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덴버의 북동부 지역.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비가 밀려오면 강풍이 밀밭과 농가를 할퀴고 지나가는 이 평원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황무지라고 불렀다. 덴버의 폭발적인 도시 팽창은 이곳을 피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던 1995년 새로운 공항이 하늘을 열었다. 배경의 로키산맥을 연상시키는 굽이치는 듯한 공항 건물의 파이버글라스 지붕이 광활한 대지위로 솟아올랐다. 수많은 차량들이 새로 지은 주택 단지, 호텔, 주유소, 사무용 건물, 창고, 물류 분배센터들을 지나 달린다. 하나의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요즘 공항은 도시 한복판의 비즈니스 구역처럼 지역 개발과 성장의 핵심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이 아무렇게나 개발되던 과거의 공항들과는 달리 덴버 국제공항(DIA)이나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얼라이언스 같은 새로 건설된 공항들은 항공 교통의 관문이라는 단순한 공항 기능 이상을 목적에 두고 개발된 것이다.
“18세기에 도시를 발전시킨 것은 항구였다. 19세기에는 이같은 기능을 철도가 맡았고 지난 20세기에는 하이웨이가 했다. 21세기에 비즈니스 중심지를 형성하고 도시를 개발하는 기능은 공항이 할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키난 사기업 연구소의 책임자 존 캐사다는 전망한다.
캐사다는 지금까지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였지만 이제부터는 ‘접근성’이 최우선 개념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상업과 주거 지역은 공항을 중심으로 팽창하고 있다.
지구 경제를 무대로 사람과 물류 수송을 항공 교통에 의존하는 추세가 증가하면서 공항 인근에 자리를 잡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항공편을 이용한 미국의 수출물량 비율은 1990년 42%에서 현재는 54%로 늘었다. 하이텍 업체들의 항공편 의존율은 굴뚝 산업보다 50%나 높다. 공항 주변에 직업이 창출되면서 주택 신축도 함께 늘고 있다.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들에게는 임시 집이고 사무실이다. 또 공항 및 부대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영구 직장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일하는 인원은 무려 5만명에 달한다. 작은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크기다. 세계 각지에서 온 비즈니스맨들은 공항 주변의 컨퍼런스 센터로 몰린다.
요즘 공항에는 샤핑몰을 비롯, 식당가, 컨퍼런스 센터 심지어는 화랑까지 문을 열면서 도시 다운타운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덴버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화랑에서는 순회 전시회가 열린다. 또 수도 워싱턴 DC 외곽의 덜레스 국제공항에는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국립항공우주 박물관이 주관하는 새로운 박물관이 곧 개관한다.
공항 샤핑몰도 새로운 풍경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공항 샤핑몰들은 다운타운 상가나 일반 몰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계 회사 BAA USA는 피츠버그 공항에 시중 가격 개념의 에어몰을 세웠다. 공항 내에 있는 업소들이 일반 업소들보다 물건값이 비싸다는 종래의 인식을 없애기 위해 실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9.11 테러 이후 한층 강화된 보안검색으로 여행객들의 공항 대기시간이 평균 두 시간 이상 늘어나면서 에어몰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의 3개 터미널에는 모두 에어몰이 들어섰다.
공항의 타운 같은 변모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는 포도주 양조장과 시음장이 있고 샬롯, 내슈빌, 윌밍턴(델라웨어), 보스턴 공항에는 로킹체어가 있고 오스틴 공항에서는 라이브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다음은 도시 팽창과 부동산의 개념을 바꿔 놓고 있는 대표적인 공항들이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1962년 허허벌판에 개항했을 때 많은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포화상태가 됐다. 또 워싱턴 내셔널 공항도 인근의 포토맥강 때문에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이 새로 정한 곳이 버지니아주의 로던 카운티다. 다운타운에서 30마일 떨어진 로던 카운티는 20년 전 덜레스와 워싱턴을 잇는 톨로드의 개통과 함께 개발붐이 일기 시작, 199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급팽창한 카운티가 됐다. AOL 본부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포트워스 얼라이언스 공항-1989년 세워진 이 공항 주변에는 거대한 비즈니스 팍이 조성됐는데 현재 벨 헬리콥터, 페드럴 익스프레스, 걸프스트림 등 대기업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항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단지, 샤핑센터 등이 건설됐다.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가장 큰 라스콜리나스는 면적 1만2,000에이커의 커뮤니티로 대부분의 다운타운보다 넓다. 2,700만평방피트의 사무실 공간을 비롯, 130만평방피트의 호텔, 레스토랑, 소매업소 공간이 있다. 또 신축주택 규모도 1만3,300채나 돼 달라스 다운타운과 라이벌을 이룬다.
▲앨버쿠키 인터내셔널 선포트-1만2,000여 에이커의 공항 주변 개발 규모로는 거의 세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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