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생활한지 6개월 째다. 조용한 산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요즈음 들어 거의 매일 한두 명 꼴로 인근의 미국인들이 찾아와 명상을 하거나 둘러보고 간다. 주말의 정기법회나 휴일이면 꽤 많은 불자들이 와서 법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한다.
오는 사람들마다 인사치레로 한마디씩 건넨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일을 잊어버리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서 조용하게 살게 되어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찰에서 스님들과 함께 수행을 하면서 생활한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 않으냐고 묻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젊은 사람(?)이 무슨 일이라도 하지 왜 이렇게 할 일 없이 산사에 묻혀 지내느냐고 한다. 자못 무위도식한다고 힐난이라도 하는 투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고 재단한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사는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가 변해 새가 되어 붕(鵬)이 되었다. 이 붕새의 등 넓이는 수 천리가 되고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붕새가 남쪽 바다로 날아 갈 때 파도는 3,000리나 높이 솟구치고 바람을 타고 9만리나 날아오른다고 한다. 매미와 비둘기, 메추라기가 이것을 보고 비웃는다. 저놈은 도대체 어딜 가려고 저렇게 날아오를까 하고.
장자는 말한다.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 끼니 식사만으로도 아직 배가 부르지만,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동안 곡식을 찧어 준비를 해야 하고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 준비를 해야한다. 이 조그만 날짐승들이 어찌 대붕(大鵬)이 구만리 장천을 날아오르는 뜻을 알랴! 하루살이는 내일을 알지 못하고, 한여름의 매미는 가을을 알지 못한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도 같은 이야기이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는 일에 열중하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날기에 열중한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날지만 조나단은 삶의 의미를 찾아 난다. 침식을 잊고 갈매기 집단에서 추방을 당하지만 조나단은 나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해 날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조나단에게 나는 것은 진정한 삶의 의미이자, 삶 자체이다. 추방을 당한 조나단은 나는 것의 좀더 높은 의미를 찾으려는 스승을 만나 드디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나는 법을 배운다. 조나단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자기를 추방한 갈매기들에게 돌아간다. 다른 갈매기들이 조나단을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악마’라고도 하지만, 조나단은 개의치 않고 나는 것의 참된 의미를 가르치는 일에만 열중한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갈매기는 자유로우며,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과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인가. 견해는 천차만별이다. 그것을 찾고 향유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크게 나누어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밖에서 구하는 것과 안에서 구하는 것이다. 바깥에서 무엇을 찾고, 쌓아감으로서 성취를 통해 행복과 자유를 찾고 누리는 방법, 곧 유위(有爲)의 방법이다. 또 하나는 억지로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고 버리고 비우는 방법, 곧 무위(無爲)의 방법이다. 유위(有爲)의 방법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방법이다. 무위(無爲)의 방법은 행복과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법이다.
행복과 자유는 형상과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다. 유위와 무위를 이론적으로 구분한다고 행복과 자유가 찾아지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 삶의 문제이기에. 행복과 자유는 마음과 안목의 문제이다.
장자는 똥과 오줌에도 도가 있다고 했다. 행복과 자유는 먹이를 찾는 일상 속에도 산사에도 있다. 그러나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어디에도 없다. 처음 와서는 평화롭고 조용하여 너무 좋다고 감탄을 연발하는 사람도 며칠만 아무 일 없이 산사에서 지내면 지루해서 못 견뎌한다. 깨달은 자에게는 번뇌도 보리(菩提: 진리, 지혜)이지만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보리도 번뇌이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자에게 자유란 오히려 두려움이자 고통인 것이다.
김재범/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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