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유행이 지난 담론 같다. 미국적 화두는 여전히 테러리즘이고, 한국서는 돈, 돈, 돈과 정치의 원초적 관계에 온통 시선이 몰려있어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신간 소개가 눈을 끈다. ‘신 중국제국’(The New Chinese Empire)이란 책이다. 하버드 대학의 로스 테릴의 저서로 서슴없이 공산당의 중국통치 종막을 예언하고 있어서다.
데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란 건 본질에 있어 옛 중국 제국의 직계 후예로 보아 무방하다는 것이다. 특히 만주족이 세운 청 왕조를 닮았다는 거다. 비(非)한족에게 무자비한 정책이 그렇다. 또 통치의 근본 아이디어는 왕조 제국시대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스스로 파괴의 씨앗을 지니고 있는 일당 독재국가다. 국경선은 지나치게 확장됐다. 극도로 부패한 데다가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이런 중국이 달려갈 코스는 정해져 있다는 진단이다. 정치적 진화보다는 붕괴의 코스다. 중국 사상 유혈참극 없이 파워를 포기한 체제는 없다. 때문에 공산당 지배의 현 중국 체제가 사상 최초로 평화적인 정치진화 과정을 겪는다는 건 희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비관적 진단이다. 앞으로 20년 내 중국이 맞이할 사태에 대해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도 그렇다. 민주주의 중국 탄생의 희망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산체제의 급속한 붕괴와 뒤따를지 모를 천하대란(天下大亂)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양자강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거기다가 티벳이 분리되는 등 분단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급작스러운 붕괴도 있을 수 있다. 그 경우 인민 해방군의 정치개입과 파시즘이 대두될 수 있다….
미국 내 중국 관측통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대충 세 종류로 분류된다. 극히 우파적 시각의 그룹이 그 하나다. 이들의 접근법은 중국이란 곳에서는 옳은 게 나올 수가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중국 정책은 따라서 봉쇄정책밖에 없다.
이와 정반대, 가장 좌파적 시각은 모든 걸 좋게만 본다. 내재된 문제점이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중국의 장래를 장미 빛으로 낙관한다.
그 중간이 현실주의 시각의 관측통들이다. 그들은 결점은 결점대로 냉정히 본다. 그러나 한 문명으로서 중국의 장래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는 않는다.
데릴은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현실주의 관측통으로 분류된다. 이런 그가 제시한 중국의 장래가 이처럼 비관적이다. 왜.
그 가장 근본적 이유를 그는 국민과 겉돌고 있는 공산당 관료에서 찾고 있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도 장기적으로 보면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대안은 그러므로 민주주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진화과정을 통해 성공적 민주화란 ‘드림’이 성취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부문이 극히 회의적이라는 이야기다.
결론은 이렇게 유도되는 것 같다. 거대한 중국, 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평화유지는 결국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건 민주주의의 확산이다. ‘팍스 디모크리카’의 주창이다.
여기서 슬며시 한가지 질문이 덧붙여진다. 그러면 김정일 체제는…하는 질문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계면쩍은 느낌이다. 아주 낡아빠져, 진작 폐기 처분됐어야 할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것 같아서다.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로부터 개혁을 기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찍이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니까… 북한체제 포용논자들이 본질적으로 희망하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결국 체제몰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김정일을 이끄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집중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최근 기사다. 김정일 체제의 본질을 보는 시각은 미국 내 우파든 좌파든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대처방안으로 그 접근법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보는 관점도 그렇다. 공산주의 개혁 실험을 위한 시간 벌기가 아니다. 세계경제에 북한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변화와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온갖 책략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정일은 말하자면 수령절대주의 체제, 오직 자신을 위한 체제의 수호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그 김정일 체제는 그러면 언제까지 연명이 가능할까. 황장엽씨의 발언이 기다려진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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