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오페라나 영화를 보러 가느라 늦게까지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10시가 넘을 때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생각만큼 흔치 않은 것이 LA. 타이 타운의 루엔페어(Ruenpair)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문을 열어 한인타운의 해장국집처럼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마음 편한 곳이다. 밤 11시, 자정, 새벽 1시까지 무슨 사연이 있어 아직까지 밥을 못 먹은 것인지 저녁 식사가 늦은 손님들은 계속해서 밀어닥친다.
초록, 보라 원색에 금박이 물린 타이 전통 블라우스를 입은 하늘하늘 개미허리의 타이 아가씨들은 친절한 미소에 서비스도 나긋나긋.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가장 조화롭게 갖춘 그녀들의 수줍은 미소에 반한 걸까. 루엔페어에는 미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질 않는다.
갈 때마다 뭘 먹을까 고민되는 곳이 루엔페어다. 알아보기 좋게 94까지 번호가 매겨진 그들의 메뉴는 가격도 싸고 양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다른 타이 식당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원조 참맛도 제법 된다.
새벽까지 연다는 것 말고도 한인타운 해장국집에 비교하게 되는 것은 술이 확 깰 만큼 시원한 국물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매콤하게 끓인 해물 수프(메뉴 13번)는 꼭 신선로 모양의 냄비에 왁스 램프까지 함께 내주어 식사시간 내내 따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14번 톰염궁(Tom-Yum-Goong)은 새우 한 가지만을 사용한 것이 오히려 더욱 깔끔하다. 15번 코코넛 닭고기 수프(Coconut Chicken Soup)는 코코넛 우유를 넣어 뽀얀 국물에 매콤한 양념을 넣은 것이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인도에서 전래된 카레는 정착된 땅을 달리하면서 각기 다른 맛을 창조했다. 타이의 카레 역시 독특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맛이다. 대나무 죽순에 고기를 넣고 붉은 빛 나는 카레와 고추, 코코넛 우유를 넣은 카레는 진하면서 풍부한 맛. 땅콩 맛이 강한 ‘파 낭(Pa Nang)’도 시도해볼 만하다.
자주 타이 음식을 먹다 보니 이제 가끔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것처럼 타이 식 매콤한 샐러드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파파야 샐러드(Papaya Salad)는 잘게 채 친 파파야와 녹색 콩, 토마토 등 야채에 말린 새우, 라임 주스, 땅콩 가루를 섞은 드레싱을 끼얹은 별미.
주문을 하려니 종업원이 어느 정도 맵게 해드릴까요? 하고 물어온다. 용감하게 아주 맵게.를 외쳤다. 하하! 몰라보시는 모양인데 이 몸은 김치를 먹는 한국인. 타이 식 매운 게 우리 입에 어디 어림 반 푼어치나 있을까 하며 조금은 가소롭다는 듯 주문을 했다. 앗! 그런데!
조금 맵다 싶었다. 매우니 더 맛이 있어 입에서는 얼마나 당겼겠는가. 계속 물을 벌컥벌컥 마셔가며 샐러드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니 입에서는 말 그대로 불이 나 소방차라도 불러야 할 판. 얼얼하다 못해 쓰린 혀에 얼음을 올려놓으려니까 아까 주문 받을 때 정말 가장 매운 것으로 하겠냐며 확인을 하던 종업원이 다 이해한다는 연민의 눈짓을 계속 보내온다. 진즉 경고를 할 것이지.
샐러드 위에는 생 게(Raw Crab)를 더할 수도 있고 생새우 샐러드(Spicy Shrimp Salad)도 맛깔스럽다. 회를 먹는 것이 우리와 일본인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메뉴로 매콤한 소스와 어우러진 게와 새우 맛이 그만이다. 타이 아가씨들은 이런 매콤한 샐러드에는 찰밥(Sticky Rice)이 제격이라고 조언한다. 자그마한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찰밥은 매콤한 샐러드 소스와 찰떡궁합이다.
빼놓을 수 없는 루엔페어의 별미는 송화단 볶음(Black Egg & Basil). 송화단을 고추와 베이즐을 넣어 볶은 것이 어찌나 맛있는지 한 접시를 싹쓸이한다. 중국집에서 냉채 시켰을 때 나오는 송화단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아마 단박에 이 요리가 마음에 들을 것이다. 베이즐 튀김을 추가로 더 하겠냐 물어보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거릴 것. 바삭거리는 베이즐은 튀겨도 그 향이 그대로다.
베이즐과 고추를 넣어 볶은 조개 요리(Sauteed Clams)도 입맛을 돋우는 것이 밥도둑이다. 각종 볶음밥과 국수 종류를 하나 곁들여 일품요리 몇 가지를 늘어놓고 먹자니 임금님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
종류: 타이 음식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11시-다음날 새벽 3시까지. 가격: 4달러95-7달러95. 현금만 받는다. 주차: 몰 내 무료 주차장이 있다. 주소: 5257 Hollywood Bl. Hollywood CA 90027 한인 타운에서 Western Ave.를 타고 Hollywood Bl.까지 올라가 우회전하면 왼쪽으로 타이 타운 내의 루엔페어가 나온다. 전화 (323) 466-0153.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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