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찾아 제때 검진 받고
몸무게 줄이고 운동 좀 해라
경비절감 ·사전예방 차원서
환자들에 직접 전화 종용
건강관리 소홀시 추가 부담도
의료보험 회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몇년 전까지는 전문의 한번 보려면 담당 일반의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검사 한번 받으려고 해도 보험회사의 허락을 받아야할 정도로 까다로웠지만 이제는 이런 장애물은 거의 없어졌다. 장애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몸무게 줄이고 운동도 좀 하고 전문의도 찾아가라”고 엄마같이 채근까지 하고 있다. 의료보험 회사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엄마처럼 굴고 있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서?
뉴욕 퀸즈에 거주하는 박씨는 최근 당뇨병이 악화되던 중에 한 통의 고마운 전화를 받았다.
그건 의사가 아니라 그가 가입한 옥스퍼드 헬스플랜이라는 의료보험 회사였다. 보험회사측은 “최근 의료비와 약값 청구기록을 조사해 보니 한동안 전문의를 찾지 않았다는 것이 발견됐다”며 찾아갈 수 있는 전문의 명단을 나열했다. 박씨가 그 중 집에서 교통이 편리한 한 명을 골라 전화했더니 진료를 받으려면 2달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이자 의료보험 회사측에서 직접 그 전문의와 통화, 몇주 내로 진찰 약속을 받아줬다.
그런가 하면 임신 16주째로 접어들었던 김여인은 의료보험 회사 덕분에 음식과 집안 잡일을 도와주는 도우미를 무료로 채용하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다. 앤덤(Anthem) 의료보험에 가입했던 그는 임신중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이 케이스 담당인데요…”라며 시작된 보험회사 직원전화에 김씨는 대뜸 “내가 왜 케이스에 해당되는데요?”라며 처음에는 언짢아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첫 임신 때 26주만에 미숙아이자 장애아를 낳았던 것이 걸렸고 현재 담당의사는 임신기간에 자주 누워서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린 것을 기억해 냈다.
의료보험 회사에서는 김씨에게 하루 6시간씩 식사와 빨래 등 집안 일을 해주는 파출부를 보내줬고 일어나고 눕기가 편한 병원용 침대를 집까지 배달해 줬다. 김씨는 보험회사의 배려 때문이었는지 34주만에 건강한 아이를 분만했다.
이처럼 의료보험 회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보험 가입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체중조절에 힘쓰고 건강음식 먹고 의사방문도 정기적으로 하라고 엄마처럼 자상하게 타이르기도 하고 큰언니나 맏형처럼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지출절감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
과체중, 고질병, 약 복용상태등 체크
◆하이마크, 피츠버그: 보험회사로부터 건강 조언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노 터치’ 명단에 올려놓고 귀찮게 굴지는 않는다. 반대로 이 명단에서 빠진 사람들은 건강관리를 게으르게 하면 독려 및 채근전화를 받게 된다.
◆카이저 퍼머넌티,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의사가 매년 환자의 몸 상태를 기록한다. 정상체중을 벗어나면 다이어트와 운동 카운슬링을 권유받고 걸을 때 속도를 재는 기계 처방도 받게 된다.
◆에트나: 천식 등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들은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점검을 받게 된다.
◆옥스포드: 당뇨, 심장질환 등이 있는 환자들이 1년 이상 전문의를 방문하지 않았을 때는 전문의 방문 독촉전화를 받게 된다.
◆퍼시픽케어 헬스 시스템, 사이프러스 캘리포니아: 건강 크레딧이라는 프로에 의해 건강유지를 위해 힘쓰는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가 저렴하다. 이는 운전기록이 좋은 자에게 자동차보험 할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료보험사들 관심갖는 이유
‘건강한 사람이 재산’이란 원칙
경비 절감을 위해서다. 또 ‘건강한 사람이 보험회사의 재산’이라는 새로운 발견의 소산이다.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에 위치한 시그나 헬스케어에 따르면 소수의 몇 명이 의료비의 대부분을 지출해 버린다. 이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보험에 가입한 멤버의 20%가 그 회사 의료비 지출의 80%를 써버린다. 또 다른 의료보험회사 앤덤은 1%의 멤버가 의료비 지출 총액의 28%를 써버리고 5%의 멤버가 55%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아픈 사람은 맨날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다른 멀쩡한 사람들이 내고 있는 보험료를 다 써버린다는 결론이다. 건강한 사람이 보험회사의 돈을 벌어주고 아픈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이 솔솔 새나가는 구멍 같다는 것. 이로 인해 보험회사들은 당뇨, 천식, 고혈압, 심장질환 등 고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정기 검진을 받도록 종용하고 과체중 보험가입자들은 다른 질환으로 번지기 전에 사전에 예방을 해서 가래로 막지 말고 호미로 사태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운영경비가 더 들어도 결국은 의료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컴퓨터 발달로 환자의 병력과 입원 횟수, 진료 횟수 등 데이터 분석이 용이해진 점도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런 신개념에 장애가 되는 것은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무관심이다.
옥스퍼드 의료보험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몸무게가 25파운드나 과체중이고 한번도 운동을 하지 않고 하루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대며 매일 3온스 이상의 음주에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들도 17%가 자신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보험회사에서 참견을 하면 “내가 뚱뚱하다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라고 되받아 치며 사생활에 간섭 말라고 방어벽을 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사이프레스의 퍼시픽케어 헬스 시스템에서는 ‘건강 크레딧’이라는 프로를 개발했다. 이는 몸무게 조절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온라인 건강클럽에 가입해서 건강 위험요소 진단 질의응답에 응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것이다.
이 회사는 “뚱뚱한 채로 그냥 있고 싶다면 OK, 그러나 돈은 더 내야 한다”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동하고 힘쓰는 옆집 아저씨가 게으른 이웃의 보험료를 부담할 필요는 없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부터는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은 누구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가 항상 돋보기로 보험 가입자의 몸무게와 건강상태를 주시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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