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포함 공청회 발언자 전원 극력 반대 표명
도시계획 자문위원도“현재 위치 유지가 바람직”
참석자 6백여명 중 한인이 5백명…피킷 시위도
레이크우드 한인타운 인근에 홍등가(red light zone)를 설치하려는 시 당국의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시 계획 자문위원회가 15일 시청에서 소집한 주민 공청회에 참석한 발언자들은 전원 홍등가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 일단 새로운 법규정 제정에 압력이 가해졌다.
한인 500여명을 포함, 약 600명이 참석한 이 공청회에서 발언자들은 홍등가 설치가 자녀교육에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한인들이 지난 20년간 몰아낸 범죄를 다시 불러들이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청회 전 성인업소 결집 당위성을 설명한 래리 샌더스 경찰국장은 그 동안 마약, 매춘 등 강력범죄가 빈발한 이들 업소에 사복경관을 투입하는 등 단속을 벌여왔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업소를 한데 모으면 단속이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국장은“범죄를 조장하는 일부 업소의 면허박탈을 몇 차례 추진했으나 업소측 항고로 어려웠다”며 특별구역을 제정, 이들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인업소를 대리해 첫 발언자로 나선 마가렛 아치 변호사는 지난 89년 미네소타주도 성인업소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범죄율만 올렸다며“당시 지역신문과 전문가들은 결집보다는 업소간 거리를 유지시키는 것이 범죄율을 줄이는 방법임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김경곤 타코마 한인회장도 도박꾼들은 라스베가스에 간다고 전제하고“레이크우드가 성인업소의 라스베가스가 되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대다수 한인 발언자들은 홍등가 예정지구가 워싱턴주 한인이민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한인타운 지역이라며 매춘과 마약을 몰아내고 깨끗한 도시를 만든 대가가 고작 범죄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상진씨는“일일생활이 이뤄지며 가족단위 샤핑객이 많은 이 지역에 성인업소가 결집되면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며 시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임 경 여성 부동산인 협회장과 부한 플라자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한성훈씨는“매춘과 마약, 범죄로 우글거렸던 지역을 깨끗이 만든 한인타운을 죽이게 된다”고 항변했다.
특히, 한씨는“아버지(부한식품 한부남 대표) 등 1세들이 어떻게 성인업소들을 몰아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시 당국이 학교나 교회 등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한인타운이 유일하다고 밝혔는데 도로 건너편의 유아원과 서민 아파트는 길 건너이기 때문에 홍등가 영향권에서 멀다는 논리는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홍등가 설치 계획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인교계는 공청회를 위해 예배시간을 당겨 성도들의 공청회 참여를 유도, 피켓과‘No Red Light Zone’이라고 쓴 리본을 준비해 참석자 모두에게 달아주기도 했다.
발언대에 나선 박성규 목사(타코마 중앙장로교회), 문창선 목사(타코마 제일 침례교회), 정태근 목사(타코마 삼일교회), 이동기 목사(제일 한인 루터 교회) 등은 미국에 청교도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이있는 한인사회가 홍등가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히고 한인 청소년들의 이민 생활의 산 교육장인 한인타운이 결국 홍등가로 인해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발언자들 외에 대부분의 미국인 발언자들도 한인타운 조성으로 레이크우드가 안전한 도시로 거듭났는데 다시 범죄소굴로 만들려는 당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경계에 20년 전 주택을 구입했다는 샘 리보씨는“우범지역에 주택구입을 망설이다가 부동산 중개인이‘한인들이 몰려 결국 범죄가 쫓겨날 것’이라고 권해 집을 샀는데 그대로 됐다”며“현재 시 당국의 의사결정 주체가 브리지포드 인근에 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이라고 꼬집었다.
데이빗 앤더슨씨 등은“성인업소가 결집되면 레이크우드는 워싱턴주 최악의 교육, 주거 환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퇴폐업소가 관내 카지노 3곳과 연계돼 결국 마약, 매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찬 팔도식품 대표는 주변 상권을 무시한 채 개발해 시의 흉물로 남아있는 레이크우드 타운센터의 예를 들며“경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의사결정을 하기 바란다”고 조언했고 김의겸 헤리티지 은행 부사장은“현재 위치에서 그대로 영업하게 하면서 경찰병력을 늘려 단속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자문위원회의 제프 브라운 위원장은 공청회를 당초 저녁 10시에 끝내려 했지만 발언자가 폭주, 예정시간을 30분 넘긴 10시30분까지 끌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회의 후 한 자문위원은“현재 업소 위치를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회는 이날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 오는 29일 오후 6시 30분 열릴 도시계획 회의에반영할 예정이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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