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재수정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라크 관련 결의안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아난 총장과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은 종전 결의안에 대해서만큼 뚜렷한 거부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있어 향후 안보리의 결의안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예단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국의 재수정 결의안에 대응해 자체 수정안을 제시하겠다는 뜻도 밝혔으나 미국은 이번 재수정안에 더이상의 중요한 변화가 가해지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 총장은 14일 안보리 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가던 중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결의안은 미국 주도 동맹의 사고에 큰 변화가 있음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재수정 결의안이 자신과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의 비판을 받았던 종전안에 비해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지적했다.
아난 총장은 아시다시피 최근 2주간 나는 입헌과정과 선거과정 등 이라크 현안에 관한 내 입장을 매우 분명하게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밝혀 왔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신속히 이양하고 이에 필요한 일정을 밝힐 것을 요구해 왔으나, 미국의 재수정안은 12월15일까지 미국이 임명한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해 헌법제정과 이에 따른 선거실시 일정을 밝히도록 시한을 설정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선에서 아난 총장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아난 총장은 그러나 재수정안이 치안상황 등이 허락할 경우 유엔이 이라크에서 인도적 지원과 체제 이행 등에 관해 핵심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에 대해서는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등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커질 것이라고 밝혀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넘기는 것이 치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안보리는 일치단결해 강력한 지지로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면서 최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력할 것을 미국에 촉구했다.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도 미국의 재수정 결의안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유리 페도토프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추가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미국측 결의안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우리의 수정조항들을 결의안 제출자들이 고려할 태세가 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퀸터 플뤼거 독일 대사는 미국이 노력을 기울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광야 중국대사는 미국측 안이 훌륭한 결의안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라크 정치과정에 있어 유엔의 역할을 좀더 증진하고 더욱 신속하게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이양한다는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측의 재수정안이 이라크 상황의 진정한 개선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엔주재 미국 대사관의 리처드 그레넬 대변인은 15일 오후 3시(한국시간 16일 오전 4시) 이후 재수정 결의안 표결준비를 갖출 것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요청했다고 밝혀 주요 이사국들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표결을 서두를 방침임을 시사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는 미국이 중대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프랑스를 비롯한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9표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외교 관측통들과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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