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콘서트홀 개관에 맞춰 8일 이곳에서는 오픈 하우스 성격의 ‘크리에이션 데이 페스티벌’이 신나게 펼쳐진다. LA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도 둘러보고 음악의 향연에 빠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콘서트홀 안팎에서 펼쳐질 개관 축제에는 루이스 페레즈와 발리 공연단이 선사하는 춤과 음악의 향연, 한국 전통 문화공연, 그밖에도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이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축제를 맞아 디즈니 콘서트 홀로 여행을 떠나 보자.
신이 자연을 창조했다면 도시를 재창조하는 것은 건축가다. 미켈란젤로 없는 로마, 가우디 없는 바르셀로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없는 시카고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프랭크 게리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LA를 떠올릴 수 없게 됐다.
미국 내는 물론이지만 유럽에서도 그에 대한 명성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파리에서 만난 젊은 건축가들은 하나같이 월트 디즈니 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파리의 아메리칸 센터, 유로 디즈니랜드 엔터테인먼트 센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에 이르기까지 그는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신화적 인물이다. 날카로운 선과 예각, 기하학적 구성이 두드러진 그의 작품들은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해체주의 건축가로 불리는 그의 최근작, 프라하의 ‘네덜란드 보험회사 빌딩’은 TIME에 의해 1996년 최고의 디자인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7년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안 디즈니가 거액의 기부금을 기증하면서부터 시작된 디즈니 홀의 건축은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진행됐다. 29만3,000평방피트의 대지 위에 총 예산 2억7,400만달러를 들여 완성한 콘서트홀은 4층 구조로 2,254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투명한 느낌의 철로 외부를 꾸민 건물은 돛대를 활짝 펴고 항해하는 배의 형상으로 물결치듯 역동적이다. 프랭크 게리는 음악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상징하고자 이런 디자인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요즘 다운타운 뮤직 센터 주변에서는 유난히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저 공연장 하나 더 들어선 건데 웬 유난인가 싶기도 한데 이런 생각은 직접 건물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몽마르트 언덕의 성삼 성당,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푸른 하늘의 구름이 반사된 대낮의 이미지도 좋지만 황혼 무렵 붉은 노을이 물든 콘서트홀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LA로 끌어들일 만큼 매력이 있다. 디즈니 홀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건축의 보석’ ‘문화의 상징’이라는 표현들은 한 치의 과장도 보태지지 않은 듯싶다.
디즈니 콘서트 홀 가든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공연장 외에도 정원과 야외 원형 극장 등 주변 환경들을 단장해 다운타운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한 조각의 정원이 아쉬운 다운타운 빌딩 숲에 프랭크 게리는 현대적 감각의 정원을 들여놓아 LA 시민들의 휴식처를 창조한 것. 월트 디즈니의 아내 릴리안 디즈니는 1987년 5,0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꼭 콘서트홀 내에 자연을 숨쉴 수 있는 정원을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다.
프랭크 게리가 직접 디자인 한 꽃 모양의 분수가 정원을 산책하는 이들의 시선을 강하게 이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예술적 가치를 지닌 조형물을 대하는 LA 시민들은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셔터를 눌러대느라 바쁜 모습들이다. 건물의 모티브와 꽃들은 함께 함으로 신비로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정원 곳곳에서는 건물에 비춰진 자신과 꽃나무의 영상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원은 끌로드 모네의 팔레트처럼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색채의 나무와 꽃들로 꾸며졌다. 자홍색 꽃망울이 터질 듯 아름다운 홍콩 양란, 고혹적인 보라색 꽃에 향기가 10리를 가는 라벤더, 오렌지 색 낙엽이 아름다운 중국 은행나무, 그리고 키다리 캘리포니아 야자수에 이르기까지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색채와 모양으로 심포니를 연주하는 자연의 오케스트라다.
요즘 다운타운에 일터를 두고 있는 이들은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싸들고 콘서트홀의 정원으로 향한다. 간단히 점심 식사를 마친 그들은 나무아래 드러누워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가끔씩 불어와 머리를 쓰다듬는 바람의 애무에 온 몸을 맡기는 그들은 행복하다. 나무 아래서 여유 있게 책장을 넘기는 이들을 바라보며 ‘쉼’과 ‘느림’의 미학을 떠올린다. 이제 본격적인 콘서트 시즌이 개막되면 말러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귀에 한껏 들여놓았던 관객들은 휴식 시간, 이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축복 받은 밤을 노래할 것이다.
그 외 부대시설
♠5개의 레스토랑
▲Patina: LA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Patina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내에 새로 오픈했다. 세련된 실내와 로맨틱한 패티오를 갖춘 파티나에서는 전문 소말리에가 엄선한 와인과 함께 격조 높은 런치와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내의 Cafe: 콘서트 전후로 간단한 식사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곳. 아침, 런치, 디너 모두 가능하다. ▲Kendall’s Brasserie: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아래 새로 오픈한 유럽 스타일의 브라세리로 옛 Otto’s 위치에 자리한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런치와 디너, 콘서트가 끝난 뒤늦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Pinot Grill: 뮤직 센터 분수를 배경으로 런치와 디너, 캐주얼한 알 프레스코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곳. ▲Spotlight Cafe: 뮤직 센터 플라자의 야외 식당. 간단한 스낵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Roy and Edna Disney/CalArts Theater (REDCAT): 3,000평방피트 규모, 250석의 좌석을 갖춘 다용도 극장 겸 아트 갤러리.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운영하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다. 디즈니 홀 콤플렉스 남서쪽, 2가와 Hope St. 코너에 위치한다.
♠기념품 점: LA 필이 녹음한 심포니는 물론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음반을 직접 들으며 고를 수 있는 기념품점에서는 예술에 관한 서적과 선물하기에 좋은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야외 원형 극장: 300석 규모로 프리 콘서트 강의와 각종 이벤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동서로 Grand Ave.와 Hope St., 남북으로 Temple St.과 First St. 사이에 위치한다. 주차는 8달러. 전화, (323) 850-2000. 웹사이트, www.laphil.com
글 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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