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호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저녁 미국 대통령 사상 최초의 국빈방문을 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찰스 왕세자의 영접을 받은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바로 헬기편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관저인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버킹엄궁에서는 여왕이 주최하는 비공식 환영행사가 거행됐다.
영국을 국빈방문하는 외빈은 의전에 따라 런던 시내 그린파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마중나온 여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기마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버킹엄궁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경호상의 이유로 수백년 전통을 가진 이행사를 취소했다.
미국 대통령이 버킹엄궁에 묵기는 1918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이래 처음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대부분 영국을 방문했지만 ‘할아버지의 나라’ 영국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최상급의 의전을 제공하는 국빈방문의 예우를 허용하지 않았다.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과 이라크 전쟁에 항의하는 반전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예고된 가운데 국빈을 맞이한 영국 경찰은 이날 버킹엄궁 주변에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등 총 500만파운드의 경비에 1만4천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호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영국인이 ‘특별한 관계’인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리는 반미시위에수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런던경찰청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단체의 테러위협과 대규모 군중 시위로 인한혼란에 대한 우려 등으로 런던 일대의 검문, 검색을 강화하는 등 유례를 찾아볼 수없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도착 전날인 17일 삼엄한 경계에도 불구하고 올해 61세인할머니 반전운동가가 쇠창살로 만들어진 버킹엄궁 정문 위로 올라가 2시간 동안 “부시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구호가 쓰인 성조기를 내거는 등 기습시위를 벌여 경찰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날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지지하는 영국인들에게 반전단체들의 기획된 함성 속에 진짜 영국의 여론이 묻히지 않도록 목소리를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지금이야말로 부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총리의 신념은 대다수 영국인의 생각과 일치한다”면서 “침묵하는 대다수의 의견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 가디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영국인의 43%는 이라크 침략에도 부시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이 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36%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위해 대통령 전용 캐딜락을 비롯해 20대의 방탄 리무진을 영국으로 옮겨왔으며 비밀경호국(USSS) 요원 250명을 대동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 백악관 비밀경호요원들이 테러 용의자를 발견할 경우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면책특권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 경찰의 경호수칙을 준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중지연합(SWC), 영국무슬림연합 등 반전단체들은 경찰 당국이 영국 의회 앞마당인 의회광장과 관공서 밀집지인 화이트홀 등 핵심지역을 시위대가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전시위를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약속했다.
반전운동가들은 미-영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런던 중심가 말렛가(街)에 집결해 러셀 광장, 웨스트민스터 브리지, 의회 광장, 화이트홀을 거쳐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동한 뒤 광장 중심에 세워놓은 부시 대통령 형상을 한 초대형 인형을 쓰러뜨려 땅바닥에 끌고다니는 반전 퍼포먼스를 벌일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대를 중시해온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 당수는 런던을 요새로 만들다시피 한 초대형 경호작전에 대해 “자유를위해 지불하는 가치있는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당수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비극적으로 진행된 전쟁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음을 알게 해야한다”며 시위대의 분발을 촉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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