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객의 미국 무비자 입국은 과연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한국인의 무비자입국 문제를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비자면제 안건은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공화)이 1995년부터 2년간 적극 추진하다 1997년 미연방 선거법 위반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으면서 중단됐다. 김 전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한국을 1년간 시범적으로 비자면제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한편 90일 이내 무비자입국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이 대폭 까다로워지면서 하와이 한국관광객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자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비자완화조치를 다시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목소리는 크게 둘로 나눠지고 있는데 하나는 ‘하와이만이라도 단계적으로 비자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가차원에서 나서 미 전역을 비자면제 대상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와이 단계적 비자완화는 우선 신혼부부와 시니어들만이라도 무비자를 받도록 하고 차츰 그 비자면제 대상자를 모든 하와이 한국관광객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것. 또 다른 주장은 한미동맹50주년을 맞아 최근의 반미감정 해소차원에서 범국민적 운동으로 우리의 숙원인 미국 비자면제안건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비자면제시 하와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일본처럼 하와이를 찾는 한국관광객에게 비자가 면제가 될 경우 그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호놀룰루대한항공지점의 이진걸지점장은 현재 편당 7~8쌍인 신혼부부가 무비자입국시 결혼시즌에는 최고 40쌍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하와이가 한국신혼부부들에게 최상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고 있으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비자발급문제 때문에 많은 신혼부부들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또 전체 한국관광객은 IMF이전의 2.5배에 가까운 25만~30만명이 매년 하와이를 방문할 것으로 여행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최근 하와이를 찾는 한국인의 발걸음은 IMF이전(12만여명)의 절반 수준인 6만명 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훈 한인관광협회 부회장은 “특히, 한국관광객의 씀씀이를 강조하면서 이들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3박4일 동안 500달러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비자면제시 침체된 하와이 관광산업 뿐아니라 한인비즈니스에 미칠 영향 또한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객의 하와이 무비자입국 어떻게 추진되나. 정완성 주호놀룰루부총영사 주재로 관광 및 호텔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늦어도 오는 9월이나 10월초 주의회에 한국관광객의 비자완화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제출할 예정인데 이미 주상하원 의장이 결의문 채택과 동시에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국인의 비자완화문제를 적극 설득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한인관광협회(회장 전원호)는 또한 주의회에 결의문을 제출할 때 동포들의 염원을 함께 첨부하기 위해 단체를 중심으로 한국인 비자완화조치를 취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관광업계는 “미정부가 오는 8월부터 관광, 방문, 상용 등 비이민 비자는 반드시 직접 인터뷰를 거쳐 비자를 발급토록 하고 있고 내년 1월1일부터 미국과 무비자 협정이 체결된 일본 등 27개국을 제외한 한국 등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비자발급시 지문까지 등록시키도록 함에 따라 하와이 한국관광시장은 말그대로 외면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이 테러국가도 아니고 다만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율이 약 6.5%로 미국 이민국적법상의 요건(2년간 평균거부율 3%이하)을 상회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면제 대상국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미행정부의 일방적인 비자발급 거부율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항공 관계자들은 “9.11사태 이후 공항입국검사와 시스템의 강화로 하와이를 경유해 본토로 불법 이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하와이만이라도 비자면제를 실시하는 것에 이민국이 크게 우려하며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와이관광진흥회 등은 “하와이 한인관광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인 비자완화조치는 이번에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이들은 내달 18일쯤 제3차 모임을 개최키로 하고 내달 초에 있을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월례회의에서도 이같은 안건을 거론, 구체적인 전략을 수렴해 하와이 비자완화조치를 위한 발걸음을 한발 더 다가 설 계획이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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