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자리가 해외로 새나간다.
신발, 의류, 가구 등의 단순 생산직 일자리가 임금이 싼 해외로 빠져 나간지는 오래됐다. 단순직 블루칼러 노동직이 많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화이트칼러 직종마저도 임금이 싼 해외로 솔솔 새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글로벌 경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인터넷, 고속 전산망의 발달로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외로 새나가는 일자리로 인해 미국 직업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아니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3년 전만 해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기술직 엔지니어를 구하기 위해 경쟁업체보다 프리미엄을 주고 고급 인력을 끌어왔다. 그러나 2002년 이 은행은 15명으로 구성된 엔지니어팀에 9월이면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해야만 했다. 지난해 BOA는 2만5000명의 기술 및 백오피스 잡에서 4,700명을 감원했다.
운영비 절감을 위한 미국 기업들의 감량경영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BOA의 없어진 일자리의 3분의1 가량이 인도로 넘어갔다. 미국에서는 시간당 100달러를 들여야 완성되는 일이 인도에서는 20달러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올해도 1,100개의 일자리를 인도에 넘겨줄 예정이다. 이 은행은 이런 조치와 레이오프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인도의 주요 도시 인근에 진치고 있는 새 테크놀러지 센터에는 수백명의 엔지니어들이 미국기업의 지부센터에 지원서를 내고 대기상태이며 고급 빌딩에서는 인포메이션 테크놀러지 전문가들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일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밸갈로 공항 근처의 위프로 스텍트라마인드 오피스에서는 5명의 방사선과 전문의들이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틀에서 찍어서 보내주는 CT 촬영 필름을 하루에 30개씩이나 읽고 해석해 보내준다.
인도인 다린 스하(26)는 미국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리서처 센터의 모빌 폰 칩을 디자인해 주고 연간 1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국민 1인당 연간 소득이 5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스하의 연봉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소비자 전자제품업계의 대부 필립스도 텔리비전과 셀폰, 오디오 제품의 기술개발부를 상하이로 이전했으며 많은 미국의 보험회사들도 책상에서 고객 관리를 하는 직종의 대부분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운영경비가 60%나 절감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일자리는 영어가 가능한 아시아, 동유럽, 라틴 아메리카, 인도, 중국 등으로 거세게 빠져나가고 있다.
20년 전에는 신발, 저가의 전자제품, 장난감 등의 생산시설을 해외로 가지고 나갔으나 이번에는 고급 화이트칼러직이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항공우주 엔지니어 한 명을 미국에서 고용하려면 월 6,000달러를 줘야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650달러만 줘도 되고 건축설계사 한 명을 미국에서 고용하려면 월 3,000달러가 필요하지만 영어가 가능한 필리핀에서 고용하면 월 250달러면 해결된다.
이런 연유로 2015년까지 미국의 화이트칼러직 330만개가 해외로 빠져나갈 전망이며 이를 임금으로 환산하면 1,360억달러에 달한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국 기업들은 기술직이 모자라 기술직 해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정기적인 서비스와 기술직은 고급 인력이 남아도는 해외로 일자리를 넘기는 식으로 미국 기업의 운영방식과 직업시장이 바뀌고 있다.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경비절감과 인터넷의 발달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30만∼100만달러짜리 주택설계를 맡은 건축사는 블루프린트를 그린 다음 컴퓨터로 3디멘션 모델을 뜰 때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건축설계사에게 맡긴다. 미국에서는 시간당 65달러를 줘야 하지만 해외로 일을 넘길 때는 18달러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일거리를 영상으로 보내는 것이 케익 먹는 것처럼 간다하고 커뮤니케이션 또한 인터넷으로 할 수 있으니 의견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기업의 화이트칼러 직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필리핀에서는 연간 38만명의 대졸 회계사를 배출하지만 미국에서는 3만5,000명의 기계공학도를 배출할 뿐이다. 해외는 인건비도 싸고 고급 인력은 남아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도 향후 3년간 4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중국에도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미국 대기업의 40%정도가 올해 안으로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전개할 전망이다.
이것이 미국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해외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시장이 늘어나는 부수 효과가 따라와 결국 미국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고 예측하는가 하면 아시아, 동부유럽, 남미 등에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대신 미국에는 이미 2001년 이후 실리콘 밸리의 IT분야 고용이 20%가 줄어든 것처럼 감량경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회색빛 시나리오를 펼치는 측도 있다.
글로발 경제시대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 것인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미국의 일자리를 가지고 가는 국가들.
◆멕시코: 미국과 가까운 입지조건으로 정보산업과 기술직 공급의 좋은 제공처이다.
◆코스타리카: 샌호제와의 통신비용이 저렴하고 고급 인력이 많아 미국 내 스패니시 사용자들을 위한 콜센터가 많이 생기고 있다.
◆러시아: 보잉, 모토롤라, 인텔 등이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고 현지 100여개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에서 1만명의 엔지니어들이 미국기업 일을 하고 있다.
◆인도: 정보산업, 칩 디자인, 콜센터, 비즈니스 백업 오피스 잡 등으로 100억달러의 고용이 창출됐다. 2008년까지 이 시장은 570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제너럴 일렉트릭,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외 많은 전자업체들의 제품생산 개발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필리핀: 영어사용 회계사,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텔레마케터 등이 8,000여개의 외국회사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