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Critical Thinking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밖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사람이 걸어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집안에는 불을 피워 따뜻한 방에 뜨거운 국을 연상케 하는 그런 날씨였다. 소크라테스(Socrates)의 부인 잔팁(Xanthippe)은 따뜻한 방에 뜨거운 국은커녕 당장 그 날 저녁 끼니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오늘도 별의별 짓을 다하여 저녁을 지어보려고 하였으나 이제는 누구에게 양식을 꾸어올 만한 곳도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신세를 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도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잔팁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가장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자기가 아니고 자기 남편 소크라테스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 남편은 어디를 갔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오늘도 밖에서 누구를 불러다 놓고 가르치고 있겠지? 잔팁은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르친다면 남들처럼 강연이라도 하고 연설을 퍼붓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잔팁이 자기 남편이 가르친다는 것을 구경 갈 때마다 늘 목격하는 것은 누구를 가르치기는커녕 그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자꾸 무슨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또 질문을 받은 그들은 또 무엇이라고 답을 하면 소크라테스는 또 질문을 하고… 다시 말하면 소크라테스가 소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그저 질문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사실 소크라테스의 글은 그 자신이 써놓은 것은 없으며, 그의 수제자 플라토(Plato)가 쓴 것임).
또 오늘도 무슨 질문이나 하고 돌아다니는지,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번에는 자기가 꼼짝도 못할 질문을 내가 하리라!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소크라테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잔팁은 소리쳐 물었다.
오늘 저녁 우리는 뭘 먹을 거요?
우리는 어디서 잘 거요?
잔팁이 하도 큰 소리로 호통을 쳐서 묻는 바람에 온 동네사람이 다 뛰어나와 무슨 불이라도 난 줄 알고 모여드는 소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아주 정중하게, 또 침착하게 이렇게 답을 했다.
첫 질문에는 우리는 저녁에 음식을 먹으면 될 일이고, 둘째 질문에는 우리는 방에서 자면 되겠구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진 그 부인은 그 추운 날에 자기 남편 소크라테스를 밖에 세워둔 채로 양동이에다가 얼음물을 하나 가득 채워서 퍼부었다. 구경을 하고 있던 동네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면서 ‘어머나! 아무리 무능한 남편이라도 그럴 수가! 게다가 소크라테스는 맨 발이네! 양말이 다 뭐야! 이 추위에 저 눈 위를 맨발로 다니다니!’ 온 동네의 동정은 춥고 배고픈 부인에게보다는 소크라테스에게 몰리고 있었다. ‘맨 발’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잔팁은 그때야 자기 남편이 맨발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잔팁은 ‘그거 더 잘 됐네!’
그 말 한 마디하고는 눈 위에 선 소크라테스(Socrates)의 맨발에다가 사정없이 다시 한번 양동이 하나 가득 얼음물을 채워서 퍼부었다(이런 에피소드로 그때부터 눈 위에 맨발이 학대, 악처 등의 상징으로 사용이 되어져 왔다).
돈도 일전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저녁은 먹으며, 잠은 잔대! 이렇게 비꼬는 부인의 질문이라기보다는 학대에 그는 화는커녕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어떻게’라고 질문을 할 것이지 왜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했소!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이 랍니다라고 조용히 답을 했다고 전해 오고 있다.
질문에는 크게 2가지의 질문이 있다. 위의 예문에서 잔팁의 첫 질문인 ‘무엇을? 어디서?’라는 질문과 다음은 ‘어떻게?’라는 질문이었다. 이 ‘어떻게’라는 질문도 다시 2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가 있다. ‘어떻게’라는 질문 자체가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으면, 또 이 답도 아주 주관적일 수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주관적인 답을 하려면, 그 답에는 대한 반응도 다르고 또 그 주관을 떠나서 아주 다른 각도로 내다 볼 수 있어야한다.
위에서 본 것같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을 하려고 한다.
1. 첫 질문: 이미 설정된 범위(시스템) 내에서만 답을 하여야 한다. 이 ‘무엇을? 어디서?’라는 질문은 문제에 대한 답은 항상 딱 한가지 밖에는 없다. 이 한가지 정답을 시험을 줄 때는 사지선다. 오지선다,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는 있다. 예: (1)무지개의 색이 몇 개냐? 라는 질문이 있다면, 무지개는 왜 생기며, 그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며, 또 왜 그 모양이 동그랗지도 않고, 네모나지도 않으며 등의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또 다른 질문이 된다. 즉 이것은 정해진 시스템(system),즉 무엇이냐? 라는 하나밖에 없어서 그 system 내에서만 답을 해야 한다. 여기에 따르는 답은 반듯이 정답이라야만 한다. 이런 질문은 사고력에서 외우는 것만 잘 하면 된다. 주입식 교육에서 시험은 주로 이런 식이다.
2. 둘째 질문: ‘어떻게?’ 라는 질문도 다시 두 가지로 분별이 된다.
(a)이런 질문은 어디까지나 각 개인의 취미와 성향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질 수가 있다.
예: 오페라를 즐겨 가느냐? 라는 질문은 언뜻 들으면 ‘네, 아니요’로 답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음악에도 여러 가지 음악이 있는데 이 모든 음악을 어느 정도는 좀 알아야만 그 결과로서 선택의 자유가 부여될 수가 있을 것이다. 만일 즐긴다면 어떤 오페라를 제일 좋아하느냐? 이 질문도 그냥 본 몇 개에서 고른다는 뜻이 아니고 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왜 그 오페라가 좋은지 음악적인 지식이 많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투표에 의하여 된다고들 한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 투표는 막대한 지식이 있어야 이 투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b)이것은 어디까지나 각 개인이나 사회의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판단 능력에는 사물을 깊게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핵심적이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정답이 있는 질문도 자신이 알아야 답을 할 것이고 또 자신의 성향이나 취미는 물론 각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물론 포함이 된다.
예: 남한의 사교육비를 어떻게 줄일 수가 있을까? 이것의 답을 하려면:
1. 이런 질문의 중요 목적은?
2. 이 문제에 답을 하려면 우선 나 자신이 어떤 많은 질문을 해야 하나?
3. 이 문제에 답을 하려면 우선 나 자신이 어떤 정보 수집을 해야 하나?
4. 이 사교육비의 근본적인 개념은? 이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가?
5. 이 사교육비의 근본적인 배경의 이해와 앞으로의 대책은?(Assumption)
6. 이 사교육비의 근본적인 암시는 있는지?(Inferences)
7. 필자의 견해는 과연 어떠한가?
8. 이 사교육비의 감소의 여파는?
위의 질문의 방법(Art of Questioning)은 주로 소크라테스의 질문 방법이라고 하여 소크라틱 질문(Socratic Questioning)이라고 불린다. 논술은 이 소크라틱 질문)에 근본 바탕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쓰는지에 관한 것은 자세히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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