이 방어를 맞고 다부원 계곡과 저지대는 미군이 맡아 적과 대치하였다. 약 8일간의 이 지역 전투에서 북한군은 수천명의 전사자와 천명이 넘는 포로가 잡혔다. 이때 북한군 13사단 포병연대장 정봉욱 중좌(중령)가 백기를 들고 지도철이 든 가죽가방을 어깨에 메고 단신으로 귀순하기도 하였다. 그는 나중에 육군 소장까지 진급하여 육군3사관학교 초대 교장이 되어 생도들을 혹독히 훈련한 장군으로 악명이 높았다.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다부원 전투에서 적 13사단의 붕괴는 북한이 낙동강 전선을 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1972년 여름 나는 다부원 전투지역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야영을 위해 참호를 파게 되었다. 야전삽으로 참호를 파는데 뼈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정해진 지역에만 참호를 파야했던 나는 계속 흙을 파야했다. 해골이 나오기도 했다. 그 날밤 나는 그 뼈들과 경계도 서야했고, 지쳐서 잠이 들기도 했었고, 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를 생각하며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었다. 민족끼리 싸워야 했던 우리 역사와 살기 위해 앞으로 싸워야 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착잡했던 그 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
이 다부원 전투지역을 시인이 방문하여 <다부원에서>라는 시를 남겼다.
“한달 용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구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량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軍馬)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옆에 쓰러진 괴뢰전사 //일찌기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젠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안식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다부원 전투에서 1사단 소속 배상섭 상사는 9명의 수색대원을 이끌고 북한군 13사단 사령부를 야간의 침투하여 수명을 사살하고 북한군 3명을 포로로 잡아왔다. 당시 20대 중반의 백선엽 사단장은 그 공을 높이 칭찬하고 5만원의 상금을 주었다는 일화가 한국군 전쟁사에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시 속에는 우리 역사의 이야기가 있다. 죽음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리고 개인의 추억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다부원의 시를 읽으며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들 생각이 난다. 앞으로 파견될 한국군 장병들에 모습도 떠오른다. 이들이 역사의 한 순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현실 앞에서 기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발견한다.<다부원(多富院)을 한국전쟁사에서는 다부동(多富洞)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