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의 심포니 2번 ‘부활’에 매혹돼 마흔 살이 넘어 지휘를 배우기 시작하고 카네기 홀과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빌려 데뷔 콘서트를 열었던 길버트 케플린이란 기인의 이야기는 심드렁한 삶의 자세에 바짝 탄력을 준다. 하기야 살면서 그렇게 뜨거운 정열에 사로잡혔던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Lula Washington Dance Theatre’의 솟아오를 듯 힘차며 꿈꾸듯 몽환적인 재즈 댄스 공연을 본 후, 눈만 뜨면 떠오르는 그 열정적인 몸놀림의 영상에 앞뒤 잴 것도 없이 재즈 댄스 아카데미를 노크했으니 말이다. 멋진 춤을 추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20대 후반에 무용을 시작한 홍신자의 말대로 ‘몸을 찢는’ 각고의 시간조차 아름다운 고통이었다. 숨쉬는 매순간 육체를 느끼고 인식하게 되었으니 대상이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삶의 리듬과 다이내믹한 정열, 자유로움 속의 황홀한 상태를 노출시키는 춤은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를 지향하려는 욕구충족의 오락이다.
80년대 패트릭 스웨이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영화 ‘Dirty Dancing’을 보면서 주인공들처럼 멋있게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가끔씩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 유난히 돋보이게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에는 항상 부러운 시선이 집중된다.
재즈댄스는 1920년대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뉴올리언tm 뒷골목의 유흥가 클럽에서 재즈음악에 맞춰 쇼걸들이 추던 춤이 재즈댄스의 시초인 셈.
하지만 마치 재즈가 흑인 노예들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복잡한 음악 장르인 것처럼 재즈댄스 역시 흑인들의 고향이었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들이 종교 의식 때 추던 춤, 농장에서 집단 노동을 하며 추던 춤, 백인 농장주를 즐겁게 하기 위해 추던 춤이 모두 녹아든 복잡한 춤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고전 발레와의 접목으로 재즈 댄스는 이제 당당히 새로운 현대 무용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최근 코리아타운 내 한 클럽에서 열렸던 재즈 댄스 무료 웍샵에는 무려 140여 명의 한인들이
몰려들어 재즈 댄스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전문 댄서가 아니더라도 쉽게 배울수 있는 재즈 댄스에는 따로 정해진 형식이 없다.
음악을 들으며 리듬과 감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드는 것이 재즈댄스의 시작이다.
리듬앤블루스나 힙합처럼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으며 매순간의 느낌을 자유롭게 창조하는 재즈 댄스는 충분한 위밍업과 스트레칭으로 운동 효과가 커 체중 조절은 물론 체형을 가꾸는 데 이상적이며 스트레스의 건강한 해소로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날 워크샵을 이끌었던 이은우 씨가 재즈 댄스를 보급하기 위해 문을 연 우노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저녁 7시, 성인 재즈 클래스 시간. 바삐 일을 마치고 달려온 예닐곱 명의 수강생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20분 정도의 워밍업으로 몸은 본격적인 춤을 출 준비를 마친다. 이미 몇차례의 클래스에서 갈고 닦은 그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바라보는 눈은 홀리듯 매혹된다.
좀더 도발적으로 엉덩이를 앞으로 빼 내라며 동작을 수정해주는 이은우씨의 지도에 5년 전 한 댄스 클래스 시간이 떠오른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양어깨를 애무하듯 쓸어 내리는 동작을 가르치면서 그 선생은 이런 말을 했었다. “자신의 몸을 사랑스럽게 만지세요. 몸을 만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육체를 경시하는 문화에서 자라난 우리들 대부분에게 있어 댄스 클래스는 몸의 아름다움을 재인식하게 해주는 좋은 통로이다. 그들의 에너지 넘치는 몸 동작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열정과 끼가 반란을 일으키듯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의 댄스 클래스는 15분 가량의 스트레칭과 15분 정도의 기본 테크닉 연습, 그리고 20분 정도의 안무 지도와 10분 가량의 쿨다운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한 시간의 클래스를 마치고 나면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은 온 몸에 통증을 느낄 만큼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까지 움직이는 전신 운동이 된다.
재즈 댄스를 시작한 지 5개월 째 접어든다는 지안나 씨는 빠른 리듬을 소화해내는 모습이 도저히 중년의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워 보인다. 그녀는 재즈 댄스로 삶의 활력을 얻고 체중도 많이 줄었다며 희색이 만연하다.
배운 지 4개월이 됐다는 임경순씨 역시 춤으로 가꾼 몸매가 물결치듯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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