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유서깊은 여름철 명물 라구나비치 미술 축제
해변과 야산 경치, 사람 구경도 일품인 세계적 관광지
그야말로 한여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 자리에서 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지구나 태양처럼 일상의 쳇바퀴 아래 더위에 신음하는 생활인이라면 주말엔 훌훌 털고, 방학에도 신나는 일 없이 공부하느라 끙끙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라구나 비치로 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우선 세계적으로 이름난 남가주의 명물 여름철 미술 축제들을 들여다보고, 파란 하늘 아래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에 누워서 책을 읽다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해변가 코트에서 농구나 배구도 하고, 인근 식당의 노천 좌석에서 오랜만에 양식도 먹어가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새 양어깨가 가벼워졌음을 느끼실 것 같다.
라구나 비치의 미술 축제는 ‘페스티벌 오브 아츠’가 1932년에 시작됐으니 71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미 자그마한 예술가촌이 형성되어 있던 당시 라구나 비치의 화가 25명이 대공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기도 살리고, 작품도 팔아볼 희망을 안고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요량으로 이 지역의 큰길가 나무, 건물, 담에 자기들의 작품을 붙이고, 간판을 내걸고 음악을 연주하고 퍼레이드를 하며 축제를 벌인 것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오늘날 심사를 거쳐 선발된 145명의 오렌지카운티 지역 작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작품들을 출품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미전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전람회가 되었다. 이 전람회의 두 번째 해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된, 모델들에 의상을 갖춰 입혀 ‘살아있는 그림’으로 명화의 장면을 재현한 즉흥 광고 역시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로 오늘날까지 공연되어 오고 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올해 ‘페스티벌 오브 아츠’와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는 8월 31일까지 어바인 보울 팍(650 Laguna Canyon Road)에서 열린다. 페스티벌 오브 아츠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고 입장료는 성인 5달러, 밤에 열리는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는 15~80달러다. 175개 부스에 기성작가 작품 이외에 역시 심사를 거친 오렌지카운티내 1~12학년 학생 작품도 전시되어 있고, 어린이나 성인 대상 그림 그리기나 도자기 만들기 웍샵도 있다. 또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포도주 시음회 및 재즈 음악 감상, 일요일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이 열리며, 오늘은 하와이 문화의 날, 오는 16일은 화가가 디자인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넥타이 경매의 날, 23일은 아시아 예술의 날로 낮 12시부터 4시까지 각종 웍샵, 시범, 공연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이 축제도 기존 세력화하자 그에 반기를 드는 지역 예술가들이 1966년에 새로운 전시회를 시작했으니 그것이 ‘소더스트 페스티벌’이다. 처음 전람회를 연 노스 코스트 하이웨이 옆 빈터에서 나는 먼지를 줄이기 위해 톱밥을 땅에 뿌린데서 이름이 연유한 이 페스티벌은 진짜 동네 잔치로 출품하는 작가는 모두 라구나 비치 주민들이다. 비영리단체가 관리하는 다른 축제들과 달리 소더스트 페스티벌은 모든 운영을 출품 작가들이 맡고 있다. 처음부터 자기 스타일의 작품을 팔아 살겠다는 작가들끼리 고답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지향한 자유분방한 전람회다.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추어와 베테란 작가의 작품이 뒤섞여 다양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올해는 200명 가까운 이가 출품했는데 흙으로 빚어 구워 온갖 색칠을 한 버섯, 여자 구두를 한짝만 그림으로 그리고 그 장식부분에는 구슬이나 깃털등을 붙이는 등 인간의 상상력과 손재주의 실험장인양 온갖 재료로 낸 온갖 형상과 색깔들이 어우러져 있다. 언뜻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친근감이 가기도 한다. 엄숙하고 고상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삶 속에서 가까이 두고 즐길 자신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유리불기나 도자기 만들기 시범, 그림그리기 웍샵들도 물론 있고, 8월 31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6달러 50센트. 주소 935 Laguna Canyon Road
‘아트 어 페어’도 올해로 37년째를 맞는다. 라구나 비치를 중심으로 한 지역 화가들의 잔치인 다른 2개와 달리 타주는 물론 중국등 외국인 작가도 출품했고, 해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며, 디지털 아트 같은 새로운 매체들도 적극 포용하는 것이 특징.
올해는 심사를 거친 132명의 작가가 출품했는데 매트까지 해서 집에 가져가 틀에 넣기만 하면 곧 벽에 걸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소품, 복제품이 많은 점, 전시장 한편에서 제작중인 작가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중 한명인 수채화가 매리앤 브루어는 ‘페스티벌 오브 아츠’는 순수미술 작품으로 오리지널만 취급하지만 매우 비싸고, ‘소더스트’는 오리지널과 복제품이 섞여 있고 가격은 싸지만 공예품 중심인 반면, ‘아트 어 페어’는 복제품도 팔지만 순수미술 작품이고 가격은 중간쯤 간다고 세 축제의 특징을 요약했다. 역시 8월 31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고 입장료는 5달러다. 777 Laguna Canyon Road.
라구나 캐년 로드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이 세 축제장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와 노스 코스트 하이웨이를 만나 한 블록 더 가면 나오는 것이 ‘라구나 아트 뮤지엄’이다. 매일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까지 개관하는데 현재 3개층에서 4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7달러고 위치는 307 Cliff Drive.
그 많은 작품들 속에서 무한한 듯 유한한 인간 표현능력의 한계와 상업주의에 조금 피곤해지면 뮤지엄 뒤 해변쪽으로 자리잡은 하이즐러 팍으로 가볼 일이다. 바람 시원한 정자 밑으로 갖가지 선인장 아래 파도가 부서지는 작은 섬에서 놀고 있는 물새들, 북쪽으로 보이는 절벽과 해안, 키다리 팜트리가 이루는 절경이야말로 이 모든 미술 축제를 낳게 한 원형일 터. 그 아래 메인 비치에서 오색 파라솔 아래 북적거리는 건강한 벗은 몸들이 자아내는 소음들이 파도 소리와 함께 작렬하는 태양 빛과 함께 부서져 사방으로 퍼지는 속에서 쉬는 것으로도 모자란다면 133번을 타고 북쪽으로 운전해 가보시기를. 좁고 구불구불한 길 양편의 황량한 야산 경치가 다시 프리웨이를 타고 일상의 제자리로 되돌아갈 힘을 줄 것이다.
라구나비치의 이 4개 전시회장에 모두 입장할 수 있는 패스포트(14달러)를 사면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밤까지 놀기에도 좋은 라구나 비치의 미터 주차기는 15분에 한 개씩 쿼터만 넣어야 하며 곳곳에 마련된 주차장은 하루에 8달러를 받는다. 축제장은 물론, 해변가, 식당들에 이르기까지 시내 곳곳으로 무료 트램이 운행된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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