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중국, 일본에 관한 세 가지 경제뉴스를 살펴보았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일본 경제가 10년간의 장기침체의 끝자락을 지나 고개를 들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시중은행의 유보금을 확대함으로써 고도성장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 이하로 하향조정했다. 세 뉴스를 종합하면, 중국 경제는 너무 빨리 달리고 있고, 일본은 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두 강대국의 틈새에 있는 한국 경제는 기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일본과 중국 경제에 부정적 요소는 남아있다.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금융 부실이 완전히 해소되었는지 의문이 남아있고, 중국의 관치 금융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10년 불황을 이겨내고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수익이 증대되고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위축된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 경제도 경제개발 초기에 저임금에 의존한 성장 단계를 벗어나 높은 기술력을 활용한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조우 5호’ 발사에 성공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문제는 한국이다.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은 윗 단계에선 고도 기술의 일본 고가상품과, 아래 단계에서 인건비 중심의 중국 저가상품과 경쟁하며 시장을 확보해왔다. 그런데
중국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기술력으로 밑에서 올라오고, 일본이 회생하면서 위에서 누른다면 한국이 국제 시장에서 설 입지는 극히 좁아진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60~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추진할 때 중국은 먹고사는 문제를 제쳐 두고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80년대에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 경제개발에 나설 때 한국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 국제 시장에 먹고살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90년대들어 한국 앞에서 달려가던 일본이 장기불황의 침체에 허덕였고, 한국은 일본을 추격하는 절호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삼성이 소니를 바짝 다가간 것도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던 틈을 이용한 것이다.지금 한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데 급급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겨 10년 이상 먹고살 공간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일본이 10년 이상 정체했지만, 자동차, 전자, 기계분야의 기술력은 미국이 두려워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고, 경제가 회복될 때 무서운 기세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산업화 과정의 정치적, 사회적 진통이 예상되지만, 광대한 영토와 10억 인구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지적했듯이 한국 경제는 이미 ‘중국 쇼크’를 겪고 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은 인건비를 맞추려면 중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중국에 건너간 한국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100만명으로, 한국의 실업자수 7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중국은 한국의 주력분야인 반도체, 자동차, 전자 분야를 바짝 다가와
있다.
노무현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먹고살 장기 과제를 찾아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우수한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탄력적인 노동 구조를 구축한다면 한국으로선 중국의 고도성장과 일본 경제의 회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겨야 할 사안이다.
중국과 일본의 틈에서 한국 경제의 방향을 잡아가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이때에 안타깝게도 한국 정치판은 지금 내부지향적 소모전에 휩싸여 있다. 노 대통령은 집권 1년도 안된 시점에 재신임을 물은 이후 한국 정치권은 조선조의 사색당파를 무색케할 정도로 아수라장이다. 재신임 절차가 노 대통령의 정치력에 대한 신임만 묻지 말고, 한국 경제가 살길이 무엇
인가 논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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