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를 전후로 거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일선에 있는 교사들 역시 들뜬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학기를 시작하고자 다짐한다.
방학을 끝내고 훌쩍 커버린 고학년 학생들부터 자신의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어리대며 다니는 신입생들까지 모두가 내겐 사랑스럽기만 하고 그들의 축 늘어진 뒷모습을 보는 나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명문대에 지원한 한인 학생들의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과 지난해부터 실시한 포괄적 입학사정 방식이 한인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과 한가지의 악기와 운동은 필수로 해야 대학 입학 시 유리하게 작용했던 점이 이제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이런 정보는 학교에서 보다 학교 밖, 즉 신문 방송을 통해, 또는 전화로 문의하는 분들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럴 때면 영 뒷맛이 씁쓸해짐을 느낀다. 본인이 원하는 전공과 본인이 하고자 하는 미래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를 정함에 있어 굳이 학교의 입맛에 맞게 맞춤식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가 영 찜찜하기만 하다.
“너무 강요하지 말고 그냥 놔둬요”라고 하면 뒤 돌아서서 바가지로 욕먹기 십상이고 ‘족집게’ 식으로 얘기했다 잘못 맞추기라도 한다면 두고두고 찍히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내 양심을 접어두고 나도 못하는 뜬구름 잡는 얘기는 더군다나 못한다.
며칠 전 기말고사가 끝났다며 2년 전 졸업한 두 남학생이 찾아왔다. LA근교 이름 있는 공과대학으로 진학한 이들은 2학년이 되어 1학년 초기의 부푼 꿈을 펼치던 그 때의 모습과는 달리 이젠 좀 더 실리적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았다.
1학년초에 140명이던 자신의 과 학생들이 1년만에 40명으로 줄었다는 얘기며 앞으로 3년 후는 아마 10명 내외 일거라는 일리 있는 추측을 해가며 요즘 잠도 못 자면서 밤새워 공부한다는 기특한 얘기였다. 또 다른 학생은 일찌감치 호텔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꿨다며 아마 심란한 마음에 위로라도 얻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것은 비단 경쟁이 심한 공과대학만의 얘기는 아니다. 의과대학으로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중 100여명의 생화학과 신입생들 역시 1년 후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가고 나중엔 10명 안팎이 남는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늘 받게 되는 어떻게 준비해야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엔 매번 대답할 때마다 망설여진다. 그 질문 속엔 아이들의 하얀 마음속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어른들의 생각으로 가로막힌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운동 팀에 있으면 대학갈 때 유리하게 작용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니까 또 운동을 즐기면서 하면 좋고 다행히 잘해서 학교 운동 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금상첨화다. 한가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서 자신의 정서를 풍요롭게 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입시 때문이 아닌 자발적으로 한다면 말이다.
입시 학원에서 잘 훈련된 세련된 형식과 내용이 비슷한 한국 학생들의 에세이를 보면 왠지 좋은 점수를 주기에 망설여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엔 본인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디서 맡아본 듯한 복잡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녀가 명문 대학에 가기 위한 단기적인 전략보다는 학교 공부에 충실하고 평소에 책을 자주 접하며 독서를 통해 자신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학생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봉사 활동이나 그 밖의 활동을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으면 족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SAT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학생들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대학을 잘 들어갈 수 있는 방법론을 논하기보다는 자녀들이 오늘 하루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돼보자. 그런 여유 있는 부모의 모습은 자녀들을 편안하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자녀들에게 정서적 불안이나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묘약이 되기 때문이다.
지경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