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인 ‘마지막 잎새’는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깊은 메세지를 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뉴욕 그리니치의 아파트에 사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데 그녀는 친구의 격려와 위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너머의 맞은편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쟁이 덩굴의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끝난다는 절망감을 갖는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절한 노화가가 벽에 나무잎 하나를 그려놓아 심한 비바람에도 이 나무잎이 떨어지지 않아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는 이야기이다.
한달이 지날 때마다 한장씩 뜯어낸 달력이 12월이 되어 덩그러니 한장만 남게되니 어쩐지 이 ‘마지막 잎새’와 같은 감상을 준다. 어찌도 세월은 이처럼 빨리 흘러 벌써 1년이 지났단 말인가. 한장 남은 달력마저 사라지면 우리는 영영 이 해를 다시 살 수가 없게 되는데 누가 있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세월을 그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마지막 잎새와 12월의 달력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지막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져도 또 잎새가 있고 12월이 지나도 또 금년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할 이유가 없다.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아쉽고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든 고향이나 직장을 마지막으로 떠난다고 생각할 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이별할 때 슬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물며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심정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런 마지막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새 해가 되어 1월이 시작되었기에 마지막 달인 12월이 있다. 우리의 인생은 고비고비마다 시작과 마지막을 수없이 겪었다. 그리고 인생 자체도 마지막을 겪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직장과 사회생활을 통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젊은 시절에 생명을 다바쳐 사랑했던 연인들과 고운 정 미운 정이 다 들었던 부부들도 세월따라 이별을 하게 되면 소식조차 모르고 기억조차 희미하게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장례식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를 전송하게 되는데 이것이 한 인생의 결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이 마지막이 잘 마무리 되어야 한다. 마치 도공이 정성들여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다가 마지막에 손길 한번 잘못 하면 허사로 돌아가듯이 사람도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속에서 마지막에 좋은 사람을 만나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함께 하나뿐이라는 마지막 잎새의 메세지도 아주 의미심장하다. 세상에 무엇이든지 많이 있으면 귀중하지 않다. 희소가치라는 것이 그것이다. 오래된 보물급 골동품의 품질과 예술성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어디에도 있고 누구나 가지고 있다면 결코 귀중한 문화재가 되지 못한다. 희소가치 중에서도 그 자체로 귀중하면서도 단 하나밖에 없
다면 그야말로 귀중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생명이 여럿이 있다면 생명이 그렇게 귀중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날수 없는 생명이기에 살아있는 생명이 존엄하고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귀중한 것은 하나인 것이 많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도 하나이고 종교에서 신앙하는 신도 유일신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일 뿐이며 배우자도 한사람인 것이 원칙이다. 마지막과 하나는 이렇게 공통점이 있다.
이 12월은 금년의 마지막 달이고 하나밖에 없는 금년 12월이다. 다시는 우리가 살 수 없는 이 달을 의미있게 보내야 할 것같다. 지난 한 해동안 잘못되었던 일은 모두 잘라 버리고 잘된 일만 가지고 새해로 가면 된다. 그러니 어디 금년 12월만 마지막 달이고 하나밖에 없는 달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월이 마지막이고 하나뿐인 시간일진데 마지막 잎새처럼 운명과 희망을 걸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 해를 보내면서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기 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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