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흥미진진한 가주 소환투표다이앤 파인스타인 가주 연방상원의원이 자신의 불출마를 재확인하면서 “소환선거 캠페인이 서커스판이 되어 간다”고 경고한 것처럼 슈워제네거의 출마 선언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해프닝은 흥미진진한 ‘리얼리티 쇼’의 연속이었다.
유력한 정치인부터 평범한 20대 교사, 포르노계 거물, 모델 등이 500여명이 넘게 주지사 되기를 희망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선거 이전까지 깜짝쇼가 계속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슈워제네거의 불출마 연막전을 믿고 그동안 캠페인팀까지 구성하며 주지사 후보 출마준비에 전력을 다했던 리처드 리오단 전 LA시장도 그의 출마 선언에 ‘뒤통수를 맞은 듯’ 어이없어 하다가 결국은 7일 밤 불출마를 발표하고 약속대로 슈워제네거를 밀겠다고 했다.
또 슈워제네거가 출마 발표를 하기 몇 시간 전 무소속으로 차기 주지사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한 명 칼럼리스트 애리애나 허핑턴의 전남편 마이클 허핑턴(전 연방상원의원)이 7일 전 부인을 지지하는 대신 슈워제네거 공식 지지자 제1호로 나선 것도 드러매틱한 뉴스였다.
이같이 순간 순간 예측할 수 없게 변하는 주지사 소환선거는 따라서 전국적인 미디어의 관심도 사로잡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미 정치가 아닌 오락물처럼 시작된 이번 선거 캠페인은 앞으로 남은 59일 동안 터미네이터식 액센트로 “청소해 버리겠다”는 공약을 한 슈워제네거의 행보로 더욱 흥미진진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TV 연예 프로그램은 그를 배우와 주지사 후보로 자주 초대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를 자주 상영할 것이어서 슈워제네거는 무료 홍보혜택을 받게 되며 시청자들의 눈도 즐겁게 만들 것이다. 이같은 상황 전개는 정치에 문외한인 슈워제네거에게 어려운 이슈나 정책에 대한 견해 발표나 날카로운 보도진 질문에 직면하지 않고도 인지도를 쉽게 얻는다는 것이다.
USC 아넨버그 신문방송 대학원 부학장 마티 켑플랜은 “이번 선거는 이제까지의 선거틀을 완전히 벗어난 서커스처럼 전개될 것이며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지사는 경험보다 리더십”“주청사에 올라가 깨끗이 청소함으로써 캘리포니아를 구제하겠다.”
오는 10월7일 실시될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및 선출선거에 나서겠다고 발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모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출마선언 후 첫 인터뷰를 통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8일 CNN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 슈워제네거는 그의 정치경력이 전무하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여러 단체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정치 경력이 많은 데이비스 주지사가 해놓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주민들이나 유권자들은 매우 현명하므로 누가 진실하지, 누가 정직한지, 누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는지를 잘 안다”고 말하고 “그들은 캘리포니아주를 현재의 도탄에서 끌어내고 발전시킬 만한 인물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슈워제네거는 그가 주연한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아스타 라 비스타’(see you later)를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에게 인사로 남기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슈워제네거는 가주민들이 데이비스 행정부 하에서 경제 침체나 실직, 기업의 타주 이탈, 막대한 적자예산, 공교육 위기 등에 처했다며 데이비스를 쫓아내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주가 당면한 최대 위기가 이번 소환선거 같은 최선의 기회를 가져왔으며 주민들은 이 기회에 최대의 해결 방법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물 공급문제나 공해 위기 등 캘리포니아주의 현안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꾼이라는 데이비스 주지사는 불과 몇년 전 90억달러의 흑자를 냈던 주 살림을 현재 380억달러의 적자살림으로 추락시켰다”며 “주지사는 경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직답을 비껴갔다.
슈워제네거는 이 자리에서 피트니스 카운슬 회장과 이너시티 게임스의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의 수장, 또 주민발의안 49의 입법운동의 리더로서 충분한 성과를 일궈낸 경력을 강조하면서 주지사로 당선되면 어린이 교육문제에 특히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캘리포니아주에 더 많은 학교를 건설하고 교사들을 양성하여 교육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집단 이기주의와 개인의 이익 찾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기존의 정치계를 청소하고 캘리포니아주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겠다며 “나는 이미 충분히 부자이기 때문에 비윤리적 특별 이익이나 물질적 유혹, 불의의 타협에서 자유롭고 깨끗한 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특별한 정책 제시 등은 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으며 “진짜 주지사로서 주 살림을 맡을 마음보다는 쇼맨십으로 출마선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치 컨설턴트나 전문가들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현재 많은 정치가나 전문 컨설턴트들은 그가 8주간의 캠페인 기간을 무조건 뛰다가 자신의 능력부족이나 매니지먼트의 어려움 등을 파악하고 선거 직전 도중하차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슈워제네거는 현재 NBC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저널리스트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다.
“터미네이터는 훌륭한 주지사감”
휴가중 부시 견해피력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휴가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터미네이터’의 액션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대해 “그가 훌륭한 주지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팔씨름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슈워제네거의 선거운동을 도울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며 오는 10월7일로 예정된 소환선거에 대해 주의 깊게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막판지원유세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주대법, 소환선거 연기요청 기각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7일 주지사 소환선거를 내년 3월로 연기해 달라는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측의 요청을 기각한 데 이어 LA 법원도 8일 데이비스 주지사 지지그룹이 요청한 소환선거 실시에 관한 청문회 개최 요청을 “서명이 부정적으로 취합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LA 수피리어 법원의 칼 웨스트 판사는‘주지사 소환에 반대하는 납세자 그룹’이 8일 제기한 요청에 대해 “선거 절차를 중단시킬 만한 사기 개입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7일 선거일 연기요청을 기각하자 이들은 8일 다시 캘리포니아주내 각 카운티 등록국이 서명이 합법적인 것인가를 확인하는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며 그에 관한 공청회나 재판을 선거 전에 시행해 달라는 청원서를 LA 법원에 제출했다가 거부당했다.
출사표 8일까지 13명
9일 한꺼번에 몰릴듯
9일 하오 5시로 마감되는 주지사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8일 현재 지지서명 65명분과 3,500달러의 등록비를 첨부하여 접수시킨 후보는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지사 후보로 나가겠다고 신청서를 가져간 사람수는 527명에 달하고 또 65명 서명과 등록비만 준비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누구나 후보로 등재될 수 있기 때문에 8일 하오나 9일에 후보자 등록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주지사 후보 출마를 신청한 500여명 중 7일까지 출마자격이 확인된 수만 37명에 달하고 7일과 8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출사표를 던졌다.
7일 밤에는 1984년 LA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피터 유베로스도 주지사 출마를 전격 선언, 또 한명의 이름을 후보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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