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실종…53만여가구 정전 암흑천지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을 몰고온 태풍 `매미’는 불과 3시간만에 부산을 초토화시켰다.
13일 오전 3시 현재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20여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고 무게 985t에 이르는 컨테이너부두의 거대한 크레인들이 줄줄이 전복됐는가하면 도시의 절반가량이 정전돼 암흑천지로 변했다.
인명 및 재산피해는 날이 밝는대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명피해
12일 오후 9시30분께 부산 남항에 피항했던 어선 82경진호(88t)가묶어놓은 밧줄이 풀려 표류하던 유조선에 부딪쳐 침몰, 선장 김진식(55)씨와 갑판장 고광태(43)씨,조리장 이용군(51)씨 등 3명이 실종됐다.
또 오후 10시20분께 사하구 다대1동 연희장옆 골목 전봇대 옆에서 서용석(43)씨가 감전사했고 동래구 안락동에서도 한미웅(61)씨가 집이 정전되자 수리하려다 감전돼 숨졌다.
부산시 건설안전시험사업소 직원 권영기(43)씨는 비상소집연락을 받고 부산으로오던 중 88고속도로 합천터널 부근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또 강서구 녹산동에서는 해일로 인해 주택이 침수돼 2급 지체장애인 황성광(38)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후 9시40분께 수영구 남천동 KBS부산총국 부근 아파트신축 공사장에서 대형크레인이 쓰러지면서 남부소방서 광안파출소 소속 소방차를 덮쳐 전영환 소방교가우측 발목이 절단되고 뇌손상을 입는 등 소방관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오후 8시께 부산진구 개금2동 주례초등학교 부근 5층 건물의 섀시와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행인 설석환(43)씨가 유리파편에 종아리를 다치는 등 20여명이 간판이나 유리파편 등에 맞거나 무너진 담장에 깔려 다쳤다.
◆주민대피
오후 9시40분께 영도구 신선동 영광아파트 15층 일부 가구의 천장이 균열되는 등 붕괴조짐을 보여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또 해일로 인해 영도구 남항동 저지대 가옥들이 침수돼 주민 90여명이 부근 학교 등으로 대피하는 등 기장군과 해운대, 가덕도 등 해안가 저지대 수백가구가 침수돼 주민 1천여명이 대피했다.
◆크레인 전복
12일 오후 9시께 부산지역에 순간최대 풍속 초속 42.7m의 강풍이 불면서 신감만부두의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7기 중 6기가 넘어졌고 자성대부두에서도 크레인 12기 중 2기가 넘어지고 3기는 궤도를 이탈했다.
신감만부두의 크레인은 기당 무게가 985t, 자성대부두의 크레인은 835t이나 되지만 강풍에 맥없이 무너지거나 궤도에서 밀려났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크레인 48기 중 4분의 1가량이 작업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전복된 크레인은 수리가 불가능 할 정도로 심하게 파손돼 새로 제작하는데 최소1년가량이 걸리며 궤도를 이탈한 크레인을 원위치시키는데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여 부산항 전체 물량의 25% 가량을 처리하는 이들 부두의 하역작업이 상당기간 크게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재산피해만도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전
강풍으로 시내 곳곳의 전주와 변압기가 넘어지거나 떨어지면서 부산시전체 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53만여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겨 도시전체가 암흑에 휩싸였다.
한전 부산지사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긴급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사고지역이 워낙 광범위한데다 강풍으로 인해 사다리차 작업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공급이 완전재개되려면 빨라야 13일 오전이 되어야 할 것으로 한전은 보고있다.
또 정전으로 인해 가로등이 모두 꺼지고 신호등마저 마비돼 차량들이 거북이운행을 했고 주요 교차로마다 차량이 엉키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지하철 운행중단
오후 8시10분께 지하철 2호선의 전력공급이 중단돼 16분간전동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어 오후 10시부터는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모두 정전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안되면서 달리던 전동차들이 모두 선로에 멈춰섰다가 2호선은 40분만에, 1호선은 44분만에 운행이 재개됐다.
◆재산피해
지난해 태풍 루사때 일부가 파손됐던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지붕막이 또 파손됐고 사직수영장 지붕의 함석판과 사직장 유리창, 강서체육공원 팬스,수용만 요트경기장 잔교 등 주요 체육시설이 피해를 당했다.
또 해일로 인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부산아쿠아리움이 침수돼 수십억원 이상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시내 전역에서 아파트의 창문 유리창이 파손됐고 시내 도로마다 가로수 수천그루와 전주, 가로등이 넘어졌고 강서구와 기장군 일대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농작물이 바람에 쓰러지는 피해가 났으나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밖에 담장붕괴 등으로 인한 차량파손과 가건물, 대형간판 파손도 잇따랐다.
컨테이너 크레인 전복으로 인한 피해 400여억원을 합칠 경우 부산지역의 재산피해는 1천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교통통제
전국 143만가구 사상초유 정전사태
복구율 68%…완전복구까지 2∼3일 더 소요
태풍 `매미’가 한반도 남부를 핥고 지나가면서전국적으로 143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기상 재해로 인한 정전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13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액은 79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나,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늘고 있어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현황
1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오전 8시 현재 143만5천2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이중 67.9%인 97만4천600여 가구가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남 51만7천500여 가구, 부산 33만여 가구, 대구 18만9천여 가구로피해가 주로 영남 지역에 집중됐다고 한전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전국 46만500여 가구는 정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월성 원전 2호기가 비로 인한 접지 불량으로 정전돼현재 전력공급이 끊긴 상태라고 한전은 밝혔다.
한전측은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정전되는 순간 보호계전기가 작동, 전원을 자동 차단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전이 완전 복구되려면 2∼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인과 대책
한전측은 이번 태풍이 집중호우 외에 순간 최대풍속 60m를 넘어서는 등 강풍을 동반한 것이 피해를 양산한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강풍으로 인해 가로수가 많이 넘어지면서 전선을 절단해 피해가 커졌다고 밝혔다.
또 강풍으로 상가에서 떨어진 간판이 날아다니면서 전선을 끊는 사례가 많았고,하천 범람.도로 유실 등으로 인한 전선 유실로 피해가 불어났다고 한전은 덧붙였다.
한전은 제주와 대구, 충북 지역의 경우 오늘 오전 중으로, 부산과 전남 지역은오늘 오후 6시까지 피해 복구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경남 지역의 경우 강풍으로 철탑이 넘어진 곳이많아 일단 가복구에 나선 뒤 늦어도 16일까지는 완전 복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측은 12일 오전부터 재해대책 상황실을 가동 중이며,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8천여명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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