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은 한편의 화폭과 같이 우리 마음에 스며들어 마음을 가을답게 어떤 형체를 만들어 내며, 그 안에 어떤 가을느낌을 채색해 넣는다.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르면 가을이란 결실의 계절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외면적으로는 세계가 무르익어 그 과실을 챙기는 계절이요, 내면적으로는 내가 만들어 나가는 나 자신의 인격의 방향과 노선과 상태를 반성해보고 점검해보는 계절이다. 가을 분위기에 맞는 내면적 반성이란 현재 자신의 삶에서 상실되어 있는 어떤 균형을 찾기 위해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다.
가을 느낌은 추억과 그리움과 상실감을 동반한다. 마찬가지로, 가을 반성이란 나의 삶 안에 무언가 의미심장한 어떤 것이 상실되어 있다는 자각으로부터 출발한다.삶의 균형과 조화, 자기신뢰와 자기존경, 존엄성, 품위, 진지성, 여유와 기쁨… 이런 모든 덕성들이 상실된 것은 아마도 인격적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유래할 것이다. 인간은 본래 고립적인 상태에서 자족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구체적인 인격자들은 진실하고 절실하게 사랑하고 그들로부터 진실하고 소중하게 사랑 받을 때, 다른 모든 의미심장한 미덕들이 함께 살아 나온다. 사랑이란 인격의 심연에 퍼부어지는 무한대의 생명수인 것이다. 가을의 추
억, 가을의 그리움, 가을의 상실감이 요청하는 그 무엇은 나의 온 마음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바치며 아낌없이 헌신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사랑의 대상일 것이다. 그런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은 사랑의 진지함에 알맞도록 자기자신을 진지하고 진실한 존재로 준비해야 한다.
편지 쓰기에 좋은 가을, 그 준비하는 마음을 하얀 편지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 담아봄도 괜찮을 듯 하다. 그리고 그 편지를 어디론가 보낼 곳이 있다면 그 것이 바로 가을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아니겠는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거리에는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수북히 쌓이고 있다. 오늘따라 거센 바람 때문에 나뭇잎들이 낙엽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진다. 멋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이럴 때는 낯선 편지 한 통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고은 시, 김민기 곡. 가을 편지 중에서) 흔히, 가을은 보고싶은 사람, 그리운 이에게 마음이 담긴 사랑의 편지를 쓰기에 알맞은 계절이라 한다. 거리에 뒹구는 가을 낙엽은 낙엽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순간 순간마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의미가 있는 오늘날, 차 한잔 옆에 두고 편지지를 펼칠 여유를 가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게다. 사실, 편지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보다 빠른 전화와 핸드폰과 e-메일과 같은 통신 수단이 있기에 책상 머리맡에 앉아 몇 번이고 찢어버리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메시지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이 때,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이 담긴 편지가 먼길을 둘러 사람의 손으로 전해지는 과정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또한 현실일 것이다. 우리가 종이 편지지에 편지를 쓴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감동을 주는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종이 편지시대를 넘어 e-메일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체크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스팸메일이나 사무적인 일이며, 사적인 것은 거의 없다. 어쩌다 주고받는 내용도 몇 줄도 안 되는 간단한 메모 정도에 불과하다.
전화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그리움이 담긴 종이편지의 시대는 이미 막이 내렸다. 하지만 e-메일을 통한 편지도 감정의 전달이자, 말보다 더 깊고 진솔한 마음이다. 우리는 지금, 미처 이해하고 느끼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많은 것들을 채우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고 만들어내야 하는 불안한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
다.
이럴 때 가족, 친구나 연인 또는 어떤 이에건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내거나 그런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는다면 세상 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라는 노랫말처럼 편지 쓰기 참 좋은 계절이다.이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편지를 통해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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