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옥
물을 떠오너라.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이 어린 생각시 장금을 훈련하는 첫 과정으로 시키는 것이 아침마다 마실 물을 떠오게 하는 것이다.
한 상궁은 장금이 떠오는 물마다 퇴짜를 놓는다. 어리지만 영특한 장금은 찬물, 더운물, 우물물, 샘물, 약수... 등을 떠오고, 심지어는 물 대접에 수양버들잎을 띄워오기도 하지만 한 상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번번이 다음날 다시 떠오라고 냉정하게 물리친다.
여러 날이 지난 후에야 장금은 한 상궁이 던져주는 작은 힌트 덕분에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고 합격의 물을 떠오게 된다. 즉, 물을 떠오기 전에 마실 사람의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한다는 것이다. 변은 제대로 보는지, 소화는 잘 시키는지, 기침은 안 하는지 등 우선 물을 마실 사람에게 질문을 해서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후에 도움이 될, 혹은 해가 되지 않을 물을 권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한 상궁이 장차 수라간 궁녀가 되기를 희망하는 어린 장금에게 주고자 했던 가르침은 음식을 만들 때는 우선 먹을 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야한다는 것이다. ‘물도 그릇에 담기면 음식’이므로 그리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준 ‘대장금’의 ‘물’ 에피소드를 본지 얼마 안 있어 일본의 대안의학 박사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대하게 되었다. 물을 상대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에 답을 하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물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사진을 통해 설명한다. 실험대상의 물을 얼린 다음 현미경에 나타나는 결정체의 사진을 찍어 비교 분석한다.
유리병에 물을 넣고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여러 나라 말로 타이프해서 핀으로 고정시켜 보여주니 한결같이 정돈되고 깨끗한 형태의 결정이 만들어지고, ‘망할 놈’, ‘짜증나네’, ‘죽여버릴 거야’등의 파괴적인 글을 본 물은 모두 결정을 나타내지 않는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원’을 들려주니 아름답고 잘 정돈된 결정이 만들어지고, 분노와 반항의 언어로 가득한 헤비메탈 곡을 들려주니 물의 결정이 제멋대로 깨어진 형태로 나타난다. 떠난 사랑을 애타게 부르는 우리민요 ‘아리랑’을 들려주니 베토벤의 ‘전원’을 들려주었을 때하고는 또 다른 섬세한 모습의 결정체가 형성된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시켜 물에게 말을 걸게 하니 ‘너 정말 예뻐’라는 말을 들은 물에서는 말 그대로 예쁜 결정체가 만들어지지만, ‘망할 놈’ 이라는 말을 들은 물은 결정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너 정말 예뻐’ 라는 말도 자주 들은 물과 가끔 들은 물의 반응이 다른데 자주 들은 물의 결정체가 훨씬 깨끗하게 형성된다. 그리고 아예 말도 걸지 않고 방치해둔, 말하자면 무시당한 물은 그 결정체의 형태가 찌그러져 나타난다.
이 책은 말하자면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실제로 칭찬과 같은 격려를 통해 신바람이 나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발생하고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켄 블랜차드의 (조천제역)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도 긍정적인 말의 효과를 보여준다. 무게 3톤이 넘는 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에서 조련사는 시종일관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고래가 훈련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도 벌을 주는 대신 즉시 고래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다고 한다. 즉 잘못된 일에 쓰이는 에너지마저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칭찬의 10계명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칭찬할 일이 생겼을 때 즉시 칭찬하라/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칭찬하라/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칭찬할 일이 보인다/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더욱 격려하라/가끔씩 자기 자신을 칭찬하라.
물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되도록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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