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Port)는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Douro Valley)에서 제조되는 강화와인(fortified wine)이다. 도우로 밸리는 포르투갈 내 외딴 지역의 조용한 마을인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와인 제조기법도 현대화되지 않고 아직도 수백년 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포르투갈의 포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최고의 디저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포트라는 이름은 길이가 무려 560마일에 이르는 리오 도우로(Rio Douro 황금의 강) 어귀에 자리한 도시 오포르토(Oporto)에서 따온 것이다.
마치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프랑스 샴페인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만 붙일 수 있듯이, 포트 혹은 포르토(Porto)라는 이름도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에서 제조되는 와인에만 붙일 수 있다. 현재 미국, 호주, 남아공에서 포트 스타일 와인이라고 이름 붙인 와인들이 생산되지만 포트라는 이름은 붙이지 못한다.
도우로강 어귀 조그만 마을서 생산
85~90% 해외수출 영국이 주고객
제조법도 현대화 않고 수백년전처럼
트는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와인이지만, 처음부터 포르투갈 사람들이 아닌 영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로마인들이 기원전 1세기 이베리아 반도에 와인을 처음 들여온 것이 포르투갈 와인 역사의 기원인데, 17세기에 이르러서는 도우로 강을 통해 약 120만 케이스의 와인을 수송할 정도로 와인 산업이 왕성했다.
강을 이용해 운반된 와인은 평범한 레드 테이블 와인이었는데 대서양 연안의 오포르토를 통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지로 판매되었다.
1678년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프랑스의 선박과 항구들을 모두 봉쇄하였고, 때문에 프랑스 와인을 들여올 수 없게 되었다.
프랑스 와인을 대신할 와인을 찾던 영국인들은 1373년부터 활발히 교역을 하던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조달하게 되었고, 도우로 강을 통해 운반된 후 오포르토에서 배에 실어서 영국으로 수송되는 긴 시간에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포도 브랜디를 섞어서 알콜 농도를 강화시킨 것이 포트의 시작이다.
포트의 알콜 농도는 평균 약 20% 안팎이고, 당도는 약 9%에서 11% 사이이다.
이렇듯 달고 알콜 농도가 높은 포트는 사실 기후가 온화한 포르투갈보다는 연중 내내 비가 많이 오고, 흐리고, 스산한 영국 날씨에 훨씬 더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하다. 현재 대규모 포트 제조업체들의 이름은 그래서 영어 이름이 대부분인데, 그 중 유명한 상표로는 크로프트(Croft), 다우(Dow), 폰세카(Fonseca), 로벗슨스(Robertsons) 등이 있다.
포트는 약 85%에서 90%가 해외로 수출되는데, 아직도 포트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영국인들이다. 영국인들의 포트에 대한 사랑은 남달라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해 출시된 포트를 여러병 사 놓았다가 아이의 21세 생일에 다 같이 마시며 축하 파티를 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아이뿐만 아니라 포트 또한 숙성 기간이 15~30년으로, 21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빈티지 포트는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포트는 그래서 와인을 수집하여 숙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결혼 기념일이나 아이가 탄생한 해에 와인을 사서 장시간 보관하고 싶다면, 빈티지에 그다지 많이 구속받지 않는 포트가 아마도 가장 안전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높은 알콜 농도 때문에 포트는 병을 딴 후에도 1~2주간 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포트를 한 병 사서 침대 옆에 두고 숙면을 위해 매일 저녁 조금씩 마실 수 있는 편리한 와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고 품질의 포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병을 딴 지 1주일 안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
포트의 종류포트는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우드(Wood) 포트이고, 또 하나는 빈티지 포트이다. 우드 포트 중에는 색이 진하고 과일 향이 강하며 영(young)한 와인들을 블렌드하여 만든 루비(Ruby) 포트와, 여러 빈티지들을 섞어서 큰 통에 넣고 40년 가까이 숙성시켜 만든 좀 더 연한 빛깔의 델리케트한 터니(Tawny) 등이 있는데, 루비 포트는 여러 포트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포트로 꼽힌다.
빈티지 포트는 샴페인과 마찬가지로 매해 출시되지 않고, 각 와이너리가 결정하여 좋다고 생각되는 해에 만들어지는데, 나무 통 속에서 2년간 숙성된 후 병으로 옮겨져 계속 숙성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근래에는 2000년, 1997년, 1994년, 1992년이 좋은 빈티지로 꼽히는데, 특히 1994년은 1945년 이후 최고의 빈티지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빈티지 포트와 우드 포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드 포트는 병으로 옮겨지자 마자 금방 마실 수 있는 포트이고, 빈티지 포트는 병으로 옮겨진 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훌륭한 와인으로 숙성된다는 점이다.
평균 그 해 만들어지는 포트 중 약 60%가 터니(Tawny)와 루비로, 30%가 빈티지 형식으로, 7%가 오랜 기간 숙성되는 터니로, 그리고 3%가 순수한 빈티지 포트로 만들어진다.
포트는 소테른을 비롯한 다른 디저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스틸턴(Stilton), 로커포르(Roquefort) 치즈 등의 블루 치즈류와 매우 잘 어울린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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