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2003년이 역사의 뒤안길 로 사라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3월20일 첫 포성을 울렸고, 세계 곳 곳에선 이라크 저항세력과 알 카에다의 테러공격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으며, 사 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폭염이 맹위를 떨쳐 아시아와 유럽을 강타하기도 했다. 올 1년간 지구촌에서 발생한 주요 뉴스를 정리해본다.
① 이라크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경고하며 압박을 계속해온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은 3월18일 이라크 지도부가 `최후통첩’을 거부하자 19일 전쟁개시 명령을 내렸다. 미국과 영국 연합군은 20일 새벽부터 바그다드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크루즈 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동원한 정밀공격을 통해 4월9일 바그다드를 함락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5월1일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했지만 이라크 저항세력은 `차량폭 탄테러’와 `매복공격’ 등을 통해 대미항전을 계속해 연합군 피해가 증가하는 등 전 쟁은 계속되고 있다. 또 미국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외 반전시위가 멈추지 않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가 이라크전에 반대해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② 사스 파동
중국 광둥성(廣東省) 일대에서 독성 폐렴증세의 괴질이 퍼지면서 시작된 사스 파동은 세계 30여개국에서 8천400여명의 추정환자가 확인되고, 이중 81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올 상반기 내내 맹위를 떨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스 원인균으로 발표하고, 7월5 일 사스 통제를 선언했지만 올 겨울 다시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9월 말 동아시아(일본.북한제외)와 동남아지역에서 사스가 끼친 피해액이 6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사스는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③ 中 지도부 교체
중국은 3월15-16일 헌법상 최고 입법.의결 기관인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 人大) 1차회의를 열어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를 국가주석, 우방궈(吳邦國) 정치 국 상무위원을 전인대 상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상임부총리를 국무원 총리에 선 출.인준하는 등 4세대 지도체제를 출범시켰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유임되어 `수렴청정’의 길을 열어놓 았지만 리펑(李鵬)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리루이환(李瑞 環)전 정협 주석 등 3세대 지도부가 모두 퇴진해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특히 후진타 오 주석은 작년 총서기에 이어 국가주석직에 올라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떠올랐다.
④ 지구촌 테러공포
5월12일 사우디 리야드의 외국인 거주지에서 4건의 연쇄 자살폭탄테러가 발생, 35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W메리어트호텔 폭탄테러(8.5)-바그다드 주재 유엔사무소 차량폭탄테러(8.19)-잉구셰티야공화국 연방보안국건물 폭탄테러(9.15)-바그다드 국제적십자위원회 사무실 폭탄테러(10.27)-이스탄불 유대교회당 연쇄 폭탄테러(11.15)-이스탄불 영국총영사관 폭탄테러(11.20)-이라크 주둔 스페인정보장교.일본 외교관 피격 사망(11.29)-러시아 스타브로폴주 열차폭발사고(12.5) 등 유혈테러가 연중 계속됐다.
⑤ 北 NPT탈퇴와 북핵회담
지난해 연말부터 핵문제와 관련해 `벼랑끝 전술’을 계속해온 북한은 1월10일 핵 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핵동결 해제 수순을 일사천리로 밟아나갔고, 이 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월12일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고, 미국도 대북제재 가능성을 경고하며 대북압박에 나서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의 중재에 따라 북미 양측은 4월23-25일 베이징(北京)에서 3자회담을 열고 이후 8월27-29일 베이징에서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석한 가운데 6 자회담 1차 회의를 열었다. 협상 6개국은 사태악화 행동금지 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공동 합의문 작성에는 실패했고, 2차 회의는 연내 개최하려는 참가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⑥ 中 유인우주선 발사
중국은 10월15일 오전 9시 간쑤(甘肅)성 주취앤(酒泉) 위성발사기지에서 양리웨 이(楊利偉) 공군 중령을 태운 최초의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 발사에 성공해 세계에서 세번째로 `우주클럽’에 가입했다.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은 첨단 과학기술력을 과시하며, 달 탐사 등 본격 적인 우주 대장정에 나섰다는 의미 외에 99년 홍콩의 주권회귀에 이어 오는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이르기까지 중국식 사회주의체제의 선전과 민족주의 고취라는 정치 적 의미도 담고 있다.
⑦ 전세계 反美 물결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반전시위와 함께 미국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비난하는 반미(反美) 시위가 줄을 이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및 아 시아의 이슬람 권역의 반미정서는 그 어느때보다 고조됐다.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3월 말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반전.반미시위가 일부 폭력사태 속에 잇따라 발생했고, 부시 대통령의 7월 아프리카 5개국 순방을 전후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반미시위가 발생했다.
⑧ 칸쿤 WTO각료회의 결렬
세계 통상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9월10-14 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공동선언문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됐다.
회의의 결렬은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유럽연합(EU)과 개도국간 입장 차이로 보이 지만 실제로는 농업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견해차라는게 중론이며, 내년말까지 모든 협상을 마치도록 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⑨ 중남미 좌파정부 잇따라 출범
지난해 말 대선에서 당선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루 시오 구티에레스 에콰도르 대통령의 `좌파정부’가 1월 공식 출범했고, 5월에는 아르 헨티나에서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취임하며 남미의 좌파정부 도미노 현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남미 좌파정부는 선거과정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등 좌파적 기치를 내걸었지만 취임 이후엔 `대중영합주의’적 정책을 포기하고 현실적 노선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통해 경제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같은 좌파 성향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에라 대통령은 야권으로부터 `국민소환’ 요구에 직면하는 역설적 현상도 보이고 있다.
⑩ 지구촌 경제회복 조짐
세계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미국에서는 고용 근로자수가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실업률이 약간 하락하고, 국내총생산(GDP)이 3.4분기에 1984년 이후 최대폭인 7.2% 상승했다. 또 유로권의 2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소폭이긴 하지만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1월26일 올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는 미국, 일본 등 북미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 라고 예측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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