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는 가장 큰 이유는 ‘즐겁다’는 것. 그리고 ‘운동이 된다’는 사실이다.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다 보면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고 체력소모가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상체까지 격렬하게 흔들다보면 한 곡만 추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뿐 아니라 전신운동이 절로 된다. 볼룸댄스(Ballroom Dance)라는 명칭 대신에 ‘댄스스포츠(Dancesport)’라는 용어 사용이 권장되고 이제 춤은 사교 목적보다 신체단련을 위한 ‘운동’이라는 측면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 이상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에 등장하는 정숙한 교수부인의 춤바람이 아니라 운동 삼아 즐기는 유쾌, 상쾌, 통쾌한 신바람이다. 춤에도 유행이란 게 있어서 부부애가 좋아진다는 볼룸댄스에서 시작해 한동안 살사, 자이브, 차차차 등 라틴댄스로 관심이 옮겨지더니 요즘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재즈댄스의 열기가 뜨겁다.
<하은선 기자>
몸을 던지듯이, 발은 좀더 쭉 뻗고, 허벅지까지 하늘을 향해 올리고.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수요일 오후 유니 모던재즈 댄스스튜디오(대표 주연희)에는 춤이 있어 건강한 사람들이 모였다. 경쾌한 리듬에 몸을 맡기며 과격한 몸짓도 마다 않는 이들은 대부분이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여성들. 오전10시부터 오후8시까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춤을 가르치는 댄스강사 주연희씨도 나이를 묻는 질문에 ‘만년 마흔 살’이라며 웃지만 알고 보면 백발이 무성한 할머니다.
개설중인 댄스 클래스도 다양해 모던재즈, 재즈댄스, 라인댄스, 댄스스포츠(룸바·차차차·삼바·살사·자이브·왈츠·탱고·퀵스텝·폭스트롯)등 원하는 춤을 선택해서 연습할 수 있다.
’리듬에 빠져든 몸의 희열’, ‘일에 매몰된 숨가쁜 인생의 탈출구’, ‘삶에 대한 열정의 분출’ 등 춤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강조하지 않아도 ‘혈압이 뚝뚝 떨어진다’ ‘척추 통증도 잊을 수 있다’는 말들로 춤이 지닌 효과는 충분히 설명된다.
춤에 대한 주변의 색다른 시선 때문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던 시대는 지났고 아내가 춤바람이 났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예 이참에 부부가 두 손 꼭 잡고 춤바람이 나보는 것도 골프하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3월부터 재즈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민정(50대 후반)씨는 10년 전에 남편과 웨스트모어에서 볼룸댄스를 배운 적이 있고 골프 필드에도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지만 재즈 댄스만큼 건강에 좋은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고혈압이라 항상 몸조심을 했는데 재즈 댄스를 시작하고 난 후 혈압이 뚝 떨어져 건강에 자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출신인 홍옥자(56)씨도 운동을 하라는 주위의 권유에 여러 가지 스포츠를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음악에 맞춰 하는 스포츠라 그런지 재미가 그만이라며 일주일에 3회씩 모던 재즈를 추고 인도춤, 스페인춤 개인교습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인근에는 춤을 배울 수 있는 댄스 스튜디오들이 꽤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댄스교실부터 미국인과 어울려 배울 수 있는 댄스스튜디오까지 다양하며 강좌도 재즈댄스, 라인댄스, 댄스스포츠 등으로 나뉘어 개설돼있다.
<댄스스포츠>
볼룸댄스로 알려져 있는 ‘댄스스포츠’는 남녀가 한 쌍을 이루어 추는 사교 댄스에 스포츠 요소가 가미된 춤이다.
아로마 센터 내 댄스스포츠 강의와 수지김 댄스스포츠를 운영하는 수지 김(구 김충 볼룸댄스)씨에 따르면 댄스스포츠의 멋은 신체의 대근육을 활력 있게 움직이는 스포츠성, 음악의 리듬을 타는 율동감, 파트너와의 호흡을 맞추는 일치성, 스텝연결과 표현의 창의성, 그리고 아름다운 의상과 남녀의 정중한 예절 등이 함께 어우러진 예술성에 있다.
또 댄스스포츠는 왈츠·탱고·퀵스텝·폭스트롯(줄여서 트롯)·빈왈츠 등 모던볼룸댄스(스탠더드댄스)와 룸바·차차차·삼바·파소도블레·자이브 등의 라틴아메리칸댄스로 나뉘어져 있어 다양한 춤을 즐길 수 있다.
열심히 바쁘게 살아온 삶에 ‘멋지고 아름답게’라는 수식을 더하고 싶어 남편과 함께 볼룸댄스를 시작했다는 이인수씨는 끌어주고 밀어주고 파트너의 공간을 만들어주며 춤을 추는 모습은 ‘인생의 동행’인 부부라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우리는 두 손 꼭 잡고 춤바람난 부부라고 자랑했다.
한인이 운영하는 댄스교실은 아니지만 한인 살사 클럽의 모임장소인 ‘3가 댄스(3rd Street Dance)’는 살사, 스윙, 탱고, 린디합, 룸바 등 다양한 클래스가 시간 별로 있어 한인들도 많이 찾는 댄스 스튜디오다.
