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파티와 모임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서 술이 빠질 수가 없는데, 한인들은 소주나 맥주, 양주를 한두가지 정해놓고 마시지만 미국인들은 식전에 주로 칵테일을 마시고, 식사 중에는 와인을 마시며, 식후에 코냑이나 브랜디, 그라파, 포트 등을 마신다.
이중 식전에 마시는 칵테일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마티니이다. 진에 드라이 버무스를 살짝 뿌린 클래식 마티니는 평소 독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기 때문에, 사과, 파인애플, 크랜베리, 수박, 초콜렛 등 여러가지 맛과 향이 가미된 좀 더 달콤하고 맛있는 마티니가 해마다 새로이 개발되고 있다.
클래식 마티니는 진과 드라이 버무스, 이 두가지 원료에 올리브를 넣어서 만드는데, 이렇게 심플한 재료로도 수백가지의 마티니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항상 진 대신 보드카를 사용한 마티니를 ‘저어서 섞지 말고 흔들어 달라’(Shaken, Not Stirred)고 주문하는데 이렇게 만드는 마티니를 ‘007 마티니’라고 부른다. 캐나다의 한 대학 연구팀이 99년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마티니를 흔들어 섞은 것과 저어서 섞은 것을 비교했을 때 흔들어 섞은 것이 심장병 등 성인병 방지에 효과가 있는 항산화제(antioxidant)를 더 많이 생성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니, 그래서 아마도 제임스 본드가 무병장수하는지도 모르겠다.
마티니에 들어가는 드라이 버무스의 대표명인 ‘버무스’(Vermouth)는 화이트 와인에 설탕과 수십종의 약초류의 알콜 추출액을 넣은 와인으로 알코올 함량 16% 정도의 술이다. 마티니의 알콜 함량은 20~30% 정도인데, 진과 버무스의 비율을 4:1이 아닌 8:1로 하여 버무스의 양을 더 줄일 경우 알콜도수는 40%에 육박할 수 있다. 이렇게 진의 함량을 높여서 드라이하게 마시는 경우를 바 용어로 ‘더티’(dirty) 마티니, 혹은 드라이 마티니라고 한다.
애플티니(Appletini) 혹은 그린애플 마티니는 보드카 1온스에 사워 애플 퍼커(Sour Apple Pucker)나 그린 애플 슈납(Green Apple Schnapps)을 1/2온스 섞어서 만든 것이다. 애플 마티니의 종류가 여러가지라 만드는 방법도 각기 다른데, 보드카, 사워 애플 퍼커, 갈리아노, 미도리를 각각 4:2:2: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들 수도 있다.
만드는 법은 다른 모든 마티니와 마찬가지로 먼저 마티니 잔에 얼음을 채우고 잔에 가득 차도록 물을 부어서 잔을 차게 한다. 칵테일 셰이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재료를 넣은 다음 잘 흔들어 섞은 후 스트레이너를 사용하여 물과 얼음을 비운 차가운 잔에 애플티니를 따른다. 이때 얇게 썬 파란 사과 한 조각을 잔에 꽉 차도록 띄워서 가니시하면 사과의 상큼한 맛 때문에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은 보드카 3/4온스, 트리플 섹 1/2온스, 크랜베리 주스 1온스, 라임주스 1/2온스로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애플티니와 동일하며, 여기에 오렌지 주스를 매우 소량 살짝 넣으면 좀 더 부드러운 ‘프렌치 코스모폴리탄’이 된다. 그러나 크랜베리 주스를 너무 많이 넣으면 색이 너무 진해져서 기침약 같은 색과 맛이 나기 쉽다. 시중에 파는 라임주스를 사용하면 간편하지만, 직접 라임을 잘라서 주스를 낸 것으로 칵테일을 만들면 훨씬 더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코스모폴리탄은 형용할 수 없는 예쁜 핑크빛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색이며, 매혹적인 색깔만큼이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오렌지나 레몬, 라임 껍질을 얇게 한 줄로 벗겨내어 트위스트 한 것으로 가니시한다.
여러가지 초콜릿 마티니 중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스톨리 바닐(Stoli vanil)과 같이 바닐라향이 가미된 보드카 1온스와 고다이바 화이트 초콜릿 리큐르 1/2온스, 그리고 페퍼민트 슈납 1/2온스로 만든다. 초콜릿 마티니 종류는 대부분 흔들지 않고 저어서 섞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믹싱 글래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재료들을 저어서 섞은 후 차가워진 마티니 글래스에 옮겨 따라서 서브한다. 마치 민트 초콜릿을 먹는 것과 같이 초콜릿과 민트의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화이트 초콜릿 리큐르의 하얀 색이 마음을 더 설레이게하고 우아한 기분이 들게하는 마티니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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