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굽는 솜씨 소문 자자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지만 역사라는 주제가 언급되면 풀썩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골동품에 대한 집착도 결국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 부재의 도시에서 퍼시픽 다이닝 카(Pacific Dining Car)와 같은 레스토랑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곳이다.
퍼시픽 다이닝 카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21년, 프레드 쿡(Fred Cook)의 본래 꿈은 오페라의 테너가 되는 것. 그런 가운데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변했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그는 앞날에 대한 계획을 대폭 수정해 아내 그레이스와 함께 남가주로 이주한다. 기차를 개조한 고향 땅의 식당을 자주 찾던 그는 이와 꼭 같은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결과는 엄청났다.
야채수프와 톡 쏘는 맛의 스테이크 소스, 프레드의 스테이크 굽는 솜씨에 대한 소문은 온 동네에 자자했고 ‘러비(Lovey)’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내가 직접 만든 애플파이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대형 목장을 운영하던 손님이 프레드에게 가르쳐준 비법으로 숙성시킨 고기는 뛰어난 향기와 부드러운 육질로 LA시 전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좁아터진 식당은 발 디딜 틈 없이 복작대게 된다.
1923년 현재의 6가와 Witmer 코너로 이사하면서 기차 모양은 보다 중후한 건물로 바뀌었지만 앤젤리노들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1920~30년대 스테이크의 가격은 65센트. 티본 스테이크가 1달러, 필레미뇽이 1달러50센트, 더블 설로인 스테이크가 3달러75였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닐까.
60년대는 레스토랑에 캘리포니아 와인이 소개되긴 했지만 흔하진 않던 시절. 수입 와인은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었다.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프레드의 손자, 베스 2세는 프랑스와 독일의 최고급 와이너리를 방문해 유명 와인들을 한 짐짝씩 구입해 왔다. 그때 사 온 와인이 훌륭한 와인 셀러를 구성해서였을까. 와인 전문 잡지에서는 퍼시픽 다이닝 카를 미 전국에서 5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스테이크 하우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른 아침 퍼시픽 다이닝 카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앞에 하고 신문을 읽으며 오믈렛과 에그 베네딕트를 여유 있게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런치 때는 양복을 멋지게 입은 다운타운의 큰손들과 변호사들이 사업상의 식사를 나눈다. 해가 길어지는 오후 녘에는 우아한 귀부인들이 애프터눈티를 나누고 저녁 시간에는 와인과 함께 하는 품격 있는 디너를 즐기는 연인과 가족, 친구들로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하다. 더 늦은 밤에는 뮤직 센터의 공연에 참가했던 관객들이 늦은 저녁 식사와 함께 공연 감상을 나누는 대화가 귀를 즐겁게 한다.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 배우 데니 드비토와 밥 호프, 댄서인 미하일 바르시니코프 그리고 Lakers와 Dogers의 운동선수들은 다이닝 카의 오랜 단골들이다.
따끈하게 데운 프렌치 바게트 빵을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꼴뚜기 튀김(Fried Calamari)은 맥주 넣은 반죽이 특이하고 게살 케이크(Crab Cakes)는 매릴랜드 스타일로 준비된다.
동부의 초목에서 방목해 키운 USDA 최상품 프라임 쇠고기를 직접 숙성시키고 핸드 커트 한 후 숯불에서 구워내는 스테이크는 퍼시픽 다이닝 카의 자랑거리. 뼈가 없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립아이(Rib-Eye), 뉴욕 스트립과 필레 미뇽이 함께 붙어있는 티본(T-Bone), 뼈가 붙은 뉴욕 스트립 델모니코(Delmonico) 등 스테이크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정말 몰랐다.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로 준비되는 프라임 립(Prime Rib)은 전통 그대로. 으깬 후추를 가미한 페퍼 스테이크(Pepper Steak)는 매콤한 맛이 있고 버섯과 양파 볶음을 얹거나 베르네즈 소스를 더하면 더욱 부드러운 스테이크가 된다. 스테이크에 시푸드가 더해진 콤비네이션메뉴, 4가지 해물 요리를 선보이는 Seafood Mixed Grill, 연어 등 생선 요리도 다양하다. 메인 주에서 가져온 가재는 살아있는 것을 즉석해서 잡아준다.
여러 가지 감자와 야채 요리 가운데 양파 링과 호박 튀김(Onion Rings or Zucchini), 아이다호 감자 구운 것(Idaho Baked potato), 크림 시금치(Creamed Spinach)와 크림 콘(Creamed Corn)이 가장 권할 만 하다. LA시와 함께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좋은 시절과 어려운 때를 함께 해서일까. 퍼시픽 다이닝 카에서의 식사에는 늘 훈훈함과 편안함이 있다. <박지윤 객원기자>
▲종류: 아메리칸 스테이크하우스. ▲오픈 시간: 다운타운 본점은 주7일 24시간 오픈, 산타모니카 지점은 오전 6시-새벽 2시까지. ▲가격: 런치 전채와 샐러드는 5-13달러, 샌드위치는 18-23달러, 메인 디쉬는 23-31달러. 디너는 전채 13-16달러. 샐러드 8-10달러. 스테이크 등 메인디쉬 27-37달러. 랍스터는 45-59달러. ▲주차: 발레 파킹 3달러50. ▲주소: 다운타운 본점, 1310 W. 6th St. Los Angeles, CA 90017 산타모니카 지점, 2700 Wilshire Blvd. Santa Monica, CA 90403 ▲예약 전화: 다운타운 (213) 483-6000, 산타모니카 (310) 45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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