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노인“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
16일 대낮 샌타모니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파머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 샤핑객 등 최소 9명이 사망하고 한인을 포함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47분께 86세의 백인 노인 러셀 웰러가 운전하던 92년형 뷰익 차량이 샌타모니카시 4가와 3가 사이 애리조나 애비뉴에 개설된 파머스 마켓에 돌진, 서쪽방향으로 3블럭 반이나 넘는 거리를 70마일 이상의 고속으로 질주해 파머스 마켓에 샤핑나온 샤핑객들과 업소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3세 여아를 비롯 9명이 사망하고 파머스 마켓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이 차에 치어 머리에 부상을 입는 등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중 15명이 중상자로 밝혀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운전자의 건강이상, 운전부주의, 자동차 결함 등을 중점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를 낸 운전자가 합법적인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으며 혈액검사 결과 알콜 또는 약물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날 갑작스런 사고로 샤핑객들로 붐비던 파머스 마켓은 곳곳에 사망자 시신이 깔리고 찢어진 텐트들과 부서진 장비들이 도로를 메워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으로 돌변했다. 목격자들은 사고차량이 애리조나 애비뉴 서쪽방향으로 달리면서 샤핑객들을 깔아 뭉개고 업소들을 잇달아 부순뒤 애리조나 애비뉴와 오션 애비뉴 부근에서 간신히 멈춰 섰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전하며 몸을 떨었다.
또 사고당시 차량속도가 시속 70마일에 이를 정도로 너무 빨라 희생자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고를 당했으며 때마침 마켓 폐장을 앞두고 막바지 샤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피해가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한인목격자 영 김(45)씨는 “차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전쟁터 같았다”며 “처음에는 영화를 촬영하는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고 샤핑객 탐 스틸맨(46)은 “동쪽방향에서 달려오는 차 후드에 사람들이 연이어 부딪히면서 하늘로 떠올랐으며 당시 속도가 60-70마일 정도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버츠 산타모니카 경찰국장은 “경찰생활 30년만에 한 사건 현장에서 이렇게 끔찍한 사건은 처음봤다”며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프랭크 패브리가 루테넌트는 “운전자는 조사를 받은 뒤 귀가조치 했으며 이 사고와 관련한 혐의내용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모든 조사가 끝나면 과실치사 혐의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적십자사는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핫라인(310-458-8474)을 개설하는 한편 긴급 헌혈운동에 돌입했다.
“도미노 게임처럼 줄줄이 깔렸다”타모니카 파머스 마켓 참사현장은 시신들과 부상자들의 비명소리, 부서진 채 늘려있는 업소의 텐트와 장비, 물건 등으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넋을 잃었다. 사건현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한인상인 “몇몇사람 공중에 붕떠”충격
“어떻게 이런일이” 전쟁터처럼 참혹
사고노인 이웃들 “좋은 할아버지인데…”
◎…5년 전부터 파머스 마켓에서 아르바이트해와 사건 현장을 처음부터 목격한 윤영인(23)씨는 “길 건너편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한인 여성이 사고 차량에 치어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렸는데 의식은 있었다”며 “눈앞에서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치고 지나갔으며 몇몇 사람들은 충격으로 몸이 공중에 떴다가 떨어지기도 했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파머스 마켓과 인접한 샌타모니카 노인아파트에 사는 한인 찰리 박(73)씨는 “갑자기 헬기 소리를 연상시키는 큰 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파머스 마켓 장터의 천막이 부서져 있었고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며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특히 이날 오후 3시40분께는 갑자기 비가 쏟아져 사고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이 뒤범벅이 되기도 했다.
◎…테하차피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지난 5년동안 이곳에서 ‘하스 애플’ 마켓을 운영해온 하근식·경란 부부는 이번주에는 마켓을 오픈하지 않아 참사를 모면했다. 참사 소식을 전해들은 하씨는 “매주 이곳에서 일해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 마켓에는 하씨 부부외에 한 한인 아저씨가 관상 대나무를 판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목격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고를 낸 차량의 속도를 지적했다. 리 테노위트라는 백인남성은 “‘마치 도미노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차라 달려오면서 그 앞에 있는 사람과 물건들은 순서대로 모조리 튕겨나갔다”고 전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차에 받힌 것들은 모조리 하늘로 떠올랐다. 이같은 악몽은 생애 처음”이라고 경악했다.
◎…경찰들은 이날 사고가 파머스 마켓 폐장을 불과 15분 가량 앞두고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장소가 평소 수많은 샤핑객 및 관광객들로 붐비는 3가 프로메네드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어 피해자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자동차가 휩쓸고 지나간 뒤 많은 목격자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부상자들에게 달려가 응급처리를 하는 등 부상자들을 도왔다.
◎…이날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이웃들은 한결같이 “좋은 할아버지, 좋은 이웃”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30년동안 이웃으로 살아왔다는 허브 로니는 “도서관 후원회 멤버로, 고교 선생님으로 오랜동안 봉사해온 사람”이라며 “운전 중 순간적인 심장 이상이나 자동차의 결함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로컬 경찰인 샌타모니카 PD를 비롯해 LAPD, 검시국, 가주고속도로 순찰대, 베벌리힐스, 커버시티 경찰국등 10여개 수사기관에서 나온 경찰 및 수사 관계자 150여명과 현장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사고난 파머스 마켓은 매 수요일 직거래장 9,000여 인파 몰려차량 질주로 인한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한 샌타모니카 파머스 마켓은 매주 수요일 상설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샌타모니카시가 운영하는 4개의 파머스 마켓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규모도 가장 크다.
1981년 7월 문을 열어 애리조나 애비뉴와 2가 코너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9시부터 오후2시까지 운영되는 이 파머스 마켓은 평균 90여개의 업소들이 농장에서 직송된 과일과 야채, 꽃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도 빵이나 과자, 각종 과일 잼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몇년전부터는 관상용 대나무와 장식류 가게들도 문을 열면서 매주 평균 9,000여명이 찾는 등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있다.
파머스 마켓은 농장에서 바로 직송된 야채와 과일을 일반 유통과정을 거치지않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개인은 물론 식당 업주들이 주 고객층이다.
업소 주인들은 주로 백인이지만 일본계 농장주들도 10명내외되며 한인 업소도 과일종류와 관상용 대나무를 판매하는 업소등 3∼4군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트는 일주일당 50센트이며 판매대금의 6%를 샌타모니카 시정부에 자릿세로 지불한다.
노인운전 경각심 심장질환·순간대처 능력 떨어져산타모니카 파머스 마켓 자동차 질주사고의 운전자가 80대 노인으로 밝혀지면서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위험률에 대한 경각심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경우 ▲어두운 밤에 앞의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는 야간 시력 ▲운전 중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동시에 좌우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방계 시력 ▲밝은 곳에서 어두운 것으로, 또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시야를 전환할 때 또는 그 반대 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속도 ▲다른 차량의 주행 속도를 판단할 수 있는 인지능력 등이 심하게 감퇴되기 때문에 이에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인 운전자의 경우 ▲핸들을 회전시키거나 브레이크를 밟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앞 차가 급정거를 할 때 대응이 어려우며 ▲운전 중 심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에 따르면 운전장애 요인 중에는 청각 기능 저하, 당뇨 치료제, 항우울제 등 약물복용도 포함된다. 많은 자동차 보험사들은 55세 이상의 운전자들의 운전능력 향상을 위해 건강과 운전 능력, 약물 복용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 시력 및 청력 장애에 대처하는 요령 등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이를 이수한 이들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황성락/구성훈/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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