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마감 ‘특별한 추억’만들기
시골 할머니 댁 원두막에서 시원한 수박을 깨먹던 일이며 들판으로 잠자리 잡으러 다니던 여름 방학의 기억은 메마른 일상을 적셔주는 소중한 추억들이다. 두 달이 넘는 긴 방학 동안 어떻게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나 걱정스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백투스쿨.
다시 학교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여름 방학의 소중한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꼭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김창옥(43, 국선도 사범)씨와 하나 김(42, 주부)씨는 지난 주말 백투스쿨을 앞둔 두 딸 현영(9)과 준영(6)의 여름 방학 마지막 주말 추억 만들기를 위해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갔던 시골장터에서의 꼭두각시 쇼는 감수성 예민하던 어린 소년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공연의 내용이 대단히 감동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항상 권위적으로만 보였던 아버지와 손을 맞잡고 나섰던 외출이었다는 까닭에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항상 시골장터의 활기찬 이미지가 그의 머리에 떠오른다.
두딸들에게 바로 그 시골장터와 같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두 부부가 고른 프로그램은 한인타운 가까운 밥 베이커 인형 극장(Bob Baker Marionette Theater)에서 펼쳐지고 있는 꼭두각시 인형극 ‘마법의 세상’(It’s a Magical World). 현영이과 준영이 또래의 어린 관객들 역시 부모님의 손을 잡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밥 베이커 인형 극장은 평생을 인형극과 함께 해 온 밥 베이커를 중심으로 하는 극단. 주로 가족 중심의 인형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막이 오르니 쥬세페 할아버지가 만든 피노키오처럼 귀여운 꼭두각시 인형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검은 옷을 입은 단원들은 여러 갈래의 줄로 연결된 조절 장치를 움직여 마치 자신의 몸처럼 인형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그들로 인해 생명을 부여받은 인형들은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브로드웨이의 배우들 못지 않은 멋진 무대를 꾸며준다.
가끔씩 단원들은 어린이들이 인형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가까이 가져다대기도 한다. 현영이와 준영이도 광대 인형과 망아지 모양의 인형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기뻐한다. 꼭 수박 통처럼 생긴 머리의 짱구박사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TV 연속극으로 보며 자라온 김창옥씨와 하나 김씨는 공연 시간 내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들며 현영이와 준영이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자리가 꽉 찬다 하더라도 티켓 판매금액으로 운영이 어려울 것이 분명한데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려가며 인형을 조작하는 단원들은 진정한 예술가들.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단원 대니는 아름다운 천사의 마음을 가졌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지난여름의 기억들로 현영이와 준영이는 더욱 풍요로운 추억을 간직한 채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It’s a Magical World: 대여섯 명의 단원이 다양한 꼭두각시 인형을 조작하며 신나는 무대를 꾸며준다. 생일을 맞은 자녀를 위한 특별 파티와 공연도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2시30분. 화-금요일은 오전 10시30분에 공연이 있다. 티켓은 8-10달러. Bob Baker Marionette Theater 주소: 1345 West 1st Street Los Angeles, CA 90026
문의 (213) 250-9995
웹사이트 www.bobbakermarionettes.com.
▲뮤지컬 신데렐라: 샌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Santa Monica Playhouse)에서는 에벌린 루디(Evelyn Rudie)와 크리스 드칼로(Chris DeCarlo)의 각색으로 뮤지컬 신데렐라를 무대에 올린다. 관객의 대부분은 공주처럼 예쁜 드레스 차림의 딸들을 데려온 부모들. 좁은 무대에서 드라마를 소화하려니 정작 있어야 할 왕궁에서의 파티 장면은 삭제됐다. 신데델라의 계모와 못생긴 언니들의 코믹한 모습은 그저 볼 만한데 신데렐라와 왕자님 역을 맡은 배우들은 너무 노령의 배우들이라 영 어색하다.
한 어린이가 가까이 다가온 신데렐라에게 “하이! 신데렐라” 하고 인사를 건네자 전염병 번지듯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이 “하이!” 하고 극중 신데렐라에게 말을 건다. 영세한 극단을 살리기위해 배우들이 박스오피스에서 티켓도 팔고 자리도 직접 안내한다. 공연은 금-일요일 오후 6시. 티켓은 13세 이상은 12달러,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10달러.
Santa Monica Playhouse 주소: 1211 Fourth St. Santa Monica, CA 90401 문의 (310) 394-9779
▲Disney’s Aladdin, A Musical Spectacular: 디즈니랜드 옆의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공원 내 히페리온 극장에서 뮤지컬 알라딘을 무대에 올린다. 브로드웨이 수준의 공연 뒤에는 디즈니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해 ‘A Whole New World’와 ‘Friend Like Me’를 함께 부른다. 주말은 오후 12시45분, 2시30분, 4시45분, 6시15분 네 차례.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티켓을 구입하면 무료.
Disney’s California Adventure 주소: 1600 Disneyland Drive Anaheim, CA 92802
문의 (714) 781-7290, 4565
▲Freaky Friday and a Disney Princess Tea: 디즈니 사의 영화를 상영하는 엘 캐피단 극장(El Capitan Theatre)은 할리웃 가의 명소. 바로 이 엘 캐피탄 극장에서 제이미 리 커티스와 린제이 로헌 주연의 영화 ‘Freaky Friday’를 상영한다. 영화가 끝난 후 어린이들은 부모와 함께 잉글리시 티를 즐길 수 있다. 잉글리시 티에는 볼프강 퍽과 페스트리 전문 요리사 셰리 야드가 준비한 핑거 샌드위치와 스콘이 제공되며 티 에티켓에 대한 강의도 마련된다. 신데렐라, 재스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의 스타들과 사진을 찍는 시간도 있다. 9월1일까지 오전 9시30분, 오후 12시15분, 오후 2시45분, 오후 5시30분, 오후 7시45분, 오후 10시15분. 잉글리시 티는 오후 2시45분까지만 제공된다. 티켓은 7-10달러. 잉글리시 티를 포함한 티켓은 25달러.
El Capitan Theatre 주소:6838 Hollywood Blvd. Hollywood, CA 90028, 문의 (323) 467-7674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 공연: 글렌데일 센터 디어터(Glendale Centre Theatre)는 가족이 운영하는 소극장으로 관객과 배우가 서로를 호흡할만큼 아담한 규모다.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잭과 콩나무를 자녀들과 함께 무대에서 즐기는 맛은 남다르다. 11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티켓은 8-10달러.
Glendale Centre Theatre 324 North Orange St. Glendale, CA 91203, 문의 (818) 244-8481
▲MAKING: 어린이들의 창조적인 작품들을 만나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인터액티브 전시회로 LA카운티 아트 뮤지엄 서관(LACMA West)에서 마련되고 있다. 종이 찰흙을 조물락거려 만든 조형물이나 색종이, 리본을 오려 붙여 만든 콜라쥬에서는 어린이들만의 경쾌함이 넘쳐난다. 9월 1일까지 매일 정오-오후 5시.
LACMA West 주소: 6067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문의 (323) 857-6134
▲타이태닉 전시회: 1912년 4월 떠다니는 궁전이라 불리던 타이태닉 호가 처녀 항해 중 북대서양의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심연에서 고요히 잠들고 있던 수백점의 타이태닉 호 유물들이 발굴·전시되고 있으며 1등석과 3등석 객실, 그리고 그랜드 볼룸을 재현해 놓았다. 인조 빙산을 직접 만져보며 당시 참사의 현장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California Science Center 주소, 700 State Drive, Exposition Park Los Angeles, CA 90037
문의 (323) SCIENCE, (323) 724-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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