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각 도시 주최 무료 콘서트 시리즈
한낮에 기승을 떨던 햇빛도 부드러워지고, 바람도 제법 선들선들 불어오는 남가주의 여름 초저녁은 집안보다 집밖에서 보내는 것이 제격이다. 하루종일 내리 쬐인 태양열 때문에 후끈거리는 집안에서 TV 켜놓고 덥다고 불평하고 앉아 있느니 집 근처 공원에라도 나가 상쾌한 저녁 공기를 들이키는 것이 현명한데, 오렌지 카운티내 대부분의 도시들은 저마다 시내 공원에 여름 컨서트 시리즈를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야외 음악 감상 기회까지 무료로 제공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26일 웨스트민스터 시를 시발로, 오렌지카운티의 각 시정부가 마련하는 서머 컨서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작됐다. 짧으면 4주, 길면 8~10주 동안 매주, 또는 격주로 밴드를 초청하여 주민들이 시원하고 신나게 여름을 나도록 돕는 서머 컨서트의 역사는 상당히 길어 부에나팍은 18년, 브레아는 20년을 헤아린다고 시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 도시를 본받아 웨스터민스터 시는 10년전, 시의회가 주창하여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이 스페셜 이벤트 담당자인 프랜 셔맷의 말이고, 로스 알라미토스 시도 5년전, “피크닉의 계절 여름에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흥으로 여름철 콘서트를 시작했다”고 게일 실바 커뮤니티 서비시즈 매니저는 말했다.
참석하는 청중의 숫자는 시마다 다르지만 적으면 300명, 많으면 1000명도 넘는 것이 보통이다. 초청 악단에게 출연료를 지불하는 시들은 악단에 따라 청중 숫자에 변화가 크므로 관중들의 반응을 보아가며 해마다 다른 악단으로 프로그램을 짠다는데 그래도 “해마다 청중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고 브레아시 커뮤니티 서비시즈 수퍼바이저 크리스 울프는 말했다. 그러나 비록 저명 공연장에서 비싼 입장료를 내야 볼 수 있는 귀하신 몸들은 아닐지 몰라도 악단들은 모두 수준급이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연인들, 노인들등 가지각색의 청중들이 동네 공원에 피크닉 삼아 나가 잔디밭에 느긋하게 자리잡고 듣기에 전혀 손색없다.
지난 10일, 웨스트민스터 시빅 센터내 성큰 가든에서 열린 콘서트에 초청된 ‘자니 스타와 더 갤럭시’는 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로큰롤 히트곡들을 연주하는 밴드. 잔디밭에 삼삼오오 휴대용 의자에 앉아 핫독이나 나초등으로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뛰어 놀며, 할머니들은 뜨개질을 하는 가운데 빨간 티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론 체어를 놓고 나란히 앉은 바바라 샐리즈베리(75)와 준 디버스(71) 할머니는 부에나팍에서 이웃에 사는 친구들. 벌써 4년째 여름이면 수요일은 부에나팍, 목요일은 웨스트민스터, 토요일은 사이프러스로 저녁마다 나들이를 해왔다. “시원한 공원에서 저녁도 먹고, 음악도 들으니 너무 좋아요. 밴드들도 훌륭하다”고 만족해했다. 대부분 백인들인 청중 가운데 드물게 월남계가 앉아 있어 말을 붙여보니 웨스트민스터에 산다는 니 호(62)와 안 ? 누옌(61) 부부였다. 영어는 잘 못 알아듣지만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나온다는 이들 옆에 앉아 있던, 헌팅턴 비치 양로원에 산다는 에스터 호프만(88)은 수줍은 월남계 부부에게 “춤 잘 추면 상금 50달러를 준다더라”고 농담을 해가며 먼저 일어나 춤을 췄다. 그 나이에 매일 양로원에서 춤을 춘다는 호프만은 춤을 다 추고 나면 넘어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사람 좋게 웃어 금방 주위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잠시 후 올 시즌 개막 공연으로 ‘라몬 & 더 L.A.’ 밴드가 열창중인 파운틴 밸리의 마일 스퀘어 팍으로 가보니 밴드와 관중석 사이에는 빈틈없이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리크리에이션 센터 앞 넓은 잔디밭에는 1000명은 족히 될만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맘보, 지터벅, 블루스, 트위스트등 모두 하와이언 셔츠 차림인 악단이 부르는 온갖 리듬의 노래에 맞춰 근엄한 표정의 할아버지, 뚱뚱한 할머니, 얌전한 인상의 월남계 아주머니, 초등학교에나 다닐 여자아이들까지 신나게 몸을 흔들었고, 무대 뒤의 화장실로 가는 발걸음들까지 모두 들썩거렸다. 그 모든 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게 훌륭한 리드 싱어 라몬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나도 수박 짤라 가지고 나와 잔디밭에 앉아 있고 싶어졌다.
