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우리아이는 12살입니다. 자기 사촌중에 SAT에 4점 모자라는 만점을 받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공부를 시켰느냐고 물었더니 말씀이 준(사촌)은 어려서부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 아이는 책을 별로 잘 안 읽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학교 성적도 좋고 어디 크게 나무랄 데는 없습니다. 다만 책 보다는 운동을, 책 보다는 친구를 더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은 계속 많이 읽히고 노력은 했지만 별 효과를 못 보았습니다.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나중에 SAT 성적이 나쁠까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도 자기 사촌같이 책에 푹 빠질수 있을까요? 이미 늦지는 않았나요?
-12살 상혁이 어머니-
위의 질문을 요약해 보면 크게 2 가지다. 첫째는 어떻게 하면 상혁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 둘째는 상혁이가 이미 입시 준비에 늦지는 않았는지? (입시 준비에서 읽기만큼 중요한 것이 쓰기임을 명심 하셔야한다)
1. 첫째, 어떻게 하면 상혁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
간단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질문이기도하다. 보통 자녀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자녀들의 능력, 읽기 수준, 어휘력 수준… 등을 고려 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상혁이는 이런 문제는 없는 아이였다. 옛말에 말을 시냇가에 끌고는 갈 수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 보통 부모님들은 책을 사주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심지어는 책 몇 권 읽으면 돈을 얼마 주겠다고 상금까지 걸어 놓는다. 가끔 이런 상금이 효과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오래 못 간다. 또 별로 효과도 없다. 우리 클리닉에 오는 학생들의 고백을 빌리자면 책은 건성 읽거나 대강만 읽어도 읽은 것은 읽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읽기는 사실 읽는 것이 아니다. 상혁이는 학교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보아 언인게이지드 리딩(Unengaged Reading) 은 많이 한 것 같다.
1. 언인게이지드 리딩(Unengaged Reading)
이것은 주로 필요에 의해 읽는 것을 말한다. 상혁이는 성적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읽는 것이다. 읽고 싶어서가 아니고, 선택의 자유 없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의무로 읽는 것을 의미한다.
시험공부를 위해, 글을 쓰기 위해…등 그 이유는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하여간 읽어야만 하는 의무감에서 읽는 글을 의미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일이었다. 요즘에야 어느 부모나 자녀들이 명작을 읽기를 원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명작이건, 아니건, 딸이 소설을 읽는 것을 싫어하시지 않았나 싶다. 내가 원하는 소설 한 권 읽으려면 적어도 아버지가 골라주시는 위인들의 자서전, 감동되는 이야기…등 적어도 5권은 읽어야 겨우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허락이 내린 기억이 난다.
똑 같은 책도 부담감에서 할 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리딩을 언인게이지드 리딩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렇게 많이 읽은 위인전들은 건성 읽었나보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으니!)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그 읽는 것이 부담이 되면 자연히 이것은 언인게이지드 리딩이 된다. 그러기에 같은 책인데 어떤 아이들은 밤을 새어 가면서 까지도 읽으려고 하는데, 또 반면에 같은 책을 들고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다.(능력, 읽기 수준, 어휘력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책 읽는 학생으로 변화를 시킬까? 리딩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소설 읽기, 단편 소설 읽기, 시 읽기, 신문, 잡지, 논설…등등이 있다. 이것을 그저 머리로 좀 아는 것이 아니고 아주 익숙하게 알면 자연히 같은 소재를 읽어도 부담이 안 된다.
마치 우리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을 꼭 못해서가 아니라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자꾸 하면 운전이 몸에 배어 거의 자동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책을 어떻게 읽는지를 배우고 난 뒤에는 그 식으로 자꾸 읽어야 한다. ‘많이 읽어야 읽을 줄 알게된다 (You learn to read by reading a lot.)’ 라는 말이 있다.
반면에 여러 가지 종류의 리딩 즉 소설 읽기, 단편 소설 읽기, 시 읽기, 신문, 잡지, 논설… 등등에서 제각기의 읽기 방법을 배우지 못 한 상태에서(예를 들면 소설에는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요점 등을 분석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덮어놓고 읽으면 이해가 안 되니까 그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은 그저 흥미 본위의 책만 읽는 것이다. 이처럼 흥미본위를 즐기는 같은 맥락으로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지는 현상이 생긴다고도 할 수 있다.
2.인게이지드 리딩-Engaged Reading)
이것은 푹 빠져서 책을 읽고 있는 것,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초콜릿을 입에 넣기 전에 몇 칼로리가 있나 하고 캔디의 레이블을 열심히 읽는 것, 또 운전을 해 가야 할 때 열심히 지도를 보는 것… 이런 모든 리딩은 개인이 각자가 원해서, 필요해서 하는 리딩이다.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숙제 때문도 아닌 이런 리딩을 자기만의 개인 리딩(Personal Reading) 이라고 한다. 개인 리딩은 감정적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읽기 때문에 ‘인게이지드 리딩’이라고도 불리 운다. 즉 감정적으로 그 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인게이지드 리딩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실을, 핵심을 찾아내기 위해 읽는 리딩을 의미한다. 위에든 예문에서는 다이어트 하는 사람, 운전중 지도를 보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 그들은 그저 사실만을 원 할 뿐이다. 이런 리딩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각 개인의 필요에 의하여 한다. 이 필요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핵심 리딩(Efferent Reading)
문자 그대로 핵심의 뼈대만 가려내는 것인데 이런 글의 가장 큰 목적은 사실(facts)만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자기가 읽어서 하는 일이지만, 사실 남이 추려서 해 줄 수도 있다. 서울서 부산까지 운전을 하는데 운전중이라서 지도를 볼 수 없는 형편일 때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구해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아마 주입식 교육에서는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성적을 가끔은 올릴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런 교육의 목적은 그저 핵심만 잡아내서 외우면 되니까! 그러나 남이 잡아준 핵심을 그저 외운다는 것이 그렇게 쉽게 우리의 피와 살이 될 수 있을까? 외운 것은 필요가 없으면 금방 쉽게 잊을 수 있다.
2) 경험 리딩(Esthetic Reading)
경험 리딩은 근본적으로 핵심 리딩과 다르다. 이 리딩은 우리의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리딩이다. 핵심 리딩(Efferent Reading)을 음식에 비교해 본다면, 음식을 놓고 영양사가 그 음식의 칼로리, 영양...등을 일일이 분석하여 종이에 써놓는 것이라면, 경험 리딩(Esthetic Reading)은 그 음식을 직접 먹어 보는 것이다. 읽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프면 “나”(독자를 의미함)도 같이 아프다.
결론적으로 상혁이는 인게이지드 리딩을 해야한다. 인게이지드 리딩에서도 경험 리딩을 하기 시작하면 상혁이도 자기 사촌같이 책에 푹 빠질수 있다. 과연 어떤 책들일까? 지면상 다음주에 계속해 쓰겠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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