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교과과정 2개 국어 번갈아 교육...타문화 이해도 가능
한인 1.5세.2세. 주류사회 학생도 한국어 체계적 학습
뉴욕 한인사회는 다가오는 2004년도에 반드시 이뤄내야 할 커다란 교육과제가 있다.
지난 7월부터 논의가 시작된 `한·영 이원언어학교’ 설립이 바로 그것이다.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한인 및 주류사회 학생들에게까지 한국어와 영어를 교육할 수 있는 이원언어학교 설립은 이민자 사회가 이 땅에서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이라 할 수 있다. 이원언어교육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정의
이원언어학교를 영어로 표기하면 `듀얼 랭귀지 스쿨(Dual Language School)’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이원언어’로 칭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원언어 이외에도 `투웨이 랭귀지(Two Way Language)’라는 뜻으로 `양방 언어’ 또는 `쌍방 언어’로 부르기도 한다.
■특징
이원언어교육과 기존의 `이중언어(Bilingual)’ 교육은 방법론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중언어교육은 기본적으로는 영어수업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이민자 학생들이 미국학교의 필수 교과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그들의 모국어를 보조 수단으로 수업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모국어는 보조언어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이민자 학생들이 영어를 빨리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각반별로 한 명의 교사가 모든 수업을 책임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이원언어교육은 이민자를 포함, 주류사회 모든 학생들에게 영어와 제2외국어를 동일한 비중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일반 교과과정을 2개 국어로 번갈아 교육하며 단순한 언어교육 뿐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교육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이원언어교육은 오전·오후로 나눠 2개 국어를 번갈아 가며 교과과정을 교육하거나 하루씩 요일별로 언어를 바꿔 수업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2개 언어로 교육하기 때문에 언어영역별로 학급 당 2명의 교사가 기본적으로 배치되며 모든 수업은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다.
이외 ESL 교육은 이중언어나 이원언어와는 또 다른 차원의 교육법이다. 이민자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이중언어와 같지만 모든 수업을 쉬운 영어로만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중언어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인 목적은 이민자 학생들의 빠른 영어습득에 있다.
■장점
이원언어교육은 모국어와 제2외국어를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다. 한·영 이원언어교육이 실시되면 한인 이민자 뿐 아니라 한인 1.5·2세들, 나아가 주류사회 학생들에게까지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 한국어나 영어 구사능력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교육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민자 학생 입장에서는 미국 교과과정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한인 1.5·2세들에게는 한국어를 통한 뿌리교육과 정체성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주류사회 학생들 역시 흔한 서반아어보다는 한국어 교육을 통해 타 학생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된다.
뉴욕시 교육국 산하 이원언어국의 헤수스 프라가 국장은 가정에서 모국어를 사용한다해도 공립학교 이원언어교육을 통한 언어구사력과는 학구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한인학부모들이 기억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필요성
뉴욕시 이중언어교육국 권현주 연구관은 한·영 이원언어교육은 한글의 세계화 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스타이브센트 고교에서 한국어를 담당하는 뉴욕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이재홍 교수도 일류대학 졸업생이라도 영어만 잘하는 한인보다는 한국어와 영어 구사가 원활한 학생들이 주류사회에서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영 이원언어학교 설립을 최초로 제의했던 존 리우 뉴욕시의원도 그동안 이민자 학생의 교육정책은 라틴계 학생 위주였다. 중국계와 한인 등 아시안 학생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아시안 문화권이 소외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디까지 왔나?
지난 7월 최초로 한인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뒤 10월 첫 한인사회 공청회를 가졌고 11월에는 설명회도 열렸다. 그동안 뉴욕교사회, 뉴욕한인회, 플러싱한인회 등이 적극적인 동참을 약속한 바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효과적인 언어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설립을 우선 고려하고 한인학생 밀집지역인 리전 3학군내 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뉴욕시 입장
뉴욕시는 이원언어교육을 포함, 영어학습자를 위한 2,000만 달러 예산 지원을 발표한 바 있어 자금보다는 한인커뮤니티의 열의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는 현재 기존 66개의 서·영 프로그램, 2개 중·영 학교 이외 한국어 등 13개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인사회의 과제
첫해 한·영 이원언어학교 설립에 필요한 최소 등록정원은 50명으로 2개 학급 규모다. 우선 유치원생 또는 유치원과 1학년생 대상으로 등록생을 모집, 2004년 가을학기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 학교건물이나 부지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임시 건물을 빌려 사용할 수 있고 부지가 확정 되는대로 교사를 새로 건축하거나 건물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학교 설립이 불가능해질 경우 기존 초등학교 가운데 한·영 프로그램 유치를 원하는 학교를 선택, 특별학급으로 시작해 추후 별도 학교로 분리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만간 학교 설립 추진 준비위원회를 공식 구성, 체계적인 홍보활동과 학교 부지 또는 건물 물색, 교사확보, 한국어 교재 선택, 학생 모집 등 단계적으로 시교육국이 원하는 조건들을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한인사회는 초등학교 설립을 시초로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한국어 교육의 기틀을 세워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스타이브센트 고교나 브롱스 과학고에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정식 채택돼 있긴 하지만 한국어 교육을 조기에 체계적으로 받지 못할 경우 언어학습에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한인교사회 이정혜 회장은 이 모든 작업은 학부모와 지역사회 관심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원언어·이중언어·ESL 다른 점 비교 분석표
Dual Language 이중언어 ESL
목적 완벽한 2개 국어 구사 및 다문화 교육 이민자 학생의 영어습득 이민자들의 영
어습득
대상 주류사회 및 이민자 등 대상 한계 없음 이민자 학생 이민자 학생
지도교사 교사 2인이 공동으로 번갈아 수업 교사 1인이 수업 교사 1인이 수
업
교육내용 일반 교과과정 및 외국어교육 일반 교과과정 및 영어교육 일반
교과과정 및 영어교육
교육방법 2개 국어를 시간별 또는 요일별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필요할
쉬운 영어로만 교육
번갈아 가며 교육 경우 모국어를 보조수단으로 사용
장점 세계화에 발맞춘 외국어 교육 빠른 영어 습득 빠른 영어습득
사회진출 시 경쟁력 구축
언어 및 타문화에 대한 이해
LA는 6개교서 프로그램 운영
서.영 프로는 뉴욕시내만 66개
■중·영 이원언어학교 사례
1998년 설립된 PS 184초등학교는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 교육하는 전국 최초의 초등공립학교다. 유치원 등록생 40명을 시초로 현재 5학년까지 총 320명이 재학 중이다.
시내 5개 보로내 학생 모두에게 등록이 개방돼 있으며 연방교육국에서 첫 3년간 52만6,000여 달러를 별도 지원했다. 전체 재학생 중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은 22%, 나머지 78%는 한국어와 달리 중국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어 교육만으로도 난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 시내 공립학교 중 4학년 영어성적이 5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뉴욕시는 올 가을 맨하탄 차이나타운에 중·영 이원언어 고등학교를 추가 설립했으며 이에 중국커뮤니티는 중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LA 한영 이원언어학교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한·영 이원언어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992년 LA 폭동 이후 인종 갈등을 없애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초·중·고교 등 총 6개교에서 한·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600여명이 등록돼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기존 학교내 한·영 학급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가을 뉴욕에 학교가 설립될 경우 한·영 이원언어학교로는 미국 최초가 될 전망이다.
■서·영 이원언어학교
뉴욕시내에는 서반아어와 영어로 교육하는 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이 총 66개 운영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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