해마다 연말이면 회사 송년파티에서 댄스경연대회가 열려 지난 여름 큰 맘 먹고 3가 댄스에 등록했다는 제임스 박(40)씨는 처음 스텝을 밟을 때는 왠지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손을 맞잡은 파트너의 몸짓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리듬에 몸을 내맡길 줄 알게되니 춤추는 자체가 즐거워졌다고 한다. 요즘 박씨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춤은 라틴댄스 살사와 지터벅(일명 지루박). 살사 클래스를 통해 메렝게, 차차차, 맘보까지 배울 작정이라는 박씨는 아직 초보단계지만 살사를 추다보면 삶과 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샘솟는다고 덧붙였다.
춤을 배우다 보니 음악 공부까지 하게 됐다는 박씨는 한국에서 지루박으로 알려져 있는 지터벅은 원래 베니 굿맨의 콘서트에서 그의 연주에 열광한 10대들이 객석 통로에 서서 미친 듯이 춤을 춘데 기원하는데 이후, 스윙 음악만 듣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스윙광이라는 뜻과 더불어 ‘지터벅’이 됐고 지터벅의 변형이 부기우기, 스윙, 린디합, 그리고 자이브인데 요즘은 ‘자이브’가 이 춤들을 포함하는 명칭이라고 한다.
<재즈댄스>
댄스스포츠는 남녀가 한 쌍을 이루어 추는 스포츠 요소가 가미된 사교 댄스인 반면, 재즈댄스는 혼자서 일정한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춤을 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뮤지컬영화 ‘시카고’에 삽입된 음악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틀어놓고 혼자서 한바탕 춤을 춘 다음, 집안 청소에 들어간다는 이은정(32)씨에게 재즈 댄스는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다.
둘째를 가지면서 체중이 30파운드가 불었는데 출산 후 저울에 올라갔더니 아기 무게를 포함해 딱 12파운드만 빠진 것에 충격을 받고 남편에게 등 떠밀려 운동을 시작했다. 어차피 다이어트를 위해 하는 운동인데 기왕이면 번거롭고 지루한 것보다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춤이 좋겠다는 생각에 재즈 댄스를 선택했다는 이씨는 정확히 8개월만에 본래의 몸매를 되찾았다.
이씨는 캐더린 제타-존스가 임신 중에도 과격한 춤을 자신 있게 소화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재즈 댄스를 제대로 추려면 몸이 찢어지는 고통 정도는 감수해야 돼요라고 덧붙였다.
재즈 댄스는 다양한 형식의 재즈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춤으로 재즈 리듬을 몸에 익히려면 충분한 훈련과 연습이 요구되고 재즈음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재즈가 흑인 음악에서 유래한 것처럼 재즈댄스 역시 흑인들의 아프리칸 댄스를 주축으로 하고 여기에 백인들의 댄스를 접목해 완성된 춤이다. 라틴풍의 맘보, 룸바, 삼바와 미국 현대풍의 찰스모던, 모던댄스, 탭댄스, 그리고 클래식풍의 발레와 왈츠 등 여러 가지 춤의 요소가 들어있어 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무리가 따르므로 기본부터 착실히 연습해야 한다.
한인 댄스 스튜디오에서 강습하는 재즈 댄스는 모던 재즈 스타일이 대부분이며, 음악도 굳이 재즈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빠른 템포의 한국 가요들을 틀어 놓고 연습을 한다. 모던재즈는 클래식 발레의 경향이 강한 재즈 스타일로 클래식 발레처럼 자세를 미리 정해놓고 춤추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 추는 것도 아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정해진 규율이 있다.
유니 댄스스튜디오의 주연희씨는 음악을 틀었을 때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거나 고개를 흔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며 격렬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음악에 심취되는 춤으로 같은 곳을 가지고 춤을 추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춤추는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 인근 댄스 스튜디오>
▲유니 모던재즈 댄스 스튜디오(621 S. Virgil Ave. 5F. LA) 월·수·금 오전10시-오후8시(모던재즈), 화·목·토(재즈댄스) 화·목(댄스스포츠) (213)361-7600
▲수지 김 댄스스포츠(3750 W. 6th St. #205, LA) 일요일 오후3시(댄스스포츠 초급) 오후4시30분(중급) (213)385-8508
▲아로마 센터 내 댄스스포츠(3680 Wilshire Blvd. LA) 월요일 오후7시 (213)387-2111
▲3가 댄스(3rd Street Dance, 8558 W. 3rd St. LA) 월·목요일 오후7시(스윙, 살사 초급) 화요일 오후7시30분(탱고) 화·수요일 오후8시(볼룸댄스) (310)275-4683
▲우노 스튜디오(2815 Chesapeake Ave. LA) 월·수·금요일 오후7시(성인재즈) 화·목요일 오후7시(초보) (310)383-7554
▲샨 정 스포츠댄스(24827 S. Western Ave, Lomita와 607 S. Western Ave, LA) 월·목요일 오후7시 (310)375-6403
▲앨리스김 댄스스튜디오(4500 Don Rodolfo Pl, LA) 사교 댄스 그룹지도 (323)296-0569
▲김댄스스튜디오(1101 S. Vermont Ave #201, LA) 사교댄스 개인교습 (213)38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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