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만이 불을 사용할줄 안다. 불의 발견으로 인류는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 중에도 식사의 변화는 야생동물의 그것과 큰 차별화를 이룬다. 즉 화식과 생식이 그것이다.
화식은 모든 음식 재료를 불로 죽인 후에 먹는 것이고 생식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화식은 맛을 중시하는 요리라는 것을 발전시켰다. 지지고, 볶고, 튀기고, 찌고, 굽고, 모두 화식의 조리 방법이다. 생식의 요리는 진열이 고작이다. 튀겨서 맛있게 된 요리는 과식을 부른다. 맛이 있다는 것은 배가 부른데도 필요 이상 더 먹도록 유도되기 때문이다.
몸에 들어가는 양이 많아지는데 비해 편리를 주장하는 현대 생활은 자동차며 리모트 콘트롤 같은 편리(?)한 기계들이 몸의 활동을 축소시키고 있다. 그러니 요즘은 사회문제화 된 비만을 초래하는 것이다.
생식은 요리에 비하면 소박한 맛(?)은 있지만 혀를 유혹할 만큼 짜릿한 맛은 없다. 그 소박한 맛은 사람 사는 맛이 안 난다며 작심 사흘에 짜릿한 맛으로 환원되기 일쑤다.
철저한 생식 실천가인 나의 고모님은 우리 집에 오실 때면 늘 생식을 식사로 준비해 주신다. 몇 번 시도해 본 결과 먹고 난 다음날 전혀 위에 부담이 없는 것이다.
사실 나는 건강한 편이어서 소화에는 걱정 않고 사는 편이지만 그 편안함은 현저한 차도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생식은 먹고 난 다음이 편한 음식이었다.
다음 날, 조깅할 때 다리가 훨씬 가볍다고 느끼는 건 내가 너무 센서티브한건가? 하여튼 자연에서 생식을 하는 야생동물이 가축에 비해 더 활동적이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소위 기가 살아있다고나 할까?
요즈음엔 생식 붐이 불어서 봉지에 생식가루가 들어져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생식 방법은 물이나 우유에 타서 후루룩 간편하게 들이키는 인스턴트 생식과는 좀 다르다. 나의 생식은 곡식가루 위주의 생식이 아니고 날채소 위주의 생식이기 때문이다.
Helen Nearing의 책 <소박한 밥상> 중에서 “Henry Thoreau(1817~1862)는 채소 보다 곡류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자신들(Mr. and Mrs가 모두 백살 가까이 살았음) 보다 장수할 수 없었다”고… “그 이유가 자기들은 채소를 많이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쓴 것을 읽은 일이 있어서 아침이면 뒷마당에서 내가 기른 소채들을 잘 씻어서 주식이 소채이고 곡식가루가 양념이랄 만큼의 비율로 먹는다.
생곡식가루 또한 현미를 물에 담궈서 이틀 정도 놓아두면 싹이 트는데 이 때 커피 그라인더 같은 작은 믹서기에 조, 오트밀, 보리 따위를 섞기도 해서 갈아먹는다. 시판 인스턴트 생식가루 보다 더 신선한 셈이다. 4인분 식구라도 단가는 몇 십전도 안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생식을 하고 나니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 먹었는가 하고 물었더니 우유나 물에 타서 한잔 쭉 들이킨단다. 소화가 되기 위해서는 각 음식에 맞는 소화효소가 필요하다. 이 사람이 아침에 마신 곡식가루는 Carbohydrate인데 Carbohydrate는 Ptyalin이라는 주로 입 안의 침에서 나오는 소화효소가 필요하다.
이 Ptyalin은 위산과 같은 강한 산성액을 만나면 그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오래 입안에서 침과 섞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물에 타 후루룩 마셔 버렸으니…
반면 Protein인 고기나 생선회 따위는 Pepsin이라는 강산성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것은 위장에서 나온다. 때문에 이가 시원치 않아서 질긴 고기를 어떻게 씹지도 않고 삼켜도 저렇게 위가 탈이 없나 생각되지만 소화시키는 소화 효소가 다른 때문이다.
효소는 살아있는 생물체는 아니지만 열이나 산, 알카리 따위에 쉽게 파악된다. 그런데 화식은 이 소화효소들을 파괴시켜 기능을 떨어뜨린 후 먹는 것이다. 이 소화효소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음식을 분해해서 흡수할 수 있게 세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맛있다고 과식까지 하게 되면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것이다. 소화 안된 음식이 장기라는 파이프가 허는 것이 위병이고 직장암이다. 내시경은 정기검진의 필수일 만큼의학이 발달해 있는 요즈음 현대인들에겐 위와 대장에 문제가 많다. 나는 이럴 때면 굶는다. 그러면 곧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은 나의 변함없는 신념이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 이건 우리 모두의 바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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