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대작들이 잇달아 개봉된다. 이들은 모두 대규모의 제작비를 쓴 서사적 작품들로 한결같이 시대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형과 내용 면에서 대하적 작품들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하는 것인데 특히 회원들은 시대극에 애착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10년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10편의 영화 중 6편이 시대극이라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말 개봉작 중 오스카 작품상 후보 0순위로 거론되는 것이 12월17일 개봉될 ‘반지의 제왕’ 제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이 영화는 미니 메이저인 뉴라인의 작품으로 ‘반지의 제왕’은 1, 2편을 합해 모두 19개 부문에서 오스카 후보에 오르고도 주요 부문상은 하나도 못 탔다. 뉴라인은 이번에야말로 아카데미 회원들이 호평과 함께 흥행서도 크게 성공한 시리즈의 완결편에 공로상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카 사상 공상과학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큰 핸디캡.
최종 경선에서 ‘왕의 귀환’을 따돌릴 가능성이 제일 높은 영화가 14일 개봉되는 폭스작 ‘선장과 지휘관: 세상의 먼 쪽’(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해군과 교전한 영국 해군함장 잭 오브리의 얘기로 소설이 원작인 허구다. 이 영화는 오스카상 수상자인 러셀 크로우 주연에 과거 오스카상 후보에 세번이나 오른 호주 출신의 명성 있는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으로 대규모 예산을 들여 만든 군함들 간의 가공할 해상전투 및 배우들의 좋은 연기 등으로 개봉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다음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유력시되는 것이 12월5일 개봉되는 탐 크루즈 주연의 WB작 ‘마지막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1870년대 일본 황제가 군의 현대화를 위해 고용한 미군 장교가 황제가 제거하려는 사무라이 계급에 합류, 오히려 반기를 든다는 내용이다. 대규모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마지막 현대적인 황군과 사무라이들 간에 벌이는 전투 장면은 영화 사상 최대의 전투장면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연말 작품으로 제일 마지막인 12월 25일에 개봉되는 미라맥스작 ‘차가운 산’(Cold Mountain)도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북전쟁 당시 전쟁의 참혹성에 충격을 받은 한 남부 군인의 길고 험난한 귀향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베스트 셀러가 원작인 데다가 오스카상을 받은 니콜 키드만과 오스카상 후보인 주드 로가 주연하고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국인 환자’를 만든 앤소니 밍겔라가 감독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피어나는 러브 스토리여서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 영화다.
이들과 함께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오를 것이 분명한 영화가 현재 상영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션 펜과 팀 로빈스 등 앙상블 캐스트의 좋은 연기와 함께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작품으로 어릴 적 친구인 세 소년이 어두운 과거 때문에 성장해서 겪게 되는 비극을 그린 암울한 분위기의 수작이다. 이밖에도 12월26일에 나올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벤 킹슬리와 제니퍼 카넬리 주연의 ‘모래와 안개의 집’(The House of Sand and Fog)과 이미 상영이 끝난 언더독 경주마의 실화 ‘시비스킷’(Seabiscuit) 등도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독립영화들로 오스카상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소피아 코플라가 감독하고 빌 머리가 뛰어난 연기를 한 ‘도쿄에서의 방황’(Lost in Translation 현재 상영 중), 아메리칸 드림을 감상적으로 그린 ‘미국에서’(In America. 26일 개봉), 17세기 홀랜드의 화가 베르미어와 그의 모델의 얘기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2월12일 개봉) 및 마이클 케인이 주연하는 스릴러 ‘성명서’(The Statement 12월 12일 개봉) 등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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