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우리 아이는 책을 너무 읽습니다. 늘 책을 옆에 끼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밥 먹을 때도 책을 들고 앉아 있습니다. 남들은 행복한 비명이라고 할지는 모르나 제게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며칠 전 우연히 알게 된 일인데 글쎄 학교 숙제를 안 해 갔다지 뭡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다그쳤더니 책을 읽다가 깜박 했다나요! 잊을 일이 따로 있지 어떻게 숙제를 잊을 정도로 책 읽는데 몰두할 수가 있지요? 또 얼마 전에 대학생 친척 언니가 놀러 왔었어요! 같이 자라다시피 하여 아주 친하답니다. 또 멀리서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오랜만에 찾아와 너무 반가워야 할 언니인데 둘이 같이 놀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가 않았어요. 하도 기가 막혀 친척 아이에게 우리 수현이가 도대체 무슨 책을 읽기에 저리도 몰두할 수가 있느냐고 물으니까 별걱정을 다 하신다고 하면서, 그런 책들은 모두 흥미본위의 책들이 랍니다. 정말 친척 아이 말대로 걱정을 안 해도 되나요? 흥미본위의 책이란 나쁜 것인지? 또 왜 그런 책만 읽습니까? 명작을 읽히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14세 수현이 어머니-
*흥미본위의 책과 명작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명작에는 주제,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스타일, 보는 관점이 다 있지만 그 중에도 주제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즉 등장인물이 있음도 그 중요 목적이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 때문이고, 배경이나 스타일이 있음도 그 목적이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고는 그 주제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 결과로 보는 관점이 설립이 되는 것이다.
흥미본위의 책도 주제,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스타일, 보는 관점 등이 다 있다. 그러나 주제가 거의 없던지, 있다 하더라도 그리 큰 몫을 차지하지 못하고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스타일 등이 오히려 읽는 독자의 흥미를 북돋워주는 역할만 한다. 많은 일이 생기게 하고, 스릴과 사건으로 읽는 독자에게 그저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결과 독자의 보는 관점이 변함이 없으므로 별로 배울 것이 없다. 다시 말하면 별로 생각을 안 하고도 재미있게 읽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덮어놓고 읽으면 생각의 발달이 안되니까 그 결과를 분석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흥미본위의 책은 별로 생각을 안 해도 다 이해가 된다. TV 보는 것과 별 차이점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리딩인가? 로젠블랫(Louise Rosenblatt, l978 The Transactional theory of literature and reading)이 처음으로 한 말이기는 하지만 독서란 ‘생각하는 것’이다.
“…독서란 높은 수준의 스킬을 요구한다. 그러기에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며, 또 Problem Solving(문제 해결)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Reading is a high order of skill and it requires thinking that is complex, that yields multiple solutions.)(Lauren Resnick, l987)
“독서란 언어를 통하여 생각하고, Problem Solving을 하고, 의사소통이 된다.”(Reading is the use of language for thinking, problem solving, and communication.)(Robert Calfee, l995)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생각한다. 생각을 계속하면 생각의 수준도 깊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두뇌는 더 발달되며 새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창의력이라고 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가해질 때 우리는 진리를 이론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누가 필자에게 교육받았다는 사람의 정의를 내려보라면, 서슴지 않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 진리를 외어서 아는 사람이 아니고, 깨달아 알고 종국적으로는 자아가 깨쳐진 사람이라고 하겠다. 즉 교육의 목적은 우리가 Enlightened Person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한다. 미국 학교 교육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을 critical thinker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책을 하도 안 읽으니 흥미본위 책이라도 읽게 하자고 하여 흥미본위의 책들이 학교 추천 도서목록에 실리기까지 하였다. 이것을 그렇게까지 해서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머리로 좀 아는 것이 아니고 아주 익숙하게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 자연히 책을 읽어도 부담이 안 된다. 마치 우리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을 반드시 못해서가 아니라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자꾸 하면 그 운전이 몸에 배어 거의 자동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런 말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여러 종류의 책을 우선 많이 읽고 난 뒤에 그 식으로 자꾸 읽어야 한다. 그러기에 ‘많이 읽어야만 읽을 줄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으로는 리딩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 한다.
*왜 흥미본위의 책만 읽습니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합니까? 어떻게 생각을 안 하고 읽습니까? 그 이유 이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물론이다. 독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생각이 없이는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의 생각이란 우리 인간의 지성 발달을 의미한다. 보통 흥미본위의 책을 읽으려면:
1. 인식 영역과 2. 기억 능력만 있으면 되리라고 본다. 이것은 주로 주입식 교육에서 많이 필요로 했던 영역이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이것이 더욱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명작을 읽고 생각을 하려면 아주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 인식과 기억이 본바탕으로 자리 잡은 후에는:
3. 종합적인 사고 능력이 생긴다. 여러 가지 일이나 사실이 나열되어 있을 때 이를 조직적으로 정돈해 결론지을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a)해석할 수 있는 능력 (b)응용 능력 등이라고 하겠다.
4. 창의력 주어진 사실 하나를 놓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창작 능력이 여기에 속한다.
(a)신타시스는 주어진 사실 이외에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b)가설을 전개할 수 있다. (c)alternative & option은 여러 가지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으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달라질 수도 있다.
5. 판단력(evaluation) 이것은 생각을 넓히기도 하고 더 깊이 파고 들어갈 줄도 아는 능력을 말한다.
6. 분석 능력
(a)expository, (b)narrative, (c)descriptive, (d)persuasive의 차이를 알고 이것을 모두 분석, 전개, 설명, 형용, 설득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7. 추론 생각의 수준 중 가장 높은 단계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이 안된 사람은 이 단계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다는 말이고 이 (1)인식영역과 (2)기억능력, (3)종합적인 사고 능력, (4)창의력, (5)판단력, (6)분석능력, (7)추론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써 어느 한 능력에도 치우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어느 일이 좋다, 나쁘다라는 선입 관념을 갖고 비판하는 능력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을 때 많은 교육자들이 이 추론의 능력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명작은 생각을 많이 깊이 해야 하므로 어휘력이 는다. 가끔 명작을 쉽게, 짧게 축약하여 나온 책들이 많은데 이것은 아무리 명작이라 하더라도 흥미본위의 책이나 비슷하다. condensed가 되면 생각을 잘 할 수가 없다.(지면상 다음주에는 *명작을 읽히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해 답을 쓰겠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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