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종 넘는 꽃과 나무들의 박물관
태평양 남서부지역 역사자료 집합
사람들이 감동하는 아름다움을 자연스러운 것과 잘 가꾸어진 것의 두 가지로 나눠볼 수도 있겠다. 처음부터 눈길을 끌지는 않지만 새록새록 아름다움을 찾아내게 돼 오래 질리지 않는 것이 자연이라면 나중엔 어떻게 되건 우선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 것이 가꾸어진 아름다움일 것이다. 코로나 델 마에 있는 ‘셔먼 도서관 정원(Sherman Library & Gardens)’은 그 후자의 경우다.바쁜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2647 E. PCH) 길가에 한 블록을 오롯이 차지하고 있는 이 정원은 1966년부터 8년동안 이 자리에서 조금씩 자라나 오늘의 크기가 됐다.
캘리포니아의 개척자이자 교육자였던 모시즈 H. 셔먼(1853~1932)의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아놀드 D. 해스켈(1895~1977)이란 사람이다. 셔먼이 죽을 때까지 20년간 조수로 일했던 그는 이 지역 출신 비즈니스맨으로 인생 만년에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가치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에 이 도서관과 정원을 설립하면서 자기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멘토였던 셔먼의 이름을 붙이고 이미 1951년에 셔먼의 두 딸과 함께 설립해 남가주 각계에 많은 자선 기부를 한 셔먼 재단의 소유로 15년동안 운영했으니 이제는 재원이 고갈, 커뮤니티에 의존하고 있다.
처음엔 지금 도서관 입구 전시실인 작은 아도비에서 출발, 그 옆에 있던 묘목상을 사들이고 또 옆의 땅을 사들이면서 조금씩 늘려 나갔지만 모든 것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셔먼 도서관 정원에 들어서면 무엇이든 잘 계획되고 정돈된, 깔끔한 아름다움의 정원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1,000종이 넘는 식물들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제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정원은 살아있는 식물들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지만 분수와 조각작품, 잘 다듬어진 관목, 잔디들과 함께 서로 가장 잘 어울리게 배치되어있다. 커다란 꽃밭과 수많은 화분 바구니들이 계절마다 다른 강렬한 색깔로 초기 캘리포니아식으로 지어진 주변 건물들에 액센트를 더해준다.
희귀한 선인장들만을 따로 모아 놓은 정원도 있고, 갖가지 열대 식물들만 모아 놓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별도의 온실 한귀퉁이 연못에는 남자 어른 팔뚝만큼 굵은 잉어들이 노닌다.
‘디스카버리 가든’이라 불리는 곳은 특별히 시각 장애자들을 위해 디자인된 것으로 휠체어를 타고도 다닐 수 있도록 섬 모양으로 만들었고 보기보다 만지거나 냄새맡는 것이 더 매력있는 식물들을 모아놓았다.
모든 식물에 그 원산지와 학명, 일반명, 별명등을 자세히 밝힌 이름표를 달아놓은 이 정원에 있는 모든 식물들의 명단도 따로 마련돼 있어 꽃과 나무에 대해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제공된다. 약초들도 따로 명단과 함께 실물들을 함께 모아 놓았고, 별로 크지는 않지만 장미 정원도 따로 있고 한쪽으로 돌절구와 작은 돌다리를 놓아 동양풍을 낸 코너도 있다.
정원의 아름다움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선인장 정원 아래편의 도서관도 들러봐야 한다. 도서관 간판이 붙어있는 작은 아도비 입구에는 발보아 페리의 초기 모습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책들을 색인해 놓은 카드 상자.
캘리포니아 및 바하 캘리포니아 해안의 조개 껍질을 전시해 놓은 박스등이 자리잡은 사무실이 나온다. 거기서 조그만 계단을 올라가면 열람실인데 오래된 책들이 꽂힌 서가 사이 벽마다 옛날 캘리포니아 풍경을 그린 유화들이 걸린 아래로 놓인 의자가 어서 책 한 권을 빼들고 앉으라고 타이르는 것 같다.
지난 100년간 기막히게 변신한 퍼시픽 사우스웨스트 지역 중심 역사에 관한 ‘연구 도서관’인 이곳에는 상당량 의 역사적 자료들이 소장되 어 있다.
1만5,000권쯤 되는 책 이외에도 팸플릿, 상당량의 지도와 사진은 물론 2000릴이 넘는 마이크로 필름, 20만장 정도의 신문과 서류들이 지난 100년간 이 지역에 일어난 남다른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려 대기하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이 지역에서 살며 놀라운 변화를 목격한 해스켈이 언젠가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임을 내다보고 보관했던 셔먼과 그 동료들의 사업 활동에 관련된 서류들로부터 시작된 콜렉션이라고 USC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1965년 해스켈의 요청으로 이 도서관을 맡게 됐다는 관장 윌리암 허친슨은 말한다.
허친슨의 안내로 책 이외에 옛날 전화번호부등도 갖춰져 있는 열람실 아래 지하 서고에 들어가 보니 옛날 신문, 사진, 지도등이 가득 차 있는데 신문중 1868년 10월에 발행된 샌디에고 유니언지는 아직도 깨끗해 읽기에 불편하지 않다. 샌디에고 유니언 외에 그 옛날 LA 타임스, 칼렉시코 크로니클등도 보관돼 있고 1870년에 제작된 샌타애나 시 최초의 지적도도 있다.
현재 샌타애나 다운타운인 남북으로 1가부터 7가, 동서로는 부시, 메인, 시카모어, 웨스트(현재 브로드웨이) 거리 이름이 쓰여져 있는 6개 블록이 샌타애나의 탄생시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1798년에 영국서 나온 북태평양 및 기타 세계 탐험기는 3권의 책에 1권의 대형 지도책으로 세트를 이루고 있고 다수의 스페인어 책들도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 남태평양 역사 및 기술협회 회원들이 기증한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는 코너도 있다.
대출을 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이 도서관은 역사 연구가 및 개발에 앞서 토지 오염등에 관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환경관계 회사 직원들이 자주 출입하고 가끔 캘리포니아주의 미션에 관해 보고서를 작성해야한다는 4학년짜리들도 찾는다.
도서관 아래 정원 한 옆으로 지어진 ‘카페 자르뎅’은 주중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 일요일에는 브런치를 서브한다. 점심 앙트레 가격은 13달러 내외. 도서관과 정원은 연중 몇차례 역사와, 원예, 예술에 관한 강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7명의 직원과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다수의 안내자들이 여러 단체를 위한 투어를 제공하며 가든내 시설들을 대여하기도 한다.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여는 이 곳(도서관은 주말과 휴일에 휴관)의 후원회인 ‘프렌즈’ 회원이 아닌 사람은 입장료 3달러를 내야하나 매주 월요일은 무료다. 전화 (949)673-2261.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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