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 1백돌 학술대회 김성수·홍명의 목사 발표
2세사역 현주소와 전망
이민생활 15년 차에 접어드는 이모(49)씨는 영어예배에 나가고 있는 딸이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어 예배 출석을 강요할 수도 없다. 영어예배가 없으면 1.5세나 2세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언어권이 다른 2세들의 목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최근 미주한인교회 창립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형제교회 김성수 목사와 토랜스 믿음장로교회 홍명의 목사가 한인 2세 교회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몇 가지 2세 교회 모델을 바탕으로 2세 사역의 현실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본다.
▲2세 교회의 다섯 가지 형태
김성수 목사는 2세 교회의 모델을 크게 ‘교육부형’ ‘2세목회/영어목회형’‘공존형’ ‘반독립적/개척교회형’ ‘독립형’ 등 5가지로 분류한다.
‘교육부형’은 파트타임 목회자를 통해 2세 목회가 이뤄지는 소규모 교회형태를 말한다. 이 모델이 조금 더 체계를 갖추고 여러 명의 전담 사역자를 확보하면 ‘2세 목회/영어목회형’이 된다. ‘공존형’이란 한 교회 내에 목회관리 조직이 상이한 두 교회가 존재하는 형태로 1세 교회인 모교회가 영어사역부를 재정적으로 돕는 LA지역 중·대형 한인교회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나성영락교회 영어사역부(EM)가 가장 대표적인 ‘공존형’으로 EM이 자체 재정운영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달 말 EM장로 안수식을 통해 독립적인 당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동양선교교회 EM 역시 공존형으로 5년 전부터 독립 재정운영권을 부여받아 현재는 당회장에게 ‘보고’만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토랜스 믿음장로교회의 경우 모교회인 토랜스 제일장로교회에서 분리, 지난 2월 모교회 울타리 안에 예배당을 짓고 2세 목회를 하고 있다. 이 교회는 지난 해 미 장로교단으로부터 독립교회로 인정받은 데 이어 올해 초 교육운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았다.
내년부터는 독립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한편 ‘반독립적/개척교회형’은 지교회나 교단에 의해 일정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지원 받는 교회로 UCLA 채플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독립형’은 문자 그대로 모교회 없이 독자적으로 개척했거나 모교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떨어져나온 형태로 현재 LA지역에는 오이코스 커뮤니티교회(담임 오석환 목사)를 비롯한 20여개 교회가 있다.
▲이상적인 2세 교회의 형태는?
앞서 살펴본 5가지 2세 교회 모델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는 무리라고 목회자들은 입을 모은다. 어느 누구도 ‘이상적인 2세 교회의 모습’을 정의할 수 없으므로 각 교회들이 실정과 비전에 맞게 2세 목회를 꾸려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는 것. 이에 대한 1.5세 목사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나성영락교회 EM 담당 박형은 목사는 “특정 모델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다만 독립형에 가까운 교회일 수록 2세들에게 결정권이 많이 주어지는 만큼 보다 책임감 있는 목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부분의 한인교회가 1세 목회 중심이고, 2세 목회는 영어권의 1.5세나 2세를 위한 ‘보조수단’이나 교회 내 하나의 ‘부서’ 정도로 비춰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설득력 있는 견해다.
동양선교교회 EM 담당 이태규 목사는 “비록 세대간에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손자 등 모든 가족구성원이 한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이 성서적으로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글렌데일 한인장로교회 문일명 목사는 “각 교회의 실정이나 비전에 따라 여러 모델이 다 필요하다”면서 “다만 어떤 형태를 취하든지 뿌리를 인식하고 ‘같이 가는 쪽’(공존형)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독립교회는 한인 2세들만의 공간이 아닌 여러 민족이 모이는 다인종교회(Multicultural)가 되기 쉽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편 김성수 목사는 ‘범세대적인 신앙양육’을 강조했다. 2세 교회가 1세 교회로부터 독립하다보면 목회자원이나 경험을 전수받기 어려울뿐더러 교단과도 단절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독립교회 형태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다.
새벽기도를 하는 할머니, 봉사활동에 열심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2세들은 신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있더라도 ‘한지붕’ 모델, 세대를 뛰어넘는 ‘범세대적인 신앙양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2세 목회자가 모자란다
2세 목회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영어 목회를 할 수 있는 2세 목회자가 부족하다는 것.
현재 2세 교회 대부분은 2세 아닌 1.5세 목회자들이 맡고 있다. 신학교에 다니는 2세 학생은 많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인교회로 돌아오는 이들이 드물고 졸업한 후 목회를 포기하거나 영어권 교회 혹은 선교단체로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상하관계와 공동체 의식, 봉사와 희생을 유난히 중시하는 1세 위주의 한인교회 분위기가 한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만족스런 급여와 처우 또한 2세 목회자들이 한인교회로부터 등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홍명의 목사는 “많은 2세들이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탓에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고, 심지어 중년을 넘긴 이들도 많은데 한인교회들은 여전히 이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며 예산마저 적게 할당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족한 2세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각 교회가 장학금 조성을 통해 신학생들의 학비부담을 덜어주어야 하며 2세 목회자들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도자 양성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2세 교회가 나아갈 길
‘진리는 하나, 방법은 다양하게’
앞서 말한 대로 각 교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상적인 2세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1세 목회자들이 2세들을 격려, 자라나는 세대에 맞게 교육해야 한다는 점. 찬송가 대신 CCM을 부르고, 넥타이를 맨 목회자 대신 청바지 차림의 목회자를 선호한다 하더라도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공통점을 발견하며 공동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LA의 한 한인교회 영어부에 다니는 2세 김모(20)군은 “교회가 한국어 예배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새로 구입한 교육 기자재나 음향장비는 거의 대부분 한국어 대학부로 들어가고, 거기서 쓰던 낡은 장비가 영어부로 대물림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2세 목회에 과감한 투자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홍명의 목사는 “영어목회를 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영어목회가 1세 교회 담임목사의 비전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면서 “2세 목회의 미래는 1세 교회 담임목회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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