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기
지난주는 흥미본위의 책만 읽고, 명작을 잘 안 읽는 수현이에게 명작을 읽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하여 썼다. 명작을 잘 읽으려면 다음의 6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즉 1. 주제(theme), 2. 줄거리(plot), 3. 등장인물(characters), 4. 배경(setting), 5. 스타일(style), 6. 보는 관점(point of view) 등인데 지난주엔 주제(theme)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그 방법을 제시한 바가 있다.
주제 읽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작가가 삶에서 배울 만한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 것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렇게 방향을 잡고 거기에 생각을 더 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방향+생각이 가해진 독서를 D.T.R.(Directed Thinking Reading)이라고 한다. 이런 D.T.R.을 학교에서 아직 못 배운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안 해 보았거나 못 해본 학생은 공책에다 간단히 일어난 일을 써 보든지, 혹은 녹음기에 자신이 녹음을 해본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도중에 생각이 떠오르고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명작이고 또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처음부터 D.T.R.을 하지 않으면, 명작의 그 속 주제(internal plot)를 이해 못하면서 읽는 사람에 따라 단순한 흥미본위의 책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주는 계속으로 줄거리 읽는 방법에 대하여 쓰려 한다.
2. 줄거리(plot)
줄거리란 이 이야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말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보통
A. 어떤 형태(pattern)를 이용하여 책 쓰기를 전개하여 나간다고 지난주에 썼다. 이번 주엔 줄거리를 어떤 방법(techniques)을 써서 전개해 나가는지에 대해 쓰겠다.
B. 방법(Techniques)
1. 서스펜스(suspense)
이것은 독자에게 이야기의 줄거리에 감정의 반응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긴장감, 불안감, 스릴, 초조함 등을 안겨준다. 자연히 독자의 취미가 그런데 쏠릴 것만은 사실이다(이것은 흥미본위의 책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주제가 별로 없이 이렇게 독자에게 서스펜스만 준다). 톨스토이의 ‘죄와 벌’에 이 방법을 많이 썼다. 명작에서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끔 우리 클리닉에 오는 학생들이 이 스릴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 때야 말로 책을 읽어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게 되니 가장 재미가 있을 그 때 안 읽는 경우를 목격한다(몇 주일 전에 자녀의 어휘력 높이는 방법에 대해 썼는데 그 방법으로 단어공부를 시키시기 바란다).
2. 클리프행거(cliffhanger)
이것은 독자에게 이 이야기의 줄거리 내에서 독자의 손에 땀이 나게 한다. 이런 내용을 읽고 정말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과 불안, 스릴, 초조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자녀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녀의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일상생활에 늘 TV나 영화, 비디오 등에서 이 클리프행거를 예사롭게 생각하게 되면, 책에서 읽는 클리프행거를 체험하지 못한다. 감수성이 약화됐다는 현상이다. 명작을 잘 읽지 않는다는 수현이는 그래도 아직 어린 탓인지 TV, 영화, 비디오를 많이 보지 않았던 아이이다. 그러기에 저녁을 먹으러 와서도 책을 끼고 읽는 것은 수현이 자신이 책에서 클리프행거 장면을 읽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3. 미리 알리기(foreshadowing)
이야기가 어떻게 진정이 될지 미리 힌트를 주는 방법으로 이것을 잘 알면 이야기의 결과를 늘 추측할 수가 있다. D.R.(Directed Reading)과 D.T.R.을 잘하면, 이야기의 결론을 쉽사리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죄와 벌’에서 주인공은 늙은이를 살해하고 나서 곧 ‘자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숨고 쫓겨다니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자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자수를 해야 한다’고 한 말이 미리 알리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보인다. 그러나 잡혀가서 얼마 안 있다가 그는 다시 석방된다. 그는 잡혀 있을 때 줄곧 자신에게 자기는 반드시 ‘자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자수를 해야 한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그는 별의별 거짓말을 다해 가며 석방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장면이 수십 번도 더 나온다. 결국 자수를 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을 짓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자수를 한다고 하는 것이 하나의 상징으로 쓰여 자신이 나중에 회개하는 데까지 끌고 간다.
4. 절정(climax)
이야기의 가장 최고로 감정이나 일을 몰고 가는 클라이맥스이다. 여기에는 climax와 sub-climax가 있다. 등산하는 것에 비교한다면 절정에 오르는 것이 산의 가장 높은 곳이라면 sub-climax는 그 최고로 높은 산꼭대기까지 가는 도중에 계곡과 강파름이 있어 일종의 작은 climax를 탄생시킨다. 흥미본위의 책들은 이런 것이 대단히 많다.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읽는 독자의 감정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하여 가끔은 이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내용이 아주 충실하면서 climax과 sub-climax를 가장 잘 쓴 책이 ‘Les Miserables’일 것이다.
5. 끝(resolution)
이것은 이야기의 끝으로서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denouement로 배울 것이다. 이것은 같은 뜻인데 denoue-ment는 문학용어이다. 이것은 어떤 때는 climax가 있었다가 한참 후에 끝이 올 수가 있고, 또 어떤 때는 climax가 있었다가 곧 이어 끝이 올 수도 있다.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climax가 바로 끝이 되는 수도 있다. 지금까지 climax를 잘 몰고 가다가 갑자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같이 갑자기 이야기의 끝을 본다. 즉 끝과 climax가 한꺼번에 일어난다. 좋은 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여주인공 스칼렛은 늘 말버릇처럼 ‘내일은 또 다른 새 날이다’(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자꾸 자기의 문제를 내일로 밀어붙인다. 남자주인공 레트 버틀러는 그런 그녀를 과거에 오래 참아왔기에 독자들은 이번에도 역시 당연히 참을 것을 예측하였는데 천만 뜻밖에 버틀러는 ‘그러건 말건’(I don’t give a damn.)이란 말 한마디를 남기고 집을 떠난다. 즉 climax와 denouement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런 작품은 이야기의 끝을 일부러 작가가 결말을 지어주지를 않는다. 이것을 open-ended라고 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작가가 일부러 끝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작품을 더 사랑할 수도 있다. 그 얼마나 독자들이 이 글을 사랑하고 궁금해했으면 몇 십년 후에 다른 작가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후편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성공적이지는 못 하였다.
보통 명작은 읽는 도중보다는 그 끝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대지’는 그 주제가 사랑 이야기가 아니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삶, 진리가 그 주제이다.
끝을 맺을 때 어떤 경우에는 그 글의 내용상 반드시 끝을 맺어주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을:
a. 불가피한 상황(inevitability)라고 한다. 좋은 예로써는 ‘오즈의 마술사’(Wizard of Oz)에서 Dorothy가 찾는 ‘나의 집’은 Dorothy에게 반드시 찾아주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b. closed ending은 비록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끝을 맺어 준다. 보통 저학년 명작에 많이 쓰인다.
c. open ending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이 일부러 그 끝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처음부터 위에 제시한 5가지를 D.T.R.과 D.R.A.(Directed Reading Activities)의 reading을 하면 그 명작의 그 속 주제를 이해하게 된다.
전정재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