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없던 일인데 지금은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있다.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1, 2, 3부로 나누어 갖는 일이 그중 하나로, 큰 교회는 4부나 5부예배까지 있는게 보통이고, 한국의 여의도순복음교회 같은 곳은 7부, 명성교회는 새벽예배만 매일 4부로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예배에 참석할 때면 하루에도 몇번씩 같은 설교를 반복하는 목사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고, 성도들이 매번 똑같은 영적 감흥을 느낄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극장에서 3회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도 되어서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예배를 하루에 여러번 실시하는 문화가 보편화된 것은 지난 수십년새 한국에서 기독교가 갑자기 부흥하면서 교인들이 많아지다보니 한번에 수용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상한 것은 이제는 작은 교회들까지 2~3부로 나누어 예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교회들은 교인들이 좋은 시간대의 예배를 골라 참석하도록 편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교회가 하나님께 예배하는 곳이지, 교인들에게 편리한 예배를 제공하는 곳인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몇십년전만 해도 없던 이런 일들이 당연하게 되어버린 이유에 대해 한국의 이성호 목사(경북 실로암교회)는 짧은 동안 문명과 문화가 엄청나게 변화했고 그에 따라 교회들이 대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교회 역사가 2,000년을 헤아리지만 현재와 같은 대형교회의 모습은 100년전 전기가 발명되고 마이크와 스피커가 사용되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이다.
아울러 아파트라든지 자동차 문화도 최근 형성된 것으로, 시골형 문화이던 우리의 생활이 70년대 이후 도시형 문화로 변화하면서 교회도 함께 도시화, 대형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교회에 다니지 않고 소위 유명하다는 목사를 찾아서, 모든 것이 갖추어진 편한 교회를 찾아서 30분씩, 한시간씩, 운전을 하고 모여든다. 이로 인해 한 교회에 성도가 수천, 수만, 심지어 수십만에 이르는 대형교회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형교회의 모습이 과연 성경적인가? 목사가 교인을 모르고, 교인들이 누가 집사인지, 장로인지도 모르는 공동체가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일까? 성경에 나오는 이상적인 목회자상은 양을 아는 목자,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목자인데 오늘날 하늘처럼 높아진 대형교회 목회자들중 교인을 위해 희생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경적인 교회의 규모에 대해 이성호 목사는 ‘설교자가 전체성도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 없이 육성설교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한다. 교회는 가정과 같은 유기적 공동체이며 교인들은 서로 깊이 연관된 인체의 여러 기관들로 성경에서 비유되는데 목사와 성도들이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면 함께 세례와 성찬을 나누고 권징사역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교회들이 대형화되고 나서부터 교회들이 무척 나빠졌다. 그 전에 사람들이 동네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믿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교회들이 커지고 난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교인이라면 오히려 기피하고, 인터넷에는 반기독교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는 현상마저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들이 계속 커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사람들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편한 교회를 찾아가고, 큰 교회일수록 자꾸 더 커지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너무 커지다 못해 지역마다, 동네마다, 심지어 해외에도 ‘지교회’란걸 만들고 자기네 교회 이름을 박아서 세를 과시한다. 교회를 지점화하다니, 교회면 모두 교회지, 왜 굳이 아무 교회의 지교회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후죽순격으로 건물마다 간판을 붙이며 늘어나는 교회를 보는 것도 답답하지만 한 교회의 덩치가 누가 봐도 수용 규모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커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지는 않다.
한인사회의 돈은 다 끌어모으듯 연간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그 ‘덩치값’을 전혀 안 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은 접어두고라도 교회 본연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몸집 불리기는 그만 하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좀더 고찰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정 숙희 (특집2부 부장)
skch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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