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이나 올랐는데 이젠 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올해들어 신나게 상승해온 주가가 지난주 크게 꺾이면서 앞으로의 장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사이 워낙 많이 올라 더 올라갈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다, 지난 수년간 혼쭐을 빼게 했던 조정국면이 전개될 경우 종이상으로 올라있는 주가를 현금으로 실현시키지 못하면 그냥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조바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도 3분기 수익발표시즌이 시작되고 4분기가 새롭게 열리는 만큼 현재 보유중인 금융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할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은 조정기
올해 주식 투자자들은 엄청 벌었다. 최소한 종이상으로는 그렇다. 터질것같던 호황을 누렸던 1990년대를 연상케 한다. 윌셔 어소시에이츠의 조사에 의하면 바닥이었던 지난해 10월 9일 이후 총주가 상승액은 무려 3조1,000억달러. 당시보다 35%나 불었다. 테크가 주종인 나스닥에 투자한 경우 그대로 쥐고 있다면 재산은 68%나 불어나 있을 것이다.
올해들어 지금까지 계속 올라왔는데 앞으로도 쥐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90년대 Go! Go!하던 낙관론 대신 지금은 불안과 조심스러움이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시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9,650과 1,900선을 친 뒤 지난주 월요일과 수요일 근래 보기 드문 큰 폭으로 후퇴, 상승행진에 제동이 내려졌음을 보여줬다. 상당수의 전문가들 역시 조정차원의 후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릴 린치의 수석시장분석가 리처드 맥카브는 주가 10% 후퇴를 예상했고, 마니 매니지먼트 회사인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의 데이빗 코닥은 주식에 몽땅 투자해둔 포트폴리오를 현금비율 15%내지 20%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조정의 시기라는 점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떡인다.
■무게 얻는 팔자론
올해 주가가 엄청 올라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만들지 않는 한 종이상의 재산일 뿐. 90년대 말 고래등처럼 부풀었던 주식이 지난해까지 한없이 쪼그라드는 공포의 세월을 경험하면서 투자자들은 현금화하지 않은 명목상의 주가상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 팔고 난 뒤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주가상승의 이익을 전부 챙기지 못하게 된다. 지금 팔 것인가 그냥 쥐고 버틸 것인가, 투자자들의 고민은 크다. ‘팔자’의 이유도 있고, ‘붙들어라’의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팔자론에 더 무게가 주어지고 있다. 많은 월스트릿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식은 지난 1990년대처럼 일직선으로 상승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퇴도 자주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익이 생길 때 실현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략이 나오게 된다. 이익이 생긴다면 즉각 처분버린다는 투자자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번 사면 10년 이상 장기간 쥐고 있는 바이 앤드 홀드 전략 대신 기회가 나면 이익을 실현시키는 전략으로 도는 이유는 투자자의 성향이 바뀐 탓 때문만은 아니다.
엄청 올라간 주가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많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가 있어 더 올라갈 부분이 한계 지워져 있다는 것. 이렇게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수익이 낙관적인 전망치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용시장이 약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지출이 타격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지나친 탐욕을 자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많은 주식 전략가들은 12개월째로 접어든 현재의 랠리는 지난 1982년에서 2000년까지 보았던 ‘수년간 지속되는 랠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본다. 오히려 미니 불마켓과 미니 베어마켓이 교차했던 1966년부터 1982년 기간을 더 닮았다고 본다.
시장이 이런 스타일로 진행된다면 한번 사면 평생 쥐고 있는 전략은 폐기되지 않을 수 없다. 투자회사 스트래자임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회장 단 스트래자임은 20년씩 가는 불마켓은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에 찬스가 나면 돈을 챙겨 날라버린다며 주식처분으로 생긴 현금은 더 많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다른 투자쪽으로 돌린다고 말한다.
스트래자임처럼 이젠 많은 투자자들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재빨리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사자 팔자의 타이밍
황소등에 너무 오래 올라타 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 및 뮤추얼펀드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한 CPA는 엄격하고 신속한 처리 규칙을 정했다. 그는 산 가격보다 10% 떨어지면 던져버리고 10%의 이익이 난다면 팔아서 현금을 챙긴다. 감정 개입없이 철저하게 이 규칙에 따라 투자한다.
그러나 사고 팔 타이밍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기계적으로 정해놓기도 마땅치 않고, 더구나 일반투자자들은 종종 인사이더나 기관투자자들과는 거꾸로 간다.
주식형 펀드에는 올해들어 266억달러의 순 자금유입이 이뤄졌지만 모든 사람들이 불마켓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특히 테크 기업들의 이사, 사장등 인사이더들은 자사 주식을 거세게 팔아버리고 있는 중이다.
투자은행 SG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나스닥 기업의 인사이더들의 주식 판매대 매입비율은 사상 최고다. 이 말은 이들 기업들의 이사등 간부들은 앞으로의 실적이 주식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월스트릿의 유명한 전문가들도 의견이 틀려 팔자 결정도 쉽지는 않다. 메릴린치의 수석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마차에 올라타기에는 너무 늦었다. 기업수익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가격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고객들에게 권하고 있다.
그러나 UBS의 전략가 게리 고든은 지금과 같은 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12개월내 S&P지수가 현재보다 12% 더 오른 11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번스타인과 달리 고든은 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은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른다, 내린다는 막연한 전망보다 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 스미스 바니의 전략가 토비아스 레프코비치는 현재 랠리는 위로 5% 더 오를 추가 여력이 있다, 하지만 2004년말에는 2003년말보다 더 낮아져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수익전망, 투자자심리, 펀드자금유입량등을 예의주시할 것을 권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투자는 패션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스트래자임은 뜰 때 주식을 사고 맛이 가면 팔아버려라고 말한다. 지금은 뜰 때인가 맛이 가는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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