각 도시 서머 컨서트 스케줄 및 출연자
▲브레아: 7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 하오 6시30분부터 시티 홀 팍(401 S. Brea Blvd.) 샌드위치, 프로즌 요구르트 판매. 문의 (714)990-7124. ‘클라우드 나인’(16일, 클래식 록), ‘프랭크 카노 & 라틴 그루브’(23일, 라틴 재즈 & 살사), ‘브룩 라멜’(30일, 컨템포러리 오리지널), ‘실버라도스’(8월 6일, 컨트리 웨스턴), ‘칩 색스’(13일, 클래식 록), ‘킨드레드’(20일, 레게), ‘파멜라 G’(27일, 재즈/블루스)
▲로스알라미토스: 7월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격주 일요일 하오 6시부터 로렐 팍(카텔라와 블룸필드 코너). 문의 (562)430-1073. ‘로킷 사이언티스트’(7월 13일, 로큰롤/올디즈), ‘트래버스 파커’(27일, 컨트리 밴드), ‘웹스터스 언어브리지드 오케스트라’(8월10일, 빅 밴드), ‘딘 콜리’(24일, 닐 다이아몬드 모창)
▲부에나팍: 7월 9일부터 8월 13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보이스랭크 팍(7520 Dale St.). 간단한 음식과 음료 판매. 문의 (714)236-3860. ‘더 비틀리스’(16일, 60, 70년대 힛송), ‘스윗 서렌더’(23일, 컨트리), ‘더 로킷 사이언티스트’(30일, 클래식 록), ‘L.A. 블루스’(8월 6일, R&B/살사), ‘마리아치 레이나 데 로스 앙헬레스’(13일, 세계 최고 여성 마리아치 밴드)
▲플러튼: 7월 16일부터 8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 하오 6시30분부터 풀러튼 스포츠 콤플렉스(560 E. Silver Pine St.). 콘서트 외에 어린이 특별활동 제공. 문의 (714)738-6545. ‘솔 데 알레그리아’(16일, 라틴), ‘웨스트 윈드’(27일, 폴리네시아 음악), ‘쿨레이드’(30일, 올디즈), ‘레이먼드 마이클’(8월 6일,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로킷 사이언티스트’(13이르 50, 60년대 서프 록), ‘바바 앤드 더 빅 배드 블루스 밴드’(20일, 블루스), ‘디 앤서’(27일, 클래식 록)
▲라구나 니겔: 6월 27일부터 8월 22일까지 격주간 매주 금요일 하오 6시30분부터 크라운 밸리 커뮤니티 팍 아웃도어 앰피시어터. (949)362-4300.‘디 앤서’(7월 25일, 클래식 록), ‘업스트림’(8월 8일, 레게), ‘타미 태시 & 디 오센틱스’(22일, 50, 60년대 로큰롤)
▲웨스트민스터: 6월 27일부터 8월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하오 6시부터 시빅 센터 성큰 가든스(8200 Westminster Blvd.). 핫독, 나초, 피자 및 음료 판매. 문의 (714)895-2860. ‘니콜슨 파입스 & 드럼스 위드 댄서스’(17일), ‘비틀리스’(24일), ‘웨스트민스터 코랄’(31일), ‘두 와 라이더스’(8월 7일), ‘디 앤서’(14일), ‘가스펠 칸서트 위드 찰리 윌킨스’(21일), ‘샤프사운즈 빅 밴드 위드 잔 홀’(28일)
▲파운틴 밸리: 7월 10일부터 31일까지 매주 목요일 하오 6시30분부터 마일 스퀘어 팍 리크리에이션 센터 앞 잔디밭. ‘비틀리스’(17일), ‘레디 프레디 & 더 백싯 베티즈’(24일), ‘디 앤서’(31일)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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