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 시행 과정에서 잇단 폭력 사태와 팔레스타인 정부 내 권력 투쟁으로 위기에 처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가 5일 사임했다.
나빌 아무르 팔레스타인 공보 장관은 압바스 총리가 이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아라파트 수반이 즉각 압바스 총리의 사직서를 수리했으며 2주 안에 새로운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압바스 총리 사임에도 불구하고 압바스 내각은 당분간 과도 내각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총리가 사임한 것은 중동평화 과정이 난관에 봉착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복지 향상에 실패함에 따라 아라파트와의 권력 투쟁에서 수세에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압바스 총리가 사임하기 이전부터 압바스 내각에 대한 의회의 신임 투표가 수일 내로 열릴 예정이며 신임 투표가 실시될 경우 압바스 총리가 불신임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 바 있다.
지난 4월 아라파트 수반이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압바스를 총리로 임명한 이후 아라파트와 압바스는 군사적 통제권 이양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압바스의 사임은 아라파트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압바스는 중동평화 로드맵이 요구하는 대로 과격단체를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모든 보안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경우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과 새로운 협상에서 더 많은 권위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압바스의 사임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 파트너를 잃게됨에 따라 적어도 당분간은 중동평화 로드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라파트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그를 축출하기를 원하던 이스라엘측 선택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 타임스는 압바스 총리가 이날 정오 라말라에서 사임을 발 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팔레스타인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 방법이 유일하다. 우리는 막다 른 골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압바스 총리는 자신의 사임으로 아라파트 수반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자신을 다시 복귀시키거나 아니면 더 권한이 강화된 다른 총리를 지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압바스 총리는 또 사임이라는 도박을 감행함으로써 아라파트를 축출하고 미국이 중동평화 로드맵 실현을 위해 더욱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압바스 사임으로 평화공존 노력 좌초위기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취임 4개월만에 퇴진함에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공존 실험이 중단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압바스 총리의 사임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로 우여곡절 끝에 합의된 단계적 평화안(로드맵)도 좌초위기에 빠졌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민주화 개혁은 더욱 요원해졌다.
더욱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바스 내각이 붕괴할 경우 차기 정부와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대화와 타협 보다는 힘의 대결이 재연될 전망이다.
압바스 총리의 사임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과의 파워게임에서 완패를 의미한다. 반대로 아라파트 수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면과 봉쇄를 견뎌내고 2년만에 극적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게 됐다.
압바스 총리의 사임은 지난달 휴전붕괴로 유혈분쟁이 재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가 확고해 아라파트 수반이 압바스를 퇴진으로 몰고가기 보다는 권력 공유 합의로 공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압바스 총리는 취임 이전부터 아라파트 수반과 조각 및 치안조직 장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총리 취임 후 미국의 후원으로 이스라엘과 로드맵 이행에 합의했고, 지난 6월에는 하마스 등 무장단체들의 일방적 대이스라엘 휴전을 유도하는 정치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보안장관 임명과 치안조직 장악권을 놓고 아라파트와 수시로 대립했으며 이같은 갈등은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했다.
특히 아라파트 수반은 지난주 치안기구 개혁을 총괄할 보좌관에 심복인 지브릴 라주브를 임명함으로써 모하메드 다흘란 보안장관의 일괄 통제를 주장하던 압바스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아라파트의 회생’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압바스 총리는 지난 4일 자치의회에서 개혁정부 출범 100일간의 성과를 보고하면서 의회가 자신을 전폭 지지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아라파트 수반과의 갈등을 시인했지만 아라파트를 직접 선거로 선출된 합법적인 최고 지도자라고 인정했다. 또한 예상됐던 의회 재신임 표결을 요구하지 않아 두 지도자가 치안권 장악을 둘러싼 권력 암투를 어느 정도 해소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대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은 다음주 중 자치의회가 압바스 내각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강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팔레스타인 내부에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추지 못한 압바스는 신임투표를 실시할 경우 불신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이 장악하고 있는 주류 정파인 파타운동은 물론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과격 무장단체들은 압바스 총리 정부가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유약하고 비굴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압바스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세력들은 압바스 정부를 미국의 압력으로 탄생한 불법적 `꼭두각시’ 정부라고 비난해왔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국민 정서상 미국과 특히 이스라엘의 공개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높은 인기를 누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한계는 아라파트에게 정치적 반사이익을 안겨주었다.
이스라엘로부터는 무장단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비굴한’ 정책으로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압바스로서는 배수의 진을 치든가, 정치적 포기를 선언하든가 양자택일만 남아있었다.
압바스의 총리 사퇴가 정치 포기를 의미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분석가들은 그가 사퇴라는 최후의 수를 던짐으로써 아라파트 수반의 가슴에도 비수를 꼽았다고 말하고 있다. 압바스가 퇴진함으로써 후위에서 영향력을 만회해온 아라파트는 다시 정치의 전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바로 압바스가 원하는 바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라파트 수반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소식통들은 아라파트가 압바스의 사표를 원칙적으로 수리했으나 정식으로 서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6일 저녁 소집되는 파타운동 중앙위원회에서 사표 수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라파트 추방안을 공공연히 거론해온 이스라엘은 이제 현실적 선택으로 이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당분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총포 소리와 탱크의 굉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행 초기 단계부터 난항을 겪어온 로드맵은 무기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고, 제동력을 잃은 유혈충돌의